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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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지계(斷機之戒)는 학문을 중도에 그만두면 짜던 베의 날을 끊는 것처럼 아무 쓸모가 없게 됨을 경계한 말이다. ‘단기(斷機)’라고도 한다.[1] 맹자(孟子)가 공부를 그만두고 집에 돌아오자 그 어머니가 짜던 베를 칼로 끊어 훈계했다는 이야기에서 나왔으며, 같은 일을 ‘맹모단기(孟母斷機)’, ‘맹모단기지교(孟母斷機之敎)’라고도 한다.[2]
전한(前漢)의 유향(劉向)이 엮은 《열녀전(列女傳)》 권1 〈모의전(母儀傳)〉의 ‘추맹가모(鄒孟軻母)’ 조에 나온다. 《일본국어대사전》도 이 대목을 출전으로 든다.[4] 세 번 이사한 이야기(맹모삼천)에 바로 이어서 실려 있다.
孟子之少也,既學而歸,孟母方績,問曰:「學何所至矣?」孟子曰:「自若也。」孟母以刀斷其織。孟子懼而問其故,孟母曰:「子之廢學,若吾斷斯織也。夫君子學以立名,問則廣知,是以居則安寧,動則遠害。今而廢之,是不免於廝役,而無以離於禍患也。何以異於織績而食,中道廢而不為,寧能衣其夫子,而長不乏糧食哉!女則廢其所食,男則墮於脩德,不為竊盜,則為虜役矣。」孟子懼,旦夕勤學不息,師事子思,遂成天下之名儒。
“맹자가 어렸을 때 배우러 갔다가 돌아오니, 어머니는 마침 길쌈을 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공부는 어디까지 했느냐’고 묻자 맹자는 ‘그대로입니다’라고 답했다. 어머니는 칼로 짜던 베를 끊었다. 맹자가 두려워하며 까닭을 묻자 어머니가 말했다. ‘네가 공부를 그만두는 것은 내가 이 베를 끊는 것과 같다. 군자는 배워서 이름을 세우고 물어서 지식을 넓힌다. 그래서 가만히 있으면 편안하고 움직이면 해를 멀리한다. 지금 공부를 그만두면 남의 심부름꾼 노릇을 면치 못하고 재앙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길쌈으로 먹고사는 사람이 중도에 그만두고서 어찌 남편과 자식을 입히고 오래도록 양식이 떨어지지 않게 할 수 있겠느냐. 여자가 먹고살 일을 그만두고 남자가 덕 닦기를 게을리하면, 도둑이 되지 않으면 남의 종이 될 뿐이다.’ 맹자는 두려워하며 아침저녁으로 쉬지 않고 공부했고, 자사(子思)를 스승으로 섬겨 마침내 천하에 이름난 유학자가 되었다.”
이 조의 끝에 붙은 송(頌)에는 “아들의 배움이 나아가지 않자 베틀을 끊어 보였다(子學不進,斷機示焉)”는 구절이 있어, ‘단기(斷機)’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5]
전한의 한영(韓嬰)이 지은 《한시외전(韓詩外傳)》 권9에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실려 있다.
孟子少時誦,其母方織。孟子輟然中止,乃復進。其母知其諠也,呼而問之曰:「何為中止?」對曰:「有所失復得。」其母引刀裂其織,以此誡之。自是之後,孟子不復諠矣。
“맹자가 어려서 글을 외는데, 어머니는 옆에서 베를 짜고 있었다. 맹자가 문득 외기를 멈추었다가 다시 이어 갔다. 어머니는 아들이 잊어버린 줄 알고 불러서 ‘왜 멈추었느냐’고 물었다. 맹자가 ‘잊었다가 다시 생각났습니다’라고 하자, 어머니는 칼을 끌어다 짜던 베를 찢어 이로써 경계했다. 그 뒤로 맹자는 다시는 잊어버리지 않았다.”
