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양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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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양지가(洛陽紙價)는 ‘낙양의 종잇값’이라는 뜻으로, 본래 ‘낙양의 종잇값이 오른다’는 ‘낙양지가귀(洛陽紙價貴)’를 줄인 말이다. 책이나 글이 크게 호평을 받아 널리 읽히고 잘 팔림을 비유한다.[1] 오늘날의 ‘베스트셀러’에 해당하는 말이다.
낙양지가는 “낙양지가를 올리다”, “낙양의 지가를 높이다”처럼 서술어와 함께 쓰는 경우가 많다. 서진(西晉)의 문인 좌사(左思)가 지은 〈삼도부(三都賦)〉를 사람들이 앞다투어 베껴 쓰는 바람에 수도 낙양의 종이값이 올랐다는 고사에서 나왔다.
같은 고사를 두고 여러 형태가 쓰인다.
- 한국어: 낙양지가, 낙양지가귀(洛陽紙價貴), 낙양지귀(洛陽紙貴)
- 중국어: 洛陽紙貴(luò yáng zhǐ guì), 紙貴洛陽[2]
- 일본어: 洛陽の紙価を高める(らくようのしかをたかめる)
표준국어대사전과 우리말샘에는 이 가운데 어느 형태도 표제어로 올라 있지 않다.
《진서(晉書)》 권92 〈문원열전(文苑列傳)〉의 좌사전에 나온다.[3]
좌사(左思, 자는 태충(太沖))는 제나라 땅 임치(臨淄) 사람이다. 용모가 볼품없고 말을 더듬었으며 사람 사귀기를 좋아하지 않았으나, 글솜씨는 장려했다. 1년 걸려 〈제도부(齊都賦)〉를 지은 뒤, 위·촉·오 세 나라의 도읍을 읊는 〈삼도부〉를 구상했다. 마침 누이 좌분(左芬)이 궁에 들어가자 집을 낙양으로 옮겼고, 성도(成都)의 사정을 알려고 저작랑 장재(張載)를 찾아가 묻기도 했다. 10년 동안 구상하면서 대문과 뜰, 울타리와 뒷간에까지 붓과 종이를 두고 좋은 구절이 떠오르면 바로 적었으며, 견문이 넓지 못하다고 여겨 스스로 비서랑(秘書郎)이 되기를 청해 책을 읽었다.
그러나 부가 완성된 뒤에도 사람들은 그다지 대단하게 여기지 않았다. 좌사는 명망 높던 황보밀(皇甫謐)에게 작품을 보였고, 황보밀이 감탄하여 서문을 써 주었다. 장재가 〈위도부〉에, 유규(劉逵)가 〈오도부〉·〈촉도부〉에 주석을 달았고, 위권(衛權)은 〈약해(略解)〉를 지었다. 이어 사공(司空) 장화(張華)가 “반고·장형의 부류이다. 읽는 이가 다 읽고 나서도 여운이 남고, 오래 두고 읽어도 새롭다(班張之流也。使讀之者盡而有餘,久而更新)”고 격찬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於是豪貴之家競相傳寫,洛陽為之紙貴。
“이에 권세 있고 부유한 집안들이 앞다투어 베껴 쓰니, 낙양이 이 때문에 종이값이 올랐다.”[3] 인쇄술이 없어 손으로 베껴 쓸 수밖에 없던 시대였기에, 종이 수요가 늘어 값이 오른 것이다.
같은 전에는 뒷이야기가 붙어 있다. 오나라 출신의 문장가 육기(陸機)도 낙양에 들어와 〈삼도부〉를 지으려다가 좌사가 쓰고 있다는 말을 듣고 손뼉을 치며 웃었다. 그러고는 아우 육운(陸雲)에게 “이곳에 웬 촌뜨기(傖父)가 〈삼도부〉를 짓겠다고 하니, 다 되거든 술독 덮개로나 써야겠다(須其成,當以覆酒甕耳)”는 편지를 보냈다. 그러나 막상 좌사의 부가 나오자 육기는 크게 탄복하여 더 보탤 것이 없다고 여기고 붓을 꺾었다.[3]
〈삼도부〉를 언제 완성했는지는 학설이 갈린다. 장젠윈(姜劍雲)은 앞선 학설을 태강(太康) 원년(280) 오나라 멸망 이전이라는 푸쉬안충(傅璇琮)의 설, 원강(元康) 원년(291) 무렵 이후라는 장량푸(姜亮夫)의 설, 295년 무렵이라는 머우스진(牟世金)·쉬촨우(徐傳武)의 설, 태안(太安) 2년(303)이라는 루칸루(陸侃如)의 설 네 가지로 정리했다. 그러고는 서문을 써 준 황보밀이 태강 3년(282)에 죽은 점, 오나라가 이미 평정된 뒤에 지었다는 기록, 누이 좌분이 입궁한 태시(泰始) 8년(272)부터 ‘10년 구상’을 헤아린 점 등을 근거로 태강 2년(281) 무렵 완성되었다고 보았다.[4]
《세설신어(世說新語)》 〈문학(文學)〉에는 동진의 유천(庾闡, 자는 중초(仲初))이 〈양도부(揚都賦)〉를 지어 유량(庾亮)에게 바치자, 유량이 친족의 정으로 “〈이경부〉와 견주면 셋째, 〈삼도부〉와 견주면 넷째는 된다(可三二京,四三都)”고 치켜세웠고, 그 바람에 “사람마다 다투어 베끼니 도읍의 종이값이 올랐다(人人競寫,都下紙為之貴)”는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에는 사안(謝安)이 “그렇지 않다. 이것은 집 아래 집을 얹은 것(屋下架屋)일 뿐, 일마다 흉내 내어 좁고 옹색함을 면치 못했다”고 깎아내린 말이 이어진다.[5] 모방작도 유행을 타면 종이값을 올릴 수 있었던 셈이다.
