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종복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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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종복배(面從腹背)는 겉으로는 복종하는 체하면서 속으로는 배반함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 같은 뜻의 말로 ‘양봉음위(陽奉陰違)’가 있다.[1]
윗사람이나 조직의 결정 앞에서는 따르는 척하고 돌아서서는 따르지 않거나 거스르는 태도를 가리킨다. 상하 관계가 분명한 관료 조직, 군대, 회사 등에서 명령이 겉돌 때 자주 쓰인다. 비슷한 말로 앞에서는 따르고 뒤에서 헐뜯는 ‘면종후언(面從後言)’이 있고,[2] 입으로는 친한 체하면서 속으로 해칠 마음을 품는 ‘구밀복검(口蜜腹劍)’과도 뜻이 통한다.
일본어에서도 ‘面従腹背(めんじゅうふくはい)’라고 쓴다.[3] 중국어에서는 이 네 글자를 쓰지 않고, 같은 뜻으로 ‘양봉음위(陽奉陰違)’나 ‘구시심비(口是心非)’를 쓴다.[4] 나무위키 등에는 중국어 표현으로 ‘面板’이 적혀 있으나, ‘面板’은 판자나 패널을 뜻하는 말로 면종복배와 관계가 없다.
네 글자가 한꺼번에 나오는 고사는 없지만, 앞의 ‘면종(面從, 얼굴 앞에서만 따름)’은 《서경(書經)》 〈익직(益稷)〉에서 순임금이 신하들에게 당부한 말에 나온다.[5]
予違,汝弼,汝無面從,退有後言。
“내가 어긋나거든 너희가 바로잡아 주어라. 너희는 내 앞에서만 따르고 물러나서 뒷말을 하지 말라.”[5]
삼국 시대 촉한의 장완(蔣琬)도 이 말을 이어받았다. 부하 양희(楊戲)가 말을 걸어도 대답을 잘 하지 않자 어떤 사람이 무례하다고 헐뜯었는데, 장완은 “사람의 마음은 얼굴처럼 저마다 다르다. 앞에서 따르고 뒤에서 딴말하는 것은 옛사람이 경계한 바이다(面從後言,古人之所誡也)”라며, 양희가 입을 다문 것은 속마음과 다른 말을 하지 않으려는 솔직함이라고 감쌌다.[6]
조선에서도 〈익직〉의 이 구절은 신하의 도리를 말할 때 자주 인용되었다. 성종은 1475년 경연에서 “《서경》에 ‘너는 면종하고 물러나서 뒷말을 하지 말라’고 했으니, 신하가 나아가서는 임금이 하는 일이 모두 옳다고 하고 물러나서는 옳지 않다고 한다면 신하의 의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7] 나무위키 등에는 이 성종의 말 전체가 《서경》의 원문인 것처럼 소개되어 있으나, 《서경》에서 온 것은 “汝無面從,退有後言”뿐이고 나머지는 성종의 풀이이다.
‘面從腹背’라는 네 글자는 중국 고전 원문에서 확인되지 않고, 《조선왕조실록》 원문과 한국고전종합DB의 문집 원문에도 보이지 않는다. 일본의 《사자숙어를 아는 사전》은 이 말이 오래된 말처럼 보이지만 널리 쓰이게 된 것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이며, 그 전에는 ‘面従腹非’ 또는 ‘面従腹誹’(誹는 헐뜯다는 뜻. 둘 다 한국 한자음으로는 ‘면종복비’)라고 했고 모리 오가이(森鷗外)도 ‘面従腹誹’를 썼다고 설명한다. 또 중국어에는 예부터 ‘면시배비(面是背非)’, ‘면종배비(面従背非)’ 같은 말이 있었고, 중국어의 ‘복배(腹背)’는 ‘배와 등, 앞과 뒤’라는 뜻이므로 이를 ‘속으로 배반한다’는 뜻으로 쓰는 ‘面従腹背’는 새로운 일본어라고 본다.[3] 《일본국어대사전》이 드는 첫 용례도 나카노 요시오(中野好夫)의 《풍자문학서설(諷刺文學序說)》(1946)이다.[3]
한국 문헌에는 그보다 앞선 형태인 ‘면종복비(面從腹非)’가 보인다. 중종은 1537년 정원에 내린 전교에서, 대간의 말이 지나치더라도 꾸짖지 않겠다며 “조정에서는 옳고 그름을 서로 보완하여 알맞게 처리해야 하니 다른 의견이 더욱 귀하다. 겉으로 따르고 속으로 그르다 하는 것(面從腹非)은 귀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8]
한국고전번역원의 번역문에는 정조의 《홍재전서》, 신익성의 《낙전당집》 등을 옮기면서 ‘면종복배’라는 말을 쓴 곳이 있지만, 원문에는 이 네 글자가 없으므로 번역자가 고른 말이다.
