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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螢雪之功)은 반딧불·눈과 함께 하는 노력이라는 뜻으로, 고생을 하면서 부지런하고 꾸준하게 공부하는 자세를 이르는 한자성어이다. 가난한 차윤(車胤)이 반딧불을 모아 그 빛으로 글을 읽고, 손강(孫康)이 눈빛에 비추어 글을 읽었다는 두 고사를 합친 말이다.[1]

등잔 기름조차 살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처지에서도 공부를 놓지 않는 모습, 또는 그렇게 쌓은 공부의 성과를 가리킨다. “형설지공을 쌓다”, “형설의 공” 같은 형태로 쓰며, 졸업·합격처럼 오랜 공부가 결실을 맺는 자리에서 자주 쓰인다. 두 고사를 아울러 ‘형설(螢雪)’ 또는 ‘차형손설(車螢孫雪)’이라고 하고,[2] 공부방의 창을 ‘형창(螢窓)’이라고도 한다.[3]

중국어에서는 ‘囊螢映雪’, ‘聚螢映雪’, ‘映雪囊螢’처럼 두 고사를 동사와 함께 늘어놓은 형태를 주로 쓴다.[4] 일본어에서는 ‘蛍雪の功(けいせつのこう)’라고 하며, “蛍雪の功なって合格する(형설지공이 결실을 맺어 합격하다)”처럼 쓴다.[5]

형설지공은 한 권의 책에 한꺼번에 실린 고사가 아니다. 차윤의 반딧불 이야기와 손강의 눈빛 이야기는 출처도, 시대도 다르며, 뒤에 두 이야기가 짝지어지면서 성어가 되었다.

차윤의 반딧불(囊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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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윤은 동진(東晉)의 인물이다. 당나라 때 편찬된 《진서(晉書)》 권83 〈차윤전(車胤傳)〉은 다음과 같이 적었다.[6]

胤恭勤不倦,博學多通。家貧不常得油,夏月則練囊盛數十螢火以照書,以夜繼日焉。

“차윤은 공손하고 부지런하여 게으르지 않았으며, 널리 배워 두루 통달했다. 집이 가난하여 늘 기름을 구할 수는 없었으므로, 여름밤이면 흰 명주 주머니에 반딧불이 수십 마리를 담아 책을 비추며 밤을 낮처럼 이어 공부했다.”[6]

이 이야기는 《진서》보다 앞서 남조 송의 단도란(檀道鸞)이 지은 《속진양추(續晉陽秋)》에 실려 있었다. 이 책은 전하지 않지만, 《문선(文選)》 이선(李善) 주와 《태평어람(太平御覽)》 권945 〈충치부(蟲豸部)·형(螢)〉이 인용한 문장이 남아 있다. 《태평어람》이 인용한 문장은 “車胤,字武子,好學不倦。家貧,不常得油,夏月則練囊盛數十螢火,以夜繼日焉”으로 《진서》와 거의 같다.[7]

《진서》에 따르면 차윤은 남평(南平) 사람으로, 어려서 태수 왕호지(王胡之)가 “이 아이는 크게 집안을 일으킬 것이니 공부에 전념하게 하라”고 할 만큼 눈에 띄었다. 뒤에 환온(桓溫)의 막료로 이름을 얻고, 중서시랑·시중·국자박사·태상·호군장군·단양윤 등을 거쳐 이부상서(吏部尚書)에 이르렀다. 사람을 잘 사귀어 모임에 그가 빠지면 “차공(車公)이 없으니 즐겁지 않다”는 말까지 들었다. 그러나 동진 말 회계왕 사마도자(司馬道子)의 아들 사마원현(司馬元顯)의 전횡을 사마도자에게 고발하려던 일이 새어 나가, 원현의 압박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6]

나무위키 등에는 차윤이 이부상서에 오른 뒤 “나중에는 상서랑까지 승진했다”고 소개한 경우가 있으나, 《진서》에 적힌 차윤의 마지막 관직은 이부상서이고 상서랑(尙書郞)은 이보다 낮은 벼슬이다.

손강의 눈빛(映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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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강 이야기는 《진서》에 없다. 가장 이른 기록은 짧은 한 줄로, 당나라 유서(類書)인 《예문유취(藝文類聚)》 권2와 《초학기(初學記)》 권2, 북송 《태평어람》 권12의 ‘눈(雪)’ 항목에 인용되어 있다. 《태평어람》은 출처를 《송제어(宋齊語)》로 밝혔다.[8][9]

孫康家貧,常映雪讀書,清介,交遊不雜。

“손강은 집이 가난하여 늘 눈빛에 비추어 책을 읽었으며, 성품이 맑고 곧아 아무나 사귀지 않았다.”[9] 《문선》 이선 주는 같은 문장을 《손씨세록(孫氏世錄)》이라는 집안 기록에서 인용했다.[10]

