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형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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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형난제(難兄難弟)는 누구를 형이라 하고 누구를 아우라 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두 사물이 비슷하여 낫고 못함을 정하기 어려움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1]
난형난제는 실력이나 됨됨이가 엇비슷한 두 사람, 또는 두 대상을 견줄 때 쓴다. 원래는 형제가 모두 뛰어나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칭찬이었지만, 형제가 아닌 사람이나 사물에도 널리 쓰인다. 또 ‘둘 다 못나기는 마찬가지’라는 비꼬는 뜻으로 쓰이는 일도 많다.
남조 송나라 유의경(劉義慶)의 《세설신어(世說新語)》 〈덕행(德行)〉에 나오는 후한 진식(陳寔) 집안의 이야기에서 나왔다.[2][3]
陳元方子長文有英才,與季方子孝先,各論其父功德,爭之不能決,咨於太丘。太丘曰:「元方難爲兄,季方難爲弟。」
“진원방의 아들 장문은 빼어난 재주가 있었는데, 계방의 아들 효선과 함께 저마다 제 아버지의 공덕을 내세우며 다투다가 결판이 나지 않자 태구에게 물었다. 태구가 말했다. ‘원방은 형 노릇 하기 어렵고, 계방은 아우 노릇 하기 어렵다.’”
태구(太丘)는 태구현의 장을 지낸 진식을 가리킨다. 진식과 두 아들 원방 진기(陳紀), 계방 진심(陳諶)은 모두 덕행으로 이름나 당시 ‘삼군(三君)’으로 불렸다.[2] 사촌 형제인 진군(陳群, 자 장문)과 진충(陳忠, 자 효선)이 서로 제 아버지가 낫다고 다투자, 할아버지 진식은 형이 더 낫다고 하기도, 아우가 더 낫다고 하기도 어렵다며 두 아들을 똑같이 높였다. 판본에 따라서는 이 대답이 “원방은 아우 노릇 하기 어렵고, 계방은 형 노릇 하기 어렵다(元方難爲弟,季方難爲兄)”로 되어 있기도 하다.[2]
《성어전》은 뒤에 쓰인 예로 《구당서(舊唐書)》 〈목녕 등 열전〉의 찬(贊) “설씨 세 집안이 난형난제로다(薛氏三門,難兄難弟)”, 명나라 희곡 《사희기(四喜記)》, 《유림외사(儒林外史)》 제49회 등을 든다. 같은 뜻으로 ‘원방계방(元方季方)’, 순서를 바꾼 ‘난제난형(難弟難兄)’도 쓰였다.[2]
《성어전》은 이 말의 뜻을 두 갈래로 정리한다.[2]
- 난(難, nán)으로 읽을 때: 형제가 모두 뛰어나 높고 낮음을 가리기 어렵다는 본래 뜻이다. 후대에는 이 뜻을 뒤집어 두 사람이 똑같이 형편없다고 비꼬는 데 많이 쓰였다.
- 난(難, nàn)으로 읽을 때: ‘재난·환난’의 난으로 읽어, 같은 곤경에 함께 처한 사람, 고생을 함께 겪은 친구를 가리킨다. 현대 중국어에서는 이 뜻으로 자주 쓴다.
한국에서도 칭찬과 비꼼의 두 뜻이 모두 쓰였다.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9건이 있다.
