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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본색원(拔本塞源)은 좋지 않은 일의 근본 원인이 되는 요소를 완전히 없애서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길 수 없도록 하는 것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1] 글자대로는 ‘나무의 뿌리를 뽑고 물의 근원을 막는다’는 뜻이며,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소공(昭公) 9년 조에 나오는 말이다.

오늘날에는 범죄, 부정부패, 비리, 사회적 악습처럼 없애야 할 대상을 두고 “발본색원하겠다”, “발본색원에 나서다”처럼 쓴다. 정부나 수사 기관이 강한 척결 의지를 밝힐 때 자주 쓰는 말이다.

그러나 《좌전》에서는 반대로 ‘자기의 근본을 스스로 뽑아 버린다’는 나쁜 뜻이었다. 뜻이 크게 바뀐 성어이다(아래 ‘뜻의 변화’). 원문에는 ‘拔本塞原’으로 되어 있고, ‘原’은 ‘源’과 같은 뜻으로 물의 근원을 가리킨다. 대만 교육부 《성어전》은 ‘拔本塞原’을 표제어로 삼고 ‘拔本塞源’으로도 쓴다고 적는다.[2]

노 소공 9년(기원전 533) 봄, 주(周)나라 감(甘) 땅 사람들과 진(晉)나라의 염가(閻嘉)가 염(閻) 땅의 밭을 두고 다투었다. 진나라의 양병(梁丙)·장적(張趯)이 음융(陰戎)을 이끌고 주나라 고을 영(潁)을 치자, 주 경왕(景王)은 대부 첨환백(詹桓伯)을 진나라에 보내 꾸짖었다. 첨환백은 주나라 왕실이 제후국에 땅을 나누어 준 내력을 들고 이렇게 말했다.

我在伯父,猶衣服之有冠冕,木水之有本原,民人之有謀主也。伯父若裂冠毀冕,拔本塞原,專棄謀主,雖戎狄,其何有余一人?

[3]

“나(주 왕)는 백부(伯父)에게 옷에 갓과 면류관이 있고, 나무와 물에 뿌리와 근원이 있으며, 백성에게 일을 꾀하는 우두머리가 있는 것과 같다. 백부가 만약 갓을 찢고 면류관을 부수며, 뿌리를 뽑고 근원을 막아, 일을 꾀하는 우두머리를 제멋대로 버린다면, 저 융적(戎狄)인들 어찌 나 한 사람을 안중에 두겠는가.” 주 왕실은 진나라의 근본이니, 왕실을 해치는 것은 진나라가 제 뿌리를 뽑는 짓이라는 경고이다.[2]

‘백부(伯父)’는 주나라 왕이 성(姓)이 같은 큰 제후를 높여 부르던 호칭이다. 나무위키 등에는 진나라 평공이 실제로 경왕의 큰아버지여서 이렇게 불렀다는 설명이 보이지만, 진나라는 주 성왕(成王)의 아우 당숙우(唐叔虞)가 세운 나라로 평공은 그 먼 후손이다. 주 왕실과 성이 같은 제후를 가리키는 관례적 호칭일 뿐, 실제 촌수를 말한 것이 아니다.

《좌전》의 ‘발본색원’은 ‘근본을 저버리고 해친다’는 뜻이었다. 《성어전》도 이 말의 본뜻을 “근본을 허물어 버림”으로 풀고, 《진서(晉書)》 〈치감전(郗鑒傳)〉에서 반란을 일으킨 조약(祖約)·소준(蘇峻)이 “근본을 뽑고 근원을 막아 충성스럽고 어진 이를 해쳤다(拔本塞原,殘害忠良)”고 한 예를 든다.[2] 당나라 공영달(孔穎達)은 《상서(尙書)》 〈대고(大誥)〉의 정의(正義)에서, 주공(周公)에 맞서 난을 일으킨 삼숙(三叔)이 “스스로 근본을 뽑고 근원을 막아 도리어 주 왕실을 해쳤다(自拔本塞源,反害周室)”고 풀이했다. 여기서 이미 ‘源’ 자를 쓴 네 글자 형태가 보인다.[4]