손강의 시대와 벼슬은 《남사(南史)》 권57에 나온다. 여기서 손강은 남조 양나라 초 범운(范雲)과 교유한 손백예(孫伯翳)의 아버지로 소개되며, 동진의 비서감 손성(孫盛)의 후손이다.[11]

孫伯翳,太原人,晉秘書監盛之玄孫。曾祖放,晉國子博士、長沙太守。父康,起部郎,貧常映雪讀書,清介,交遊不雜。

곧 손강은 차윤보다 한 세기가량 뒤인 남조 송·제 무렵의 사람이고, 벼슬은 기부랑(起部郎)이었다.[11] 수나라 양송개(楊松玠)의 《담수(談藪)》를 인용한 뒤의 책들은 눈빛에 책을 읽은 사람을 아들 손백예로 적기도 한다. 한편 손강이 고생 끝에 어사대부(御史大夫)에 올랐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어 일본의 백과사전에도 “그렇게 전한다”고 소개되지만,[5] 《남사》에 적힌 손강의 벼슬은 기부랑이다. 나무위키 등에는 손강을 차윤과 비슷한 시기의 사람으로 소개한 경우가 있으나, 《남사》의 계보로 보면 두 사람 사이에는 백 년 가까운 차이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두 이야기가 모두 《진서》에 나온다고 풀이하지만,[1] 《진서》에 실린 것은 차윤의 이야기뿐이다.

두 이야기의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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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이야기를 한데 묶은 가장 이른 예는 남조 양나라 임방(任昉)의 〈위소양주천사표(爲蕭揚州薦士表)〉이다. 임방은 가난 속에 남의 글을 베껴 주며 공부한 왕승유(王僧孺)를 천거하면서 “반딧불을 모으고 눈빛에 비추며, 부들을 엮고 버들을 엮어 글을 썼다(至乃集螢映雪,編蒲緝柳)”고 했다.[10] 이 글이 《문선》에 실리면서 ‘집형영설(集螢映雪)’은 고학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선의 주가 두 인물의 출처로 《진양추》와 《손씨세록》을 나란히 든 것도 이 구절에 대해서이다.[10]

당나라 이한(李瀚)의 아동용 교재 《몽구(蒙求)》는 “손강영설(孫康映雪), 차윤취형(車胤聚螢)”의 두 구를 짝지어 실었다.[12] 《몽구》는 한국과 일본에서도 오랫동안 한문 입문서로 읽혔으므로, 일본의 《고사성어를 아는 사전》은 두 이야기를 함께 실은 《몽구》에서 이 성어가 생겨났다고 보는 것이 적당하다고 설명한다.[5] 《북사(北史)》 〈은일전·최곽전(崔廓傳)〉에도 “반딧불을 모으고 눈빛에 비추거나, 머리를 매달고 허벅지를 찌른 적도 없다(未嘗聚螢映雪,懸頭刺股)”는 구절이 있다.[13]

‘螢雪之功’이라는 네 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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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螢雪之功’이라는 형태는 고려와 송나라 문헌에 보인다. 《고려사절요》에는 문종 12년(1058) 5월, 과거에 열 번 낙방한 강사후(康師厚)의 벼슬길을 두고 참지정사 김현(金顯) 등이 “강사후의 10년 형설지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師厚十載螢雪之功,不可不念)”며 선처를 청한 기록이 있다.[14] 남송의 문장 선집 《오백가파방대전문수(五百家播芳大全文粹)》에 실린 글에도 “이미 형설지공을 저버렸다(已孤螢雪之功)”는 표현이 있다.[15]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螢 형 개똥벌레, 반딧불이 차윤의 반딧불
雪 설 눈 손강의 눈빛
之 지 ~의 앞말이 뒷말을 꾸미게 함
功 공 공, 공로 애써 쌓은 공부, 그 성과

다른 언어의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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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어: ‘囊螢映雪’, ‘聚螢映雪’, ‘映雪囊螢’, ‘囊螢積雪’, ‘螢窗雪案’ 등. 《성어전》은 원나라 시혜(施惠)의 희곡 《유규기(幽閨記)》의 “十年映雪囊螢”, 왕실보(王實甫) 《서상기(西廂記)》의 “螢窗雪案” 등을 용례로 든다.[4][16]
  • 일본어: ‘蛍雪の功’. 《일본국어대사전》은 첫 용례로 무주(無住)의 설화집 《사석집(沙石集)》(1283)을 든다. ‘蛍雪(けいせつ)’ 두 글자는 더 일러서 일본 최고(最古)의 한시집 《회풍조(懐風藻)》(751)에 “少無蛍雪志”라는 구절이 있다.[5][17] 근대에는 후타바테이 시메이(二葉亭四迷)의 《뜬구름(浮雲)》에 “多年蛍雪の功が現われて(여러 해 형설지공이 드러나)”라는 대목이 있다.[5]
  • 낮에는 회사에 다니고 밤에는 공부한 형설지공 끝에 정보보안기사 자격증을 땄다.
  • 졸업식장에서 총장은 “여러분의 형설지공이 오늘 결실을 맺었다”고 축하했다.
  • 온라인 강의 덕분에 요즘에는 형설지공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공부할 길이 넓어졌다.
  • 일본에서 졸업식 노래로 널리 불리던 창가 〈반딧불의 빛(蛍の光)〉은 첫 구절 “반딧불의 빛, 창가의 눈(蛍の光、窓の雪)”이 바로 이 고사를 바탕으로 한다.[5] 곡조는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이다.
  • 서점 브랜드 ‘반디앤루니스(Bandi&Luni's)’는 반딧불이와 달빛을 뜻하는 라틴어 ‘루니(Luni)’를 합친 이름으로, 반딧불과 눈에 비친 달빛으로 책을 읽었다는 형설지공 고사에서 따왔다.[18]
  • 반딧불이 한 마리의 빛은 약 3룩스로 달빛(약 1룩스)의 세 배쯤 되며, 이론상 80마리를 모으면 한 쪽에 20자가 적힌 《천자문》을, 200마리를 모으면 신문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19]