- 칭찬: 숙종 31년(1705) 김창흡(金昌翕)을 세자익위사 익위로 삼은 기사에서 사관은 그가 둘째 형 김창협(金昌協)과 함께 학문에 힘써 사람들이 “난형난제”라 일컬었다고 적었다.[4]
- 비꼼: 숙종 15년(1689) 기사에서는 최석항(崔錫恒)이 희빈 장씨의 아버지 장형(張炯)의 집에 내리는 제문을 아첨하는 말로 지었고, 그 형 최석정(崔錫鼎)은 장형에게 의정을 추증하는 명을 받들어 행했다며 “난형난제라 할 만하다”는 세평을 전한다.[5] 영조는 역모에 연루된 두 집안을 두고 “민가와 윤가는 참으로 난형난제로다(閔哥、尹哥,眞難兄難弟者也)”라고 했다.[6]
문집에서는 칭찬하는 뜻이 많다. 서거정(徐居正)은 형은 형조판서, 아우는 호조판서가 된 어(魚)씨 형제를 두고 “형조와 호조 가운데 누가 으뜸이고 누가 버금인가, 난형난제로 아우와 형이 같구나(司寇司徒誰甲乙,難兄難弟弟兄如)”라고 농을 건넸다.[7] 김종직(金宗直)도 김준손·김기손 형제를 “원방과 계방처럼 난형난제”라고 칭찬했다.[8]
| 한자 | 음 | 기본 의미 | 성어 안의 의미 |
|---|---|---|---|
| 難 | 난 | 어렵다 | ~하기 어렵다 |
| 兄 | 형 | 형 | 형(으로 삼다) |
| 難 | 난 | 어렵다 | ~하기 어렵다 |
| 弟 | 제 | 아우 | 아우(로 삼다) |
- 현대 중국어에서 ‘難兄難弟’는 ‘고생을 함께한 동지’, 나아가 ‘같은 처지에 놓인 딱한 두 사람’이라는 뜻으로 더 자주 쓰인다(위 ‘뜻의 변화’ 참고). 중국어 글에서 이 말을 한국어의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로 옮기면 뜻이 틀어질 수 있다.
- 한국어의 난형난제는 비교 대상이 형제일 필요가 없다.
- 1997년 홍콩 TVB가 방영한 코미디 드라마 《난형난제(難兄難弟)》(영어 제목 Old Time Buddy)는 1960~70년대 홍콩 연예계에서 성공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로, 뤄자량(羅嘉良)·우전위(吳鎮宇)·쉬안쉬안(宣萱)·장커이(張可頤)가 주연을 맡았고 그해 TVB 최우수 드라마로 뽑혔다.[9] 제목의 ‘難兄難弟’는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는 뜻이 아니라, 함께 고생한 동료라는 현대 중국어의 뜻에 가깝다.
- 두 오픈소스 라이브러리는 성능과 문서 수준 모두 난형난제여서, 결국 라이선스 조건을 보고 하나를 골랐다.
- 결승에 오른 두 선수의 기량은 난형난제라 할 만했다.
- 두 후보의 공약이 모두 재원 대책이 없기로는 난형난제이다.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난형난제”,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82%9C%ED%98%95%EB%82%9C%EC%A0%9C, 확인날짜=2026-09-26.
- ↑ 2.0 2.1 2.2 2.3 2.4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難兄難弟”,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413, 확인날짜=2026-09-26.
- ↑ 유의경, 《세설신어(世說新語)》 〈덕행(德行)〉.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숙종실록》 42권, 숙종 31년 8월 23일 갑인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sa_13108023_001, 확인날짜=2026-09-26.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숙종실록》 21권, 숙종 15년 5월 4일 기해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sa_11505004_001, 확인날짜=2026-09-26.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영조실록》 22권, 영조 5년 4월 30일 갑진 3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ua_10504030_003, 확인날짜=2026-09-26.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서거정, 〈희형조어판상(戱刑曹魚判相)〉, 《사가시집(四佳詩集)》 권45,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061A_0220_010_0660, 확인날짜=2026-09-26.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김종직, 〈송김직장준손기손형제영친청도서(送金直長駿孫驥孫兄弟榮親淸道序)〉, 《점필재문집(佔畢齋文集)》 권1,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066A_0240_000_0220, 확인날짜=2026-09-26.
- ↑ “【難兄難弟20周年】羅嘉良張可頤真青春 歌曲超洗腦出埋原聲大碟”, HK01, 2017-06-21, https://www.hk01.com/%E5%8D%B3%E6%99%82%E5%A8%9B%E6%A8%82/99483/,확인날짜=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