뒤에는 ‘문제의 뿌리를 뽑고 근원을 막는다’는 좋은 뜻, 곧 근본부터 바로잡는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성어전》도 ‘정본청원(正本淸源)’, 곧 근본부터 바로잡는다는 뜻으로 넓혀 쓴다고 적는다.[2] 송나라 때에는 이 뜻의 용례가 분명히 보인다. 주희(朱熹)는 《맹자집주(孟子集注)》에서 《맹자》 〈양혜왕 상〉 첫 장의 “어찌 이익을 말하는가(何必曰利)”에 정자(程子)의 말을 붙였는데, 그 가운데 “그때 천하 사람들은 오직 이익만을 구하고 인의가 있음을 알지 못했다. 그러므로 맹자가 인의를 말하고 이익을 말하지 않은 것은 뿌리를 뽑고 근원을 막아 그 폐단을 구하려 한 것(所以拔本塞源而救其弊)”이라는 구절이 있다.[5] 여기서 뽑고 막는 대상은 ‘이익만 좇는 마음’이라는 폐단의 뿌리이다. 명나라 왕수인(王守仁, 양명)은 고동교(顧東橋)에게 보낸 답장 끝에 공리(功利)를 좇는 학문의 폐단을 뿌리째 뽑자는 긴 글을 붙였는데, 이것이 이른바 ‘발본색원론(拔本塞源論)’이다. 《전습록(傳習錄)》 권중에 실려 있다.[6] 조선의 한원진(韓元震)은 《남당집(南塘集)》에서 이 글이 사실상 주자학을 뿌리째 뽑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7] 한국과 일본에서는 오늘날 거의 이 뜻으로만 쓴다.

한국과 일본의 용례

편집 원본 편집

고려 말 이색(李穡)은 시에서 “뿌리를 뽑고 근원을 막아 세상의 가르침을 세운다(拔本塞源立世敎)”고 읊었다.[8] 이미 ‘폐단을 근본부터 없앤다’는 좋은 뜻이다.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50건이 넘게 나온다. 가장 이른 것은 태종 7년(1407) 평양 부윤 윤목(尹穆)이 올린 편의 사목(便宜事目)으로, 쓸모없는 물건을 가지고 여러 도를 돌며 백성을 속이는 행상을 엄금하고 발본색원하여 백성의 생업을 편하게 하자고 청했다.[9]

일본에서는 ‘抜本塞源(ばっぽんそくげん)’이라고 하며, 《일본국어대사전》은 메이지 5년(1872)의 《신문잡지(新聞雑誌)》를 첫 용례로 든다.[10]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拔 발 뽑다 뽑아 없애다
本 본 근본, 뿌리 나무의 뿌리
塞 색 막다 (변방 새) 막다
源 원 근원 물의 근원

‘塞’는 ‘변방’이라는 뜻일 때는 ‘새’로 읽고(요새, 새옹지마), ‘막다’라는 뜻일 때는 ‘색’으로 읽는다(경색, 폐색).

  • 같은 유형의 침해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취약한 인증 구조를 발본색원해야 한다.
  •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을 발본색원하겠다고 밝혔다.
  • 증상만 가리는 임시 조치로는 부정 채용을 발본색원할 수 없다.

유의어와 관련 표현

편집 원본 편집
  • 전초제근(剪草除根), 참초제근(斬草除根): 풀을 베고 뿌리까지 없앰. 화근을 남기지 않음.
  • 정본청원(正本淸源): 근본을 바로잡고 근원을 맑게 함.
  • 고식지계(姑息之計), 미봉책(彌縫策): 근본 해결을 미루는 임시 대책. 발본색원과 대비된다.
  1.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발본색원”,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B0%9C%EB%B3%B8%EC%83%89%EC%9B%90, 확인날짜=2026-09-27.
  2. ↑ 2.0 2.1 2.2 2.3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拔本塞原”,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7234, 확인날짜=2026-09-27.
  3. ↑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소공(昭公) 9년.
  4.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拔本塞源”,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8155, 확인날짜=2026-09-27.
  5. ↑ 주희(朱熹), 《맹자집주(孟子集注)》 권1 〈양혜왕 상(梁惠王上)〉.
  6. ↑ 왕수인(王守仁), 〈답고동교서(答顧東橋書)〉, 《전습록(傳習錄)》 권중.
  7. ↑ 한원진(韓元震), 《남당선생문집(南塘先生文集)》 권27.
  8. ↑ 이색(李穡), 《목은고(牧隱藁)》,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09-27.
  9.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태종실록》 14권, 태종 7년 10월 9일 기축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ca_10710009_001, 확인날짜=2026-09-27.
  10. ↑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사자숙어를 아는 사전(四字熟語を知る辞典)》, “抜本塞源”,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6%8A%9C%E6%9C%AC%E5%A1%9E%E6%BA%90, 확인날짜=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