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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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회생(起死回生)은 거의 죽을 뻔하다가 도로 살아남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1]
글자대로는 ‘죽은 사람을 일으켜 살려 낸다’는 뜻으로, 본래는 죽어 가는 사람을 살려 내는 뛰어난 의술이나 신선의 술법을 가리켰다. 여기서 ‘기사(起死)’는 ‘죽은 이가 일어난다’가 아니라 ‘죽은 이를 일으킨다’로, ‘사(死)’가 ‘기(起)’의 목적어이다. 오늘날에는 망하기 직전의 기업이나 패색이 짙던 경기, 위태롭던 처지가 되살아나는 것을 가리켜 “기사회생하다”, “기사회생의 한 골”처럼 널리 쓴다.
중국어에서도 같은 한자로 쓰며,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은 “죽어 가는 사람을 다시 살린다. 뒤에 아무 희망이 없던 형세를 되돌린다는 비유로 쓰였다”고 풀이한다.[2] 일본어로는 ‘起死回生(きしかいせい)’라고 한다.
《성어전》은 이 말의 뿌리를 《사기(史記)》 권105 〈편작창공열전(扁鵲倉公列傳)〉에서 찾는다.[2] 전국 시대의 명의 편작(扁鵲)이 괵(虢)나라를 지날 때 태자가 갑자기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편작은 죽은 지 반나절이 안 되었다는 말을 듣고 이는 기운이 막혀 죽은 것처럼 보이는 ‘시궐(尸蹷)’일 뿐 태자는 죽지 않았다고 하고, 제자에게 침을 갈게 하여 삼양오회(三陽五會) 혈자리에 놓았다. 얼마 뒤 태자가 깨어났고, 약을 데워 겨드랑이 아래를 번갈아 찜질하자 일어나 앉았으며, 20일 동안 탕약을 먹고 회복되었다.
故天下盡以扁鵲為能生死人。扁鵲曰:「越人非能生死人也,此自當生者,越人能使之起耳。」
“그리하여 천하 사람들이 모두 편작이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편작은 ‘저는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 사람은 본래 살 사람이었고, 저는 그를 일으켰을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세상은 편작을 ‘죽은 이를 살린 의원’으로 칭송했지만, 정작 편작은 살 수 있는 사람을 일으켰을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기사회생이라는 말은 이 이야기에서 나온 ‘명의가 죽은 이를 살려 낸다’는 뜻에서 출발해, 절망적인 형세를 되돌린다는 비유로 넓어졌다.[2]
- 《국어(國語)》 〈오어(吳語)〉에서 월왕 구천의 사신 제계영(諸稽郢)은 오왕 부차에게 화친을 청하며 “임금께서 월나라에 베푸신 은혜는 죽은 사람을 일으키고 백골에 살을 붙이는 것과 같습니다(君王之於越也,繄起死人而肉白骨也)”라고 했다.[4] ‘기사인이육백골(起死人而肉白骨)’은 죽을 사람을 살려 주는 큰 은혜를 이르는 말로 쓰였다.
- 《춘추좌씨전》 양공(襄公) 22년에는 초나라의 영윤 위자풍(薳子馮)이 신숙예(申叔豫)의 충고를 듣고 화를 면한 뒤 “신숙 선생은 이른바 죽은 이를 살리고 뼈에 살을 붙여 준 분이다(夫子所謂生死而肉骨也)”라고 한 말이 있다.[5]
네 글자로 쓴 이른 예는 북송 초(978)에 엮은 《태평광기(太平廣記)》 권59가 《여선전(女仙傳)》에서 인용한 〈태현녀(太玄女)〉 이야기이다. 도술을 익힌 여선 태현녀가 서른여섯 가지 술법을 부려 “죽은 이를 일으켜 살려 내어 사람을 수없이 구했다(起死迴生,救人無數)”는 대목으로, 글자는 ‘回’ 대신 ‘迴’로 되어 있다.[2]
나무위키 등에서는 이 〈태현녀〉 이야기를 기사회생의 출전으로 소개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네 글자가 이른 시기에 보이는 예일 뿐이다. 《성어전》은 말의 뿌리를 이보다 훨씬 앞선 《사기》의 편작 이야기에서 찾는다.[2]
‘起死回生’의 글자 그대로의 이른 예로는 남송의 법의학자 송자(宋慈)가 순우(淳祐) 7년(1247)에 쓴 《세원집록(洗冤集錄)》 서문이 있다. 송자는 억울한 죽음을 밝히는 검시의 공은 “죽은 이를 살려 내는 것과 같은 공효(當與起死回生同一功用)”라고 했다.[6] 이후 원나라 잡극 《박망소둔(博望燒屯)》의 “의술로 말하면 죽은 이를 살려 내고(論醫起死回生)”, 명나라 《경세통언》, 《성세항언》, 청나라 《경화연(鏡花緣)》 등 여러 소설과 희곡에 두루 쓰였다.[2]
