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징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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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징악(勸善懲惡)은 착한 일을 권장하고 악한 일을 징계함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 줄여서 ‘권징(勸懲)’이라고도 한다.[1]
본래는 나라를 다스리는 원리, 곧 상과 벌을 분명히 하여 백성이 선을 따르고 악을 멀리하게 한다는 정치·교화의 말이었다. 역사서를 쓰는 목적을 말할 때도 자주 쓰였다. 오늘날에는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는 이야기 구조를 가리키는 문학 용어로 더 흔히 쓰이며, “권선징악의 결말”, “권선징악적 주제”처럼 말한다. 중국어와 일본어에서도 같은 한자로 쓰며, 일본어로는 ‘勧善懲悪(かんぜんちょうあく)’라고 한다.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은 이 말의 뿌리를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성공(成公) 14년(기원전 577년) 기사에서 찾는다.[2] 노나라의 숙손교여(叔孫僑如)가 제나라에서 성공의 부인을 맞아 올 때, 《춘추》가 떠날 때는 그를 ‘숙손교여’라 쓰고 돌아올 때는 족명(族名) ‘숙손’을 빼고 ‘교여’라고만 써서 부인을 높였다는 설명 끝에 다음 평이 붙어 있다.
故君子曰:春秋之稱,微而顯,志而晦,婉而成章,盡而不汙,懲惡而勸善,非聖人誰能脩之。
“그러므로 군자는 이렇게 말한다. 《춘추》의 호칭은 말은 적어도 뜻이 드러나고, 사실을 적으면서도 뜻은 은근하며, 완곡하면서도 문장을 이루고, 남김없이 다 적으면서도 굽히지 않으며, 악을 징계하고 선을 권한다. 성인이 아니면 누가 이렇게 지을 수 있겠는가.”
곧 권선징악은 처음에 공자가 엮었다는 《춘추》의 필법, 곧 한 글자의 호칭으로 칭찬과 비난을 담는 ‘춘추필법(春秋筆法)’을 기린 말이었다. 진(晉)나라 두예(杜預)는 〈춘추경전집해서(春秋經傳集解序)〉에서 《좌전》의 이 다섯 구절을 《춘추》 서술의 다섯 가지 체례(五例)로 정리했다. 그 다섯째인 ‘징악이권선’에 대해서는 명성을 구하던 자는 오히려 이름이 지워지고, 악을 덮으려던 자는 오히려 이름이 드러나게 적는 것(求名而亡,欲蓋而章)이라 풀고, 위(衛)나라 제표(齊豹)를 이름 없이 ‘도둑(盜)’으로만 적은 일과 땅을 가지고 노나라로 달아나 온 세 사람의 이름을 밝혀 적은 일(書齊豹盜、三叛人名之類是也)을 예로 들었다.[4] 이후 역사서는 선악을 기록해 뒷사람에게 권계(勸戒)를 남기는 것이라는 생각이 이어져, 당나라 위징(魏徵) 등의 《군서치요(群書治要)》 서문도 좌사·우사가 일과 말을 기록한 것은 “모두 덕을 밝히고 잘못을 막으며 선을 권하고 악을 징계하려는 것(皆所以昭德塞違,勸善懲惡)”이라고 했다.[5]
‘勸善懲惡’의 순서로 쓴 예는 한나라 때부터 보인다.
- 《한서(漢書)》 권76 〈장창전(張敞傳)〉에는 전한 선제(宣帝) 때 교동(膠東)의 재상으로 가게 된 장창이 “다스리기 어려운 고을은 상과 벌이 아니면 선을 권하고 악을 징계할 수 없다”며 도적을 잡는 데 공을 세운 관리에게 삼보(三輔)의 예에 준하는 상을 달라고 청한 대목이 있다.[2][6]
- 후한 왕충(王充)의 《논형(論衡)》 〈일문(佚文)〉에는 “그러니 문인의 붓은 선을 권하고 악을 징계하는 것이다(然則文人之筆,勸善懲惡也)”라는 구절이 있다.[7]
- 후한 왕부(王符)의 《잠부론(潛夫論)》 〈삼식(三式)〉은 공이 있어도 상을 주지 않고 덕이 없어도 깎지 않는 당시 세태를 두고 “선을 권하고 악을 징계하며 충성스럽고 어진 이를 이끌어 풍속을 바꾸는 법도가 결코 아니다”라고 비판했다.[2]
《성어전》은 ‘권선계악(勸善戒惡)’, ‘권선출악(勸善黜惡)’을 같은 뜻의 다른 형태로 들고, 《좌전》의 어순을 따른 ‘징악권선(懲惡勸善)’도 따로 싣는다.[2][8]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24건이 있다. 가장 이른 것은 태종 8년(1408) 4월 10일, 사간원이 전 호군 이지성(李之誠)을 순금사에 가두었다가 곧 귀양 보낸 처분의 까닭을 밝히라고 청한 상소이다. 사간원은 “상과 벌은 나라의 큰 권병이니, 한 사람을 상 주면 천만 사람이 힘쓰고 한 사람을 벌하면 천만 사람이 징계된다”면서 까닭을 알리지 않는 처벌은 “옛날의 권선징악하는 도리가 아니다(非古者勸善懲惡之道也)”라고 했다.[9]
한국 고전 소설의 주제를 설명할 때 가장 흔히 드는 말이기도 하다. 〈흥부전〉, 〈콩쥐팥쥐전〉처럼 착한 인물이 복을 받고 악한 인물이 벌을 받는 이야기가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604년에 제정되었다고 《일본서기(日本書紀)》가 전하는 〈17조 헌법(十七条憲法)〉 제6조는 “악을 징계하고 선을 권함은 옛날의 좋은 법이다(懲惡勸善,古之良典)”로 시작한다.[10] 《일본국어대사전》은 네 글자 ‘勧善懲悪’의 첫 용례로 《오에이본 논어초(応永本論語抄)》(1420)의 “《좌전》은 권선징악을 근본으로 삼는다”를 든다.[11]
