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불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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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은 엎지른 물은 다시 동이에 담을 수 없다는 뜻으로, 한번 저지른 일은 되돌릴 수 없다는 말이다. 본래는 한번 헤어진 부부는 다시 합칠 수 없다는 뜻으로 쓰였다.[1][2]
‘엎지른(覆) 물(水)은 동이(盆)로 돌아가지(返) 않는다(不)’는 말이다. 우리말 속담 “엎지른 물”,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와 같은 뜻으로, 이미 벌어진 일을 두고 후회해도 소용없을 때 쓴다. 강태공이 자신을 버리고 떠났던 아내가 돌아오자 물을 쏟아 보이며 거절했다는 이야기에서 나왔기 때문에, 헤어진 연인이나 부부 사이를 두고 쓰는 경우도 많다.
같은 뜻으로 중국어에서는 ‘覆水難收(복수난수)’를 주로 쓰고, 일본어에서는 ‘覆水盆に返らず(ふくすいぼんにかえらず)’라는 속담으로 쓴다.[3][2] 다섯 글자 ‘覆水不返盆’은 중국 고전에는 보이지 않으며, 일본 속담을 한문 어순으로 옮긴 형태이다. 메이지 시대의 일본 사전들이 이미 ‘覆水不返盆’을 표제어로 올려 ‘ふくすいぼんにかへらず’로 읽었다.[4] 《조선왕조실록》과 한국고전종합DB의 문집 원문에서도 이 다섯 글자는 확인되지 않는다.
‘盆’은 쟁반이 아니라 물을 담는 넓고 얕은 동이를 가리킨다. 일본의 사전들도 일본어 ‘お盆(쟁반)’과 혼동하지 말라고 덧붙인다.[2]
태공망 여상(呂尙), 곧 강태공이 젊어서 가난하게 지내다 아내에게 버림받았다는 이야기는 선진·한대 문헌에 이미 보인다. 《전국책》에서 요가(姚賈)는 진왕에게 “태공망은 제나라에서 쫓겨난 지아비였다(太公望,齊之逐夫)”고 했고, 《한시외전》과 《설원》도 그가 처가에서 쫓겨난 사람이었다고 적었다.[5] 그러나 물을 엎은 장면은 훨씬 뒤의 문헌에 나온다. 남송 왕무(王楙)의 《야객총서(野客叢書)》 권28은 세상에서 하는 말 ‘覆水難收’의 유래를 이렇게 설명한다.[6]
又言「覆水難收」,案姜太公妻馬氏,不堪其貧而去。及太公既貴,再來,太公取一壺水傾於地,令妻收之,乃語之曰:「若言離更合,覆水定難收。」光武詔亦嘗引此。
“또 ‘엎지른 물은 거두기 어렵다’는 말이 있는데, 살펴보면 강태공의 아내 마씨(馬氏)가 가난을 견디지 못해 떠났다가, 태공이 귀하게 되자 다시 왔다. 태공은 물 한 병을 땅에 쏟고 아내에게 거두어 담게 한 뒤 말했다. ‘떠났다가 다시 합치자고 하지만, 엎지른 물은 결코 거두기 어렵다.’ 광무제의 조서에도 이 말을 인용한 적이 있다.”[6]
명나라 진요문(陳耀文)의 《천중기(天中記)》는 이야기를 더 자세히 싣는다. 무왕이 상나라를 평정하고 태공을 제나라에 봉해 부임하던 길에 한 여인이 울고 있어 물으니 옛 아내였고, 다시 합치기를 청하자 태공은 동이의 물을 땅에 쏟고 거두게 했으나 진흙만 조금 얻었을 뿐이었다. 태공이 “떠났다가 다시 합치자고 하지만 엎지른 물은 거두기 어렵다”고 하자 여인은 한을 품고 죽었고, 지금도 ‘마모총(馬母塚)’이 있다는 것이다. 《천중기》는 그 출처로 《갈관자》 주와 왕붕수(王朋壽)의 《유림(類林)》 등을 들었다.[7] 청나라 김식도 《불하대편》에서 이 이야기를 들고 “이는 《유림》의 사주(史注)와 《갈관자》 주에 보인다”고 했다.[5]
우리말샘과 일본의 일부 사전은 이 이야기의 출전을 진(晉)나라 왕가(王嘉)의 《습유기(拾遺記)》라고 설명한다.[1][2] 그러나 지금 전하는 《습유기》 본문에서는 강태공이 물을 엎는 이야기가 확인되지 않는다. 문헌으로 확인되는 이른 기록은 위에 든 남송의 《야객총서》이다.