《성어전》은 비슷한 뜻의 말로 ‘도성지귀(都城紙貴)’를 든다.[1]
- 중국: 명대에 널리 읽힌 아동용 교재 《유학경림(幼學瓊林)》은 “다투어 좋은 글을 숭상하는 것을 ‘洛陽紙貴’라 한다(競尚佳章,曰洛陽紙貴)”고 적어, 이 말을 문장 교양의 상용구로 가르쳤다.[6] 현대 중국어에서도 “一時洛陽紙貴(한때 낙양의 종잇값을 올렸다)”처럼 흔히 쓴다.
- 조선: 윤근수(尹根壽)는 경림부원군 김명원(金命元)의 제문에서 그가 요승 보우(普雨)를 처단하라는 상소를 썼을 때 “도성 사람들이 전하여 외우니 낙양의 종이가 귀해졌다(都人傳誦,洛陽紙貴)”고 회고했다.[7] 19세기에 홍병위(洪秉瑋)가 조면호(趙冕鎬)에게 종이 백 장을 보내며 “낙양 종잇값이 은보다 귀하다(洛陽紙價貴於銀)”는 시를 붙이자, 조면호가 답례의 시를 지었다.[8]
- 일본: 《일본국어대사전》은 ‘洛陽の紙価を高める’의 첫 용례로 야다 소운(矢田挿雲)의 《에도에서 도쿄로(江戸から東京へ)》(1921)를 든다.[9] 일본어에서는 ‘紙価(しか)’를 발음이 같은 ‘市価(시가)’로 잘못 쓰는 일이 있어 사전이 따로 주의를 준다.[10]
| 한자 | 음 | 기본 의미 | 성어 안의 의미 |
|---|---|---|---|
| 洛 | 낙(락) | 강 이름 | 낙양(洛陽), 서진의 도읍 |
| 陽 | 양 | 볕 | 낙양 |
| 紙 | 지 | 종이 | 종이 |
| 價 | 가 | 값 | 값 |
| (貴) | 귀 | 귀하다, 비싸다 | 값이 오르다 |
‘洛’의 본음은 ‘락’이지만, 단어 첫머리에 오는 ‘낙양’에서는 두음 법칙에 따라 ‘낙’으로 읽는다.
- 그 개발자가 쓴 쿠버네티스 입문서는 출간 한 달 만에 5쇄를 찍으며 낙양지가를 올렸다.
- 공개된 침해사고 분석 보고서가 업계에서 낙양지가를 올리자, 회사는 영문판도 내기로 했다.
- 한때 낙양지가를 올린 소설도 시간이 지나면 잊히기 마련이다.
- 낙양지가귀(洛陽紙價貴), 낙양지귀(洛陽紙貴), 지귀낙양(紙貴洛陽): 같은 뜻의 말.
- 도성지귀(都城紙貴): 도성의 종잇값이 오름. 《성어전》이 비슷한 말로 든다.
- 옥하가옥(屋下架屋): 집 아래 또 집을 얹는다는 뜻으로, 독창성 없이 남의 것을 되풀이함. 《세설신어》의 같은 대목에서 나왔다.
- 반대 의미: 핍인문진(乏人問津): 찾는 사람이 없음. 《성어전》이 반대말로 든다.
- ↑ 1.0 1.1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洛陽紙貴”,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99, 확인날짜=2026-09-26.
-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紙貴洛陽”,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798, 확인날짜=2026-09-26.
- ↑ 3.0 3.1 3.2 방현령(房玄齡) 등, 《진서(晉書)》 권92 〈문원열전·좌사(左思)〉.
- ↑ 장젠윈(姜劍雲), 〈《삼도부》 찬년 의안 신단(《三都賦》撰年疑案新斷)〉, 《북경대학학보(철학사회과학판)(北京大學學報(哲學社會科學版))》 제39권 제6기, 2002, https://ccj.pku.edu.cn/Article/DownLoad?id=271013210&type=ArticleFile, 확인날짜=2026-09-26.
- ↑ 유의경(劉義慶), 《세설신어》 〈문학〉.
- ↑ 정등길(程登吉), 《유학경림(幼學瓊林)》 권4.
- ↑ 윤근수, 《월정집(月汀集)》 권7 〈제경림부원군문(祭慶林府院君文)〉.
- ↑ 조면호, 《옥수집(玉垂集)》 권10 〈사홍연사송지(謝洪蓮史送紙)〉.
- ↑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洛陽の紙価を高める”,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6%B4%9B%E9%99%BD%E3%81%AE%E7%B4%99%E4%BE%A1%E3%82%92%E9%AB%98%E3%82%81%E3%82%8B, 확인날짜=2026-09-26.
- ↑ 《디지털 다이지센(デジタル大辞泉)》, “洛陽の紙価を高める”,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6%B4%9B%E9%99%BD%E3%81%AE%E7%B4%99%E4%BE%A1%E3%82%92%E9%AB%98%E3%82%81%E3%82%8B, 확인날짜=2026-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