법고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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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고창신(法古創新)은 옛것을 본받되 그에 얽매이지 않고 새것을 만들어 낸다는 뜻의 사자성어이다.[1] 조선 후기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이 제자 박제가(朴齊家)의 문집에 써 준 서문 〈초정집서(楚亭集序)〉의 문장론을 네 글자로 요약한 말이다.
전통을 무시하지도, 전통에 갇히지도 말고 옛것에서 배운 바탕 위에 새것을 세우라는 뜻으로 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박지원의 문학 정신을 ‘법고창신’으로 표현하며 “옛 것을 거울삼아 새로운 것을 창조함”이라고 풀이한다.[1] 문학·예술·건축·전통문화 분야에서 계승과 혁신을 함께 말할 때, 또 기관과 기업이 개혁의 방향을 밝힐 때 자주 쓰인다.
공자의 온고지신(溫故知新)과 자주 함께 거론된다. 온고지신이 옛것을 익혀 새것을 ‘아는’ 데 무게가 있다면, 법고창신은 새것을 ‘만들어 내는’ 데까지 나아간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표준국어대사전과 우리말샘에는 올라 있지 않으며, 중국어나 일본어에서 성어로 쓰는 말도 아니다.
〈초정집서〉는 《연암집(燕巖集)》 권1에 실려 있다. ‘초정(楚亭)’은 박제가의 호이다. 박지원은 글을 어떻게 지어야 하느냐는 물음으로 시작해, 옛것을 본받자는 쪽과 새것을 만들자는 쪽을 차례로 비판한 뒤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2]
噫。法古者。病泥跡。刱新者。患不經。苟能法古而知變。刱新而能典。今之文。猶古之文也。
“아, 옛것을 본받는 사람은 그 자취에 얽매이는 것이 병통이고, 새것을 만드는 사람은 법도에 맞지 않는 것이 걱정이다. 진실로 옛것을 본받으면서도 변할 줄 알고, 새것을 만들면서도 법도에 맞출 수 있다면 지금의 글이 곧 옛날의 글이다.”
앞부분에서 박지원은 옛것을 흉내 내기만 하는 글을 왕망(王莽)이 《주례》를 본떠 예악을 만들었다고 자처한 일이나, 양화(陽貨)가 공자와 얼굴이 닮았다고 만세의 스승이 될 수 있다고 하는 것에 견주었다. 반대로 새것만 좇아 괴이하고 허황한 글은 “석 장 나무가 관문의 돌보다 낫다”거나 이연년(李延年)의 노래를 종묘에 올리자는 것과 같다고 했다.[2] 이어서 공부의 본보기로 3년 동안 책을 읽지 않고 증자의 생활을 배운 공명선(公明宣)과, 병법에 없는 배수진을 치고도 “이것도 병법에 있다”고 한 한신(韓信)을 들었다. 곧 옛것의 정신을 배우되 형식을 그대로 베끼지 말라는 것이다.
흔히 〈초정집서〉에 ‘법고창신’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소개되지만, 원문의 핵심 구절은 “法古而知變,刱新而能典”이다. 네 글자 ‘法古刱新’이 이어진 곳은 한 번 있는데, “명나라의 여러 문인들이 법고와 창신을 두고 서로 헐뜯었으나 모두 바른 길을 얻지 못했다(此有明諸家於法古刱新。互相訾謷而俱不得其正)”는 대목으로, 서로 다투던 두 입장을 나란히 이른 말이다.[2] ‘법고창신’을 박지원 문장론의 이름으로 묶어 부르는 것은 뒷날의 요약이다. 한국고전종합DB의 문집 원문에서도 ‘法古創新’·‘法古刱新’이 한 단어처럼 쓰인 예는 따로 보이지 않는다.
〈초정집서〉는 둘을 똑같이 섞으라고만 하지 않는다. 박지원은 박제가의 글이 진·한의 글을 사모하면서도 자취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칭찬하면서도, 진부한 말을 버리는 데 힘쓰다 보면 근거가 없어지고 논의가 너무 높으면 법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경계했다. 그리고 “새것을 만들다가 교묘해지느니 차라리 옛것을 본받다가 고루해지는 편이 낫다(與其刱新而巧也。無寧法古而陋也)”고 덧붙였다.[2] 오늘날 ‘법고창신’은 흔히 혁신 쪽에 무게를 두어 쓰이지만, 원문의 결론은 오히려 근본을 잃지 말라는 쪽에 더 가깝다.
박지원의 손자 박규수(朴珪壽)의 행장은 그의 문장을 칭찬하며 “法古而知變,刱新而能典”이라는 구절을 그대로 썼다. 이 말이 집안에서 문장의 기준으로 이어졌음을 보여 준다.[3]
- 전통 한옥의 구조를 살리면서 현대 단열 기술을 더한 이 건물은 법고창신의 좋은 예이다.
- 레거시 시스템의 검증된 업무 규칙은 그대로 옮기고 구현은 새로 짜는 것이 이번 차세대 사업의 법고창신 원칙이다.
- 그는 옛 판소리 대목을 바탕으로 새 창작곡을 만들며 법고창신을 실천했다.
- ↑ 1.0 1.1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박지원”,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21216, 확인날짜=2026-10-03.
- ↑ 2.0 2.1 2.2 2.3 박지원(朴趾源), 〈초정집서(楚亭集序)〉, 《연암집(燕巖集)》 권1,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568A_0010_010_0030, 확인날짜=2026-10-03.
- ↑ 박선수(朴瑄壽) 원찬, 김윤식(金允植) 산보, 〈절록환재선생행장초(節錄瓛齋先生行狀草)〉, 《환재집(瓛齋集)》,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632A_0010_000_0020, 확인날짜=2026-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