이야기와 별도로, 엎지른 물을 돌이킬 수 없는 일에 빗대는 표현은 후한 말부터 보인다. 《후한서》 〈하진전〉에서 하묘(何苗)는 환관을 몰아내려는 형 하진에게 “나랏일이 어디 쉬운 일입니까. 엎지른 물은 거둘 수 없으니 깊이 생각하십시오(國家之事,亦何容易!覆水不可收。宜深思之)”라고 말렸다.[8] 서진의 반악(潘岳)은 어린 아들을 잃고 “잎은 떨어져 영영 떠나고 엎지른 물은 거두지 못한다(葉落永離,覆水不收)”라고 슬퍼했고,[9] 남연의 모용초(慕容超)는 나라가 위태로워지자 “엎지른 물은 거둘 수 없으니 뉘우친들 어찌 미치겠는가(覆水不收,悔將何及)”라고 탄식했다.[10]
당나라 이백(李白)은 버림받은 여인의 노래에서 이 비유를 남녀 사이에 썼다. 〈대별정인(代別情人)〉의 “엎지른 물은 거둘 수 없고 흘러간 구름은 다시 찾기 어렵다(覆水不可收,行雲難重尋)”가 그 예이다.[11] 송나라 소식(蘇軾)의 〈부용성(芙蓉城)〉에는 “하루아침에 엎지른 물이 병으로 돌아가지 않으니(一朝覆水不返瓶)”라는 구절이 있어, 글자 구성이 ‘覆水不返盆’과 가장 가깝다.[12]
비슷한 이야기로 한나라 주매신(朱買臣)의 고사가 있다. 《한서》 〈주매신전〉에 따르면 나무를 팔며 글을 읽던 주매신은 가난을 견디지 못한 아내에게 버림받았다가 뒷날 회계 태수가 되어 금의환향했다. 그는 옛 아내와 그 남편을 거두어 먹여 주었으나 옛 아내는 한 달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13] 《한서》에는 물을 엎는 장면이 없지만, 후대의 희곡에서는 주매신 이야기에 ‘覆水難收’라는 말이 쓰였다. 청나라 완규생(阮葵生)은 “주매신이 아내에게 버림받은 일을 다룬 극본에 覆水難收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태공망의 일을 끌어다 쓴 것”이라고 했다.[14] 《성어전》도 《유세명언》 권27의 주매신 이야기를 관련 자료로 함께 든다.[3] 청나라 김식은 “엎지른 물은 태공망의 일인데 지금 전기 작가들이 주매신의 일로 삼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5]
- 운영 데이터베이스에 백업 없이 삭제 쿼리를 날린 뒤에는 복수불반분이라, 할 수 있는 일은 재발 방지책을 세우는 것뿐이었다.
- 이미 공개 저장소에 올라간 비밀 키는 복수불반분이므로, 지우기보다 즉시 폐기하고 새로 발급해야 한다.
- 홧김에 던진 말은 복수불반분이라 끝내 주워 담지 못했다.
- 영어 속담 “It is no use crying over spilt milk(엎지른 우유를 두고 울어 봐야 소용없다)”가 같은 뜻의 표현으로 함께 소개된다.[2]
- ↑ 1.0 1.1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복수불반분”, https://open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focus_name=query&query=%EB%B3%B5%EC%88%98%EB%B6%88%EB%B0%98%EB%B6%84, 확인날짜=2026-10-10.
- ↑ 2.0 2.1 2.2 2.3 2.4 《디지털 다이지센(デジタル大辞泉)》·《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고사성어를 아는 사전(故事成語を知る辞典)》·《속담을 아는 사전(ことわざを知る辞典)》·《일본대백과전서(日本大百科全書)》, “覆水盆に返らず”,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8%A6%86%E6%B0%B4%E7%9B%86%E3%81%AB%E8%BF%94%E3%82%89%E3%81%9A, 확인날짜=2026-10-10.
- ↑ 3.0 3.1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覆水難收”,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412, 확인날짜=2026-10-10.
- ↑ 국립국회도서관 디지털 컬렉션, 히라노 히코지로(平野彦次郎) 편, 《故事熟語字典》(1903), https://dl.ndl.go.jp/pid/862866; 가나자와 쇼자부로(金沢庄三郎) 편, 《辞林》(1907), https://dl.ndl.go.jp/pid/863016, 확인날짜=2026-10-10.
- ↑ 5.0 5.1 5.2 김식(金埴), 《불하대편(不下帶編)》 권5.
- ↑ 6.0 6.1 왕무(王楙), 《야객총서(野客叢書)》 권28 〈심견석천 복수난수(心堅石穿覆水難收)〉.
- ↑ 진요문(陳耀文), 《천중기(天中記)》 권19.
- ↑ 범엽, 《후한서(後漢書)》 권69 〈하진전(何進傳)〉.
- ↑ 반악(潘岳), 〈상약자사(傷弱子辭)〉.
- ↑ 방현령 등, 《진서(晉書)》 권128 〈모용초재기(慕容超載記)〉.
- ↑ 이백, 〈대별정인(代別情人)〉, 《전당시(全唐詩)》 권184.
- ↑ 소식, 〈부용성(芙蓉城)〉, 《동파전집(東坡全集)》 권9.
- ↑ 반고, 《한서(漢書)》 권64 상 〈주매신전(朱買臣傳)〉.
- ↑ 완규생(阮葵生), 《다여객화(茶餘客話)》 권18.
- ↑ 최연, 〈수구여병(守口如甁)〉, 《간재집(艮齋集)》. 한국고전종합DB.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정조실록》 48권, 정조 22년 4월 5일 기해 2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va_12204005_002, 확인날짜=2026-10-10.
- ↑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엎지른 물”(속담·관용구), https://open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focus_name=query&dicType=2&query=%EC%97%8E%EC%A7%80%EB%A5%B8%20%EB%AC%BC, 확인날짜=2026-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