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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거상의(輔車相依)는 ‘보(輔)’와 ‘거(車)’가 서로 의지한다는 뜻으로, 떨어질 수 없을 만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서로 돕고 의지함을 이르는 고사성어이다.[1]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희공(僖公) 5년, 우(虞)나라 대부 궁지기(宮之奇)가 인용한 속담에서 나왔다.

같은 속담의 뒷구절인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과 늘 짝을 이루어,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쪽도 버티지 못하는 두 나라나 두 세력의 관계를 가리킨다. 순망치한이 한쪽이 망한 뒤의 결과를 경고하는 말이라면, 보거상의는 두 쪽이 서로 기대고 있는 관계 자체를 가리키는 데 무게가 있다.

‘輔’와 ‘車’가 무엇인지는 풀이가 둘로 갈린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수레의 덧방나무(輔)와 바퀴(車)로 풀지만,[1] 《좌전》의 옛 주석과 중국·일본의 사전은 광대뼈(또는 볼)와 잇몸뼈로 푼다(아래 ‘輔와 車의 뜻’ 참고).

중국어에서도 ‘辅车相依(fǔ jū xiāng yī)’라고 하며, 《성어전》은 “두 쪽의 관계가 밀접해 서로 의존함”으로 풀이한다.[2] 일본어에서는 ‘순치보거(唇歯輔車, しんしほしゃ)’라는 네 글자로 줄여 쓰는 일이 많다.[3]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輔 보 돕다, 수레의 덧방나무, 광대뼈 볼·광대뼈(옛 주석) 또는 수레의 덧방나무(표준국어대사전)
車 거 수레 잇몸뼈(옛 주석) 또는 수레바퀴(표준국어대사전)
相 상 서로 서로
依 의 의지하다 기대다, 의지하다

‘車’는 여기서 ‘차’가 아니라 ‘거’로 읽는다. 《경전석문》도 이 글자에 “尺奢反”이라는 음을 달았다.[4]

기원전 655년, 진(晉)나라 헌공(獻公)이 괵(虢)나라를 치려고 다시 우(虞)나라에 길을 빌려 달라고 하자 궁지기가 우공(虞公)에게 간했다.[5]

晉侯復假道於虞以伐虢。宮之奇諫曰:「虢,虞之表也;虢亡,虞必從之。晉不可啟,寇不可翫。一之謂甚,其可再乎?諺所謂『輔車相依,脣亡齒寒』者,其虞、虢之謂也。」

“괵은 우나라의 바깥 울타리이니, 괵이 망하면 우도 반드시 뒤따라 망합니다. 진나라의 욕심을 열어 주어서는 안 되고, 외적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한 번 길을 빌려준 것도 지나쳤는데 두 번이나 되겠습니까? 속담에 ‘보와 거는 서로 의지하고,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고 한 것은 바로 우와 괵을 두고 한 말입니다.”[5]

우공은 “진은 우리와 같은 종족이니 어찌 우리를 해치겠느냐”며 듣지 않았다. 궁지기는 “우나라는 올해 납제(臘祭)를 지내지 못할 것”이라며 일족을 이끌고 떠났고, 그해 겨울 진나라는 괵을 멸망시킨 뒤 돌아가는 길에 우나라까지 쳐서 없앴다.[5] 자세한 이야기는 순망치한 문서에 있다.

輔와 車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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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晉)나라 두예(杜預)는 《좌전》의 이 구절에 “보는 볼(頰輔)이고, 거는 잇몸뼈(牙車)이다(輔,頰輔。車,牙車)”라고 주석했다. 당나라 공영달(孔穎達)은 《석명(釋名)》의 “턱을 보거(輔車)라고도 하는데, 그 뼈가 단단해 입을 받쳐 준다. 아거(牙車)라고도 하니 이가 실려 있기 때문이다”를 끌어와 풀이하고, “보는 바깥을 이루고 거는 안쪽의 뼈이므로 서로 의지한다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4] 곧 볼과 턱뼈, 입술과 이라는 얼굴의 네 부분을 들어 두 나라가 겉과 속을 이루는 관계를 빗댄 것이다.