에도 시대 후기에는 권선징악이 소설과 연극이 지녀야 할 기본 원리로 여겨졌고, 교쿠테이 바킨(曲亭馬琴)의 《난소사토미 팔견전(南総里見八犬伝)》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메이지 시대에 쓰보우치 쇼요(坪内逍遙)는 《소설신수(小説神髄)》(1885~1886)에서 바킨의 권징주의를 비판하고 인정(人情)을 그리는 것이 소설의 본령이라고 주장했으며, 이것이 일본 근대 소설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12]
| 한자 | 음 | 기본 의미 | 성어 안의 의미 |
|---|---|---|---|
| 勸 | 권 | 권하다 | 권장하다, 북돋우다 |
| 善 | 선 | 착하다 | 착한 일 |
| 懲 | 징 | 징계하다 | 벌을 주어 경계하다 |
| 惡 | 악 | 악하다 | 악한 일 |
- 이 게임의 시나리오는 전형적인 권선징악 구조라 결말이 쉽게 예상된다.
- 버그 바운티 제도는 취약점을 제보한 사람에게는 보상을, 악용한 사람에게는 법적 책임을 묻는다는 점에서 일종의 권선징악 장치이다.
- 옛이야기는 대개 권선징악으로 끝난다.
-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勸善區)의 이름은 권선동에서 왔다. 권선구청은 고려 말 한림학사 이고(李皐)가 벼슬을 버리고 이곳에 살며 백성에게 어질고 착하게 살기를 권했다는 데서 ‘권선’이라는 동 이름이 비롯되었다고 소개한다.[13]
- 권징(勸懲), 징권(懲勸): 같은 뜻이다.
- 징악권선(懲惡勸善), 권선계악(勸善戒惡): 같은 뜻의 다른 형태.
- 인과응보(因果應報): 선악의 행위에 따라 그에 맞는 결과가 돌아옴.
- 사필귀정(事必歸正):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길로 돌아감.
- 개과천선(改過遷善): 지난날의 허물을 고치고 착하게 됨.
- 반대 의미로 권선징악을 뒤집은 ‘권악징선(勸惡懲善)’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 영어의 시적 정의(poetic justice): 문학 작품에서 선은 보상받고 악은 벌을 받게 하는 결말.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권선징악”,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A%B6%8C%EC%84%A0%EC%A7%95%EC%95%85, 확인날짜=2026-09-27.
- ↑ 2.0 2.1 2.2 2.3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勸善懲惡”,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0589, 확인날짜=2026-09-27.
- ↑ 《춘추좌씨전》 성공(成公) 14년.
- ↑ 두예(杜預), 〈춘추경전집해서(春秋經傳集解序)〉.
- ↑ 위징 외, 《군서치요(群書治要)》 서(序).
- ↑ 반고, 《한서》 권76 〈조윤한장양왕전(趙尹韓張兩王傳)〉 장창.
- ↑ 왕충, 《논형(論衡)》 〈일문(佚文)〉.
-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懲惡勸善”,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9174, 확인날짜=2026-09-27.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태종실록》 15권, 태종 8년 4월 10일 무자 2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ca_10804010_002, 확인날짜=2026-09-27.
- ↑ 《일본서기(日本書紀)》 권22, 스이코 천황 12년 4월 조 〈헌법 17조〉 제6조.
- ↑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勧善懲悪”,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8B%A7%E5%96%84%E6%87%B2%E6%82%AA, 확인날짜=2026-09-27.
- ↑ 《일본대백과전서(日本大百科全書)》(닛포니카)·《개정신판 세계대백과사전(改訂新版 世界大百科事典)》, “勧善懲悪”,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8B%A7%E5%96%84%E6%87%B2%E6%82%AA, 확인날짜=2026-09-27.
- ↑ 수원시 권선구청, “권선2동 – 역사와 연혁”, https://ksun.suwon.go.kr/submain_view.asp?TopID=sub01&MenuID=sub010309, 확인날짜=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