《열녀전》에서는 공부를 ‘그만두고 돌아온 것’을 꾸짖는 이야기이지만, 《한시외전》에서는 글을 외다가 ‘잠깐 잊은 것’을 경계하는 이야기이다. 오늘날 널리 알려진 것은 《열녀전》 쪽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단기지계의 출전을 “《후한서》의 〈열녀전(列女傳)〉”이라고 적고 있다.[1] 그러나 맹자 어머니의 이야기는 유향의 《열녀전》 권1에 실린 것이고, 범엽(范曄)의 《후한서(後漢書)》 권84 〈열녀전〉에는 맹자 어머니의 이야기가 없다. 《후한서》 〈열녀전〉에 실린 것은 악양자(樂羊子)의 아내가 공부하러 떠났다가 한 해 만에 돌아온 남편 앞에서 칼을 들고 베틀로 가 “지금 이 베를 끊으면 이룬 공을 버리는 것이니, 학업을 중도에 그만두고 돌아온 것이 이 베를 끊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若中道而歸,何異斷斯織乎)”고 깨우친 이야기이다. 악양자는 이 말에 감동해 돌아가 학업을 마쳤고 일곱 해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7] 두 이야기가 비슷해 섞인 것으로 보인다.
‘斷機之戒’라는 네 글자는 중국 옛 문헌과 조선 문헌의 원문에서 확인되지 않는다.[8][9] 옛 글에서는 ‘단기(斷機)’ 두 글자나 ‘단기지회(斷機之誨)’, ‘단기지교(斷機之教)’처럼 썼다. 측천무후(則天武后)가 지었다는 〈신궤서(臣軌序)〉에는 “맹가(孟軻)가 이미 어질었는데도 단기의 가르침을 더했다(孟軻已賢,更益斷機之誨)”는 구절이 있고,[10] 당나라의 아동용 교재 《몽구(蒙求)》에는 “맹가의 어머니가 베틀을 끊었다(軻親斷機)”는 구절이 실렸다.[11] 북송의 여정(余靖)은 신하의 어머니에게 작위를 추증하는 글에서 그 어진 아들이 “본래 단기의 가르침에서 나왔다(本自斷機之教)”고 썼다.[12]
일본에서는 《일본국어대사전》이 무라이 겐사이(村井弦斎)의 소설 《오미 성인(近江聖人)》(1892)의 “맹모의 어짊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단기의 가르침은 지킬 각오”라는 대목을 ‘断機の戒め’의 첫 용례로 든다.[3]
| 한자 | 음 | 기본 의미 | 성어 안의 의미 |
|---|---|---|---|
| 斷 | 단 | 끊다 | 끊다 |
| 機 | 기 | 틀, 베틀 | 베틀에 걸린 베 |
| 之 | 지 | ~의 | 앞말이 뒷말을 꾸미게 함 |
| 戒 | 계 | 경계하다 | 가르침, 경계 |
- 자격증 공부를 석 달 만에 접으려는 후배에게, 선배는 단기지계를 들려주며 조금만 더 버텨 보라고 했다.
- 그 어머니의 단기지계가 아니었다면 그는 학업을 끝마치지 못했을 것이다.
- ↑ 1.0 1.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단기지계”,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8B%A8%EA%B8%B0%EC%A7%80%EA%B3%84, 확인날짜=2026-09-27.
- ↑ 2.0 2.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맹모단기지교”,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A7%B9%EB%AA%A8%EB%8B%A8%EA%B8%B0%EC%A7%80%EA%B5%90, 확인날짜=2026-09-27.
- ↑ 3.0 3.1 《디지털 대사천(デジタル大辞泉)》·《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断機の戒め”,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6%96%AD%E6%A9%9F%E3%81%AE%E6%88%92%E3%82%81, 확인날짜=2026-09-27.
- ↑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孟母断機”,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AD%9F%E6%AF%8D%E6%96%AD%E6%A9%9F, 확인날짜=2026-09-27.
- ↑ 5.0 5.1 유향(劉向), 《열녀전(列女傳)》 권1 〈모의전(母儀傳)·추맹가모(鄒孟軻母)〉.
- ↑ 한영(韓嬰), 《한시외전(韓詩外傳)》 권9.
- ↑ 범엽(范曄), 《후한서(後漢書)》 권84 〈열녀전(列女傳)·악양자처(樂羊子妻)〉.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원문 검색 “斷機之戒”, https://sillok.history.go.kr/, 확인날짜=2026-09-27.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고전원문 검색 “斷機之戒”, “斷機之敎”,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09-27.
- ↑ 측천무후(則天武后), 〈신궤서(臣軌序)〉, 《전당문(全唐文)》 권97.
- ↑ 이한(李瀚), 《몽구(蒙求)》.
- ↑ 여정(余靖), 《무계집(武溪集)》 권11.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맹모삼천지교”,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A7%B9%EB%AA%A8%EC%82%BC%EC%B2%9C%EC%A7%80%EA%B5%90, 확인날짜=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