《설문해자》도 ‘輔’를 “사람의 광대뼈(人頰骨)”로 풀었다.[6]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도 ‘輔車’를 “‘輔’는 광대뼈, ‘車’는 잇몸”으로 풀이하고, 서로 도와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의 비유로 쓴다고 설명한다.[7]

수레와 덧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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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輔’를 수레의 부품으로 보는 풀이도 오래되었다. 《시경》 〈소아(小雅)·정월(正月)〉의 “수레에 짐을 다 싣고서 너의 덧방나무를 버리는구나(其車既載,乃棄爾輔)”처럼 ‘輔’가 수레에 덧대는 나무를 가리키는 예가 있기 때문이다. 당말·오대의 구광정(丘光庭)은 《겸명서(兼明書)》에서 《문선》 주석가 여향(呂向)이 이 말의 ‘輔’를 ‘수레에 함께 탄 사람(陪乘)’으로 푼 것을 반박하면서, “《시경》에 ‘乃棄爾輔’라 했으니 수레와 輔도 서로 의지하는 물건이 아니냐”는 반론이 있다는 것을 소개하고, 입술·이·볼·잇몸뼈는 같은 부류라서 두 나라를 비유할 수 있지만 사람과 수레는 같은 부류가 아니라며 옛 주석을 따랐다.[8]

일본의 한자 사전 《자통(字通)》은 ‘輔車’를 “수레와 덧댐 나무”로 풀고,[9] 《사자숙어를 아는 사전》은 광대뼈·잇몸 풀이와 수레의 덧댐 판·수레 몸체 풀이를 함께 싣는다.[3] 표준국어대사전의 ‘덧방나무와 바퀴’는 이 수레 풀이를 따른 것이다.[1] 어느 풀이를 따르든 ‘서로 떨어지면 함께 무너지는 관계’라는 성어의 뜻은 같다.

당나라 현종 때 재상 장구령(張九齡)이 지어 올린 칙서에는 유주절도사 장수규(張守珪)와 안녹산(安祿山)에게 동북방의 두 부족인 해(奚)와 거란을 두고 “두 번(蕃)은 예부터 보거상의하는 사이(兩蕃自昔,輔車相依)”라고 한 대목이 있다.[10]

한국 문헌에서도 널리 쓰였다. 고려 말 이색(李穡)은 1377년 일본에 사신으로 가는 정몽주(鄭夢周)를 보내며 지은 〈동방사(東方辭)〉에서 “보거가 서로 의지하니, 우와 괵을 거울로 삼으라(輔車相依兮,虞虢是監)”고 읊었다.[11] 이승소(李承召)는 〈부여회고(扶餘懷古)〉에서 삼국이 “보거상의의 형세를 생각지 않고 날마다 창과 방패로 싸웠다(不念輔車相依勢,干戈日日攻戰多)”고 백제의 멸망을 돌아보았다.[12]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輔車相依’가 22건 검색된다.[13] 1531년(중종 26) 심언경(沈彦慶) 등의 상소는 권신들이 뇌물로 결탁해 “보거처럼 서로 의지하며(輔車相依) 간악한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었다”고 비판했고,[14] 1542년(중종 37) 홍언필(洪彦弼)은 왜 사신을 박대하면 안 된다며 “일본과 대마도는 보거상의하는 나라(日本、對馬,輔車相依之國)”라고 아뢰었다.[15] 산성과 도성, 여러 진(鎭)이 서로 받쳐 주는 방어 형세를 가리키는 말로도 자주 쓰였다.

  • 인증 서버와 디렉터리 서비스는 보거상의의 관계라서, 한쪽이 멈추면 다른 쪽 로그인도 모두 막힌다.
  • 두 나라는 경제와 안보에서 보거상의하는 사이가 되었다.
  • 협력업체의 부도는 곧 우리 공장의 생산 중단으로 이어지니, 원청과 협력업체는 보거상의의 관계이다.
  • 정약용(丁若鏞)은 중국 옛 문헌의 속담을 모은 〈중언(中諺)〉에서 이 구절을 《좌전》 희공 5년의 속담으로 “輔車相依,脣亡齒寒”이라 그대로 뽑아 실었다.[16] 궁지기가 이미 “속담에 이르기를(諺所謂)”이라고 했으니, 기원전 7세기에 이미 널리 쓰이던 속담이었던 셈이다.[5]
  • 조선 후기의 조면호(趙冕鎬)는 이가 빠진 것을 한탄한 시 〈치탄(齒歎)〉에서 “보와 거가 서로 의지해 붙어 있었다(輔車相依止)”고 하여, 이 말을 비유가 아닌 본래의 뜻대로 턱과 이에 썼다.[17]