| 한자 | 음 | 기본 의미 | 성어 안의 의미 |
|---|---|---|---|
| 面 | 면 | 낯, 얼굴 | 얼굴 앞, 겉 |
| 從 | 종 | 좇다, 따르다 | 따르는 체하다 |
| 腹 | 복 | 배 | 뱃속, 속마음 |
| 背 | 배 | 등, 등지다 | 배반하다 |
- 보안 정책을 공지하자 모두 따르겠다고 했지만, 점검해 보니 여전히 비밀번호를 메모지에 붙여 두고 있었다. 전형적인 면종복배였다.
- 현장의 동의 없이 밀어붙인 개편안은 면종복배를 낳기 쉽다.
- 회의에서는 고개를 끄덕이던 부서장들이 실행 단계에서 협조하지 않자, 사장은 면종복배를 질책했다.
- 양봉음위(陽奉陰違): 겉으로는 복종하는 체하면서 속으로는 배반함.[11] 《성어전》은 명나라 범경문(范景文)의 상소 〈혁대호행소모소(革大戶行召募疏)〉를 출전으로 들고, 주로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명령을 대할 때 쓴다고 설명한다.[4]
- 면종후언(面從後言): 보는 앞에서는 복종하는 체하면서 뒤에서 비방함.[2]
- 구시심비(口是心非): 입으로는 옳다 하면서 속으로는 그르다 함. 《성어전》은 《포박자(抱朴子)》를 출전으로 든다.[12]
- 구밀복검(口蜜腹劍): 입에는 꿀이 있고 뱃속에는 칼이 있음.[13]
- 표리부동(表裏不同): 겉과 속이 다름.
- 반대 의미: 언행일치(言行一致)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면종복배”,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A9%B4%EC%A2%85%EB%B3%B5%EB%B0%B0, 확인날짜=2026-09-26.
- ↑ 2.0 2.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면종후언”,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A9%B4%EC%A2%85%ED%9B%84%EC%96%B8, 확인날짜=2026-09-26.
- ↑ 3.0 3.1 3.2 《디지털 대사천(デジタル大辞泉)》·《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사자숙어를 아는 사전(四字熟語を知る辞典)》, “面従腹背”,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9%9D%A2%E5%BE%93%E8%85%B9%E8%83%8C, 확인날짜=2026-09-26.
- ↑ 4.0 4.1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陽奉陰違”,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940, 확인날짜=2026-09-26.
- ↑ 5.0 5.1 《서경(書經)》 〈우서(虞書)·익직(益稷)〉.
- ↑ 진수, 《삼국지(三國志)》 권44 〈촉서(蜀書)·장완전(蔣琬傳)〉.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성종실록》 62권, 성종 6년 12월 10일 을유 7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ia_10612010_007, 확인날짜=2026-09-26.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중종실록》 86권, 중종 32년 11월 13일 무자 2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ka_13211013_002, 확인날짜=2026-09-26.
- ↑ “面従腹背 / 前川喜平【著】”, 기노쿠니야 서점, https://www.kinokuniya.co.jp/f/dsg-01-9784620325149, 확인날짜=2026-09-26.
- ↑ 참고: 池田知隆, 「『学習権を基軸に教育を考える』」, 現代の理論, https://gendainoriron.jp/vol.17/review/re01.php, 확인날짜=2026-09-26.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양봉음위”,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6%91%EB%B4%89%EC%9D%8C%EC%9C%84, 확인날짜=2026-09-26.
-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口是心非”,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290, 확인날짜=2026-09-26.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구밀복검”,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A%B5%AC%EB%B0%80%EB%B3%B5%EA%B2%80, 확인날짜=2026-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