유의어와 관련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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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설(螢雪), 차형손설(車螢孫雪): 차윤과 손강의 고사를 아울러 이르는 말.
  • 낭형(囊螢), 차윤취형(車胤聚螢), 손강영설(孫康映雪): 두 고사를 각각 이르는 말.[20]
  • 주경야독(晝耕夜讀): 낮에는 농사짓고 밤에는 글을 읽음.
  • 鑿壁偷光(착벽투광): 벽을 뚫어 이웃집 불빛을 훔쳐 글을 읽음. 한나라 광형(匡衡)의 고사.[21]
  • 懸梁刺股(현량자고): 머리카락을 들보에 매달고 송곳으로 허벅지를 찌르며 졸음을 쫓아 공부함.[22]
  • 위편삼절(韋編三絶), 수불석권(手不釋卷): 책을 열심히 읽음.
  1. ↑ 1.0 1.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형설지공”,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D%98%95%EC%84%A4%EC%A7%80%EA%B3%B5, 확인날짜=2026-09-27.
  2.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형설”,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D%98%95%EC%84%A4, 확인날짜=2026-09-27.
  3.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형창”,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D%98%95%EC%B0%BD, 확인날짜=2026-09-27.
  4. ↑ 4.0 4.1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映雪囊螢”,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23378, 확인날짜=2026-09-27.
  5. ↑ 5.0 5.1 5.2 5.3 5.4 5.5 《디지털 대사천(デジタル大辞泉)》·《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고사성어를 아는 사전(故事成語を知る辞典)》·《일본대백과전서(日本大百科全書)》, “蛍雪の功”,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8%9B%8D%E9%9B%AA%E3%81%AE%E5%8A%9F, 확인날짜=2026-09-27.
  6. ↑ 6.0 6.1 6.2 《진서(晉書)》 권83 〈차윤전(車胤傳)〉.
  7. ↑ 《태평어람(太平御覽)》 권945 〈충치부(蟲豸部)·형(螢)〉 인용 《속진양추(續晉陽秋)》.
  8. ↑ 《태평어람(太平御覽)》 권12 〈천부(天部)·설(雪)〉 인용 《송제어(宋齊語)》.
  9. ↑ 9.0 9.1 《예문유취(藝文類聚)》 권2 〈천부(天部)·설(雪)〉.
  10. ↑ 10.0 10.1 10.2 소통(蕭統) 편, 《문선(文選)》 권38 임방(任昉), 〈위소양주천사표(爲蕭揚州薦士表)〉 및 이선(李善) 주.
  11. ↑ 11.0 11.1 《남사(南史)》 권57 〈범운전(范雲傳)〉 부 손백예(孫伯翳).
  12. ↑ 이한(李瀚), 《몽구(蒙求)》.
  13.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聚螢映雪”,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25315, 확인날짜=2026-09-27.
  14. ↑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 권5, 문종 12년(1058) 5월. 같은 내용이 《고려사(高麗史)》 권95 〈이자연전(李子淵傳)〉에도 있다.
  15. ↑ 《오백가파방대전문수(五百家播芳大全文粹)》 권32.
  16.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螢窗雪案”,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4492, 확인날짜=2026-09-27.
  17. ↑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蛍雪”,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8%9B%8D%E9%9B%AA, 확인날짜=2026-09-27.
  18. ↑ 한승주, “[한마당] 반디앤루니스”, 《국민일보》, 2021-06-18,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96781, 확인날짜=2026-09-27.
  19. ↑ 박세인, “[아하!생태!] 스스로 빛 내는 반딧불이, 책도 읽을 수 있다구요?”, 《한국일보》, 2017-08-19, 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201708190470862611, 확인날짜=2026-09-27.
  20.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형설지공” 참고 어휘,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D%98%95%EC%84%A4%EC%A7%80%EA%B3%B5, 확인날짜=2026-09-27.
  21.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鑿壁偷光”,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8146, 확인날짜=2026-09-27.
  22.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懸梁刺股”,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2298, 확인날짜=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