유의어와 관련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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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으로, 서로 의지하는 한쪽이 망하면 다른 쪽도 온전하기 어려움. 보거상의와 한 속담을 이룬다.
  • 순치상의(脣齒相依): 입술과 이가 서로 의지함. 《성어전》은 《삼국지》 〈위서 포훈전(鮑勛傳)〉의 “오와 촉이 순치상의하며 산수의 험준함에 기대고 있다”를 용례로 든다.[18]
  • 순치보거(唇齒輔車): 일본어에서 흔히 쓰는 네 글자 형태. 《일본국어대사전》은 후쿠치 오치(福地桜痴)의 《요시쓰네 인의주한(義経仁義主汗)》(1894)을 첫 용례로 든다.[3]
  • 가도멸괵(假道滅虢): 다른 나라의 길을 임시로 빌려 쓰다가 나중에 그 나라를 쳐서 없앰. 같은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19]
  1. ↑ 1.0 1.1 1.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보거상의”,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B3%B4%EA%B1%B0%EC%83%81%EC%9D%98, 확인날짜=2026-09-28.
  2.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輔車相依”,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0542, 확인날짜=2026-09-28.
  3. ↑ 3.0 3.1 3.2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사자숙어를 아는 사전(四字熟語を知る辞典)》, “唇歯輔車”,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94%87%E6%AD%AF%E8%BC%94%E8%BB%8A, 확인날짜=2026-09-28.
  4. ↑ 4.0 4.1 《춘추좌전정의(春秋左傳正義)》 권11, 희공 5년, 두예(杜預) 주·육덕명(陸德明) 음의·공영달(孔穎達) 소.
  5. ↑ 5.0 5.1 5.2 5.3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희공(僖公) 5년.
  6. ↑ 허신(許愼), 《설문해자(說文解字)》 거부(車部) ‘輔’; 《강희자전(康熙字典)》 거부(車部) 7획 ‘輔’.
  7. ↑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輔車”,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8%BC%94%E8%BB%8A, 확인날짜=2026-09-28.
  8. ↑ 구광정(丘光庭), 《겸명서(兼明書)》 권4 ‘외실보거순치지원(外失輔車脣齒之援)’.
  9. ↑ 시라카와 시즈카(白川靜), 《보급판 자통(普及版 字通)》, “輔車”,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8%BC%94%E8%BB%8A, 확인날짜=2026-09-28.
  10. ↑ 장구령(張九齡), 〈칙유주절도사장수규서(敕幽州節度使張守珪書)〉, 《곡강집(曲江集)》 권8.
  11. ↑ 이색(李穡), 〈동방사. 송대사성정달가봉사일본국(東方辭。送大司成鄭達可奉使日本國)〉, 《목은고(牧隱藁)》,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020A_0080_010_0050, 확인날짜=2026-09-28.
  12. ↑ 이승소(李承召), 〈부여회고. 차가정시(扶餘懷古。次稼亭詩)〉, 《삼탄집(三灘集)》,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063A_0070_010_0160, 확인날짜=2026-09-28.
  13.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원문 검색 “輔車相依”, https://sillok.history.go.kr/, 확인날짜=2026-09-28.
  14.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중종실록》 72권, 중종 26년 11월 19일 기사 4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ka_12611019_004, 확인날짜=2026-09-28.
  15.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중종실록》 98권, 중종 37년 5월 15일 을미 3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ka_13705015_003, 확인날짜=2026-09-28.
  16. ↑ 정약용(丁若鏞), 〈중언(中諺)〉,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597A_0250_020_0010, 확인날짜=2026-09-28.
  17. ↑ 조면호(趙冕鎬), 〈치탄. 용한문공낙치운(齒歎。用韓文公落齒韻)〉, 《옥수집(玉垂集)》,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1204A_0090_010_0990, 확인날짜=2026-09-28.
  18.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脣齒相依”,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7849, 확인날짜=2026-09-28.
  19.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가도멸괵”,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A%B0%80%EB%8F%84%EB%A9%B8%EA%B4%B5, 확인날짜=2026-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