- 이지함(李之菡)은 포천 현감으로 있을 때 올린 상소에서 포천현을 오장이 병들고 피가 말라 아침저녁으로 죽게 된 어미 잃은 아이에 비기며, 황제(黃帝)나 기백(岐伯) 같은 명의라도 온갖 방법을 다한 뒤에야 “기사회생의 도리(起死回生之道)”를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7]
- 《조선왕조실록》에는 원문 기준으로 5건이 있다. 가장 이른 것은 선조 37년(1604) 1월 12일 선조의 비망기로, “의약은 죽어 가는 사람을 살리는 것이니 그 관계되는 바가 어찌 중하지 않겠는가(醫藥, 起死回生, 其所關豈不重哉)”라며 약을 제때 짓지 않고 가짜 약재를 쓴 내의원 관원을 추고하게 했다.[8]
| 한자 | 음 | 기본 의미 | 성어 안의 의미 |
|---|---|---|---|
| 起 | 기 | 일어나다, 일으키다 | 일으키다 |
| 死 | 사 | 죽다 | 죽은 (또는 죽어 가는) 사람 |
| 回 | 회 | 돌다, 돌이키다 | 되돌리다 |
| 生 | 생 | 살다 | 삶 |
- 랜섬웨어로 서버가 모두 잠겼지만, 오프라인 백업 덕분에 회사는 기사회생했다.
- 탈락 위기에 몰린 팀이 마지막 경기 종료 직전의 동점골로 기사회생했다.
- 폐업 직전의 가게가 입소문을 타면서 기사회생했다.
- 회생(回生), 소생(蘇生): 다시 살아남.
- 구사일생(九死一生):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고 겨우 살아남.
- 기사인이육백골(起死人而肉白骨): 죽은 사람을 일으키고 백골에 살을 붙임. 큰 은혜를 이른다. 《국어》의 표현.
- 묘수회춘(妙手回春): 뛰어난 솜씨로 병을 고침. 《성어전》은 ‘기사회생’은 죽을 지경의 중환자를 살려 내는 데, ‘묘수회춘’은 병을 고치는 일 전반에 쓴다고 구별한다.[2]
- 회생기사(回生起死), 반사회생(反死回生): 같은 뜻의 다른 형태.[2]
- 반대 의미: 회천핍술(回天乏術): 형세를 되돌릴 방법이 없음. 《성어전》이 반대말로 든다.[2]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기사회생”,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A%B8%B0%EC%82%AC%ED%9A%8C%EC%83%9D, 확인날짜=2026-09-27.
- ↑ 2.0 2.1 2.2 2.3 2.4 2.5 2.6 2.7 2.8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起死回生”,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956, 확인날짜=2026-09-27.
- ↑ 사마천, 《사기》 권105 〈편작창공열전(扁鵲倉公列傳)〉.
- ↑ 《국어(國語)》 권19 〈오어(吳語)〉.
- ↑ 《춘추좌씨전》 양공(襄公) 22년.
- ↑ 송자(宋慈), 《세원집록(洗冤集錄)》 서(序).
- ↑ 이지함, 〈이포천시상소(莅抱川時上疏)〉, 《토정유고(土亭遺稿)》,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원문 검색,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09-27.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선조실록》 170권, 선조 37년 1월 12일 계해 2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na_13701012_002, 확인날짜=2026-09-27.
- ↑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起死回生”,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8%B5%B7%E6%AD%BB%E5%9B%9E%E7%94%9F, 확인날짜=2026-09-27.
- ↑ 《사자숙어를 아는 사전(四字熟語を知る辞典)》, “起死回生” 해설,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8%B5%B7%E6%AD%BB%E5%9B%9E%E7%94%9F, 확인날짜=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