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말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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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말전도(本末顚倒)는 일의 근본과 끝이 뒤바뀐다는 뜻으로, 중요한 것과 사소한 것, 먼저 할 일과 나중 할 일을 거꾸로 함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1][2] 같은 뜻을 중국에서는 주로 ‘본말도치(本末倒置)’라고 한다.
‘본말(本末)’은 나무의 뿌리와 가지 끝에서 온 말로, 사물이나 일의 처음과 끝, 중요한 부분과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가리킨다.[1] 여기에 ‘뒤집혀 거꾸로 됨’을 뜻하는 ‘전도(顚倒)’가 붙어, 목적을 이루려고 시작한 일이 도리어 목적을 해치거나 곁가지에 매달려 줄기를 놓치는 상황을 가리킨다. 한국어에서는 네 글자로 쓰기보다 “본말이 전도되다”라는 꼴로 흔히 쓰며, 비슷한 뜻의 주객전도(主客顚倒)가 더 널리 쓰인다. 표준국어대사전과 우리말샘에는 네 글자 ‘본말전도’가 표제어로 올라 있지 않다.
주객전도가 주인과 손님, 곧 중심이 되는 것과 딸린 것의 자리가 바뀌는 데 초점이 있다면, 본말전도는 근본과 말단, 곧 무엇이 먼저이고 더 중요한지의 순서가 뒤집히는 데 초점이 있다.
일본어에서는 ‘本末転倒(ほんまつてんとう)’가 매우 흔히 쓰이며, 《사자숙어를 아는 사전》은 ‘転倒’를 예전에는 흔히 ‘顚倒’로 적었다고 설명한다.[2] 중국어에서는 ‘本末倒置(běn mò dào zhì)’가 표준적인 성어이고, ‘本末颠倒’도 쓴다.
본말전도는 특정한 고사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생각의 뿌리는 《예기(禮記)》 〈대학(大學)〉의 “사물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고 일에는 끝과 시작이 있으니, 먼저 할 것과 나중 할 것을 알면 도에 가깝다(物有本末,事有終始,知所先後,則近道矣)”에 있다.[4] 대만 교육부 《성어전》도 ‘本末倒置’의 어원을 이 구절에서 찾는다.[5]
‘本末顛倒’는 북송 때 편찬된 《신당서(新唐書)》 권132의 사관 논찬에 보인다. 당나라 선종 대중(大中) 연간 이후로 사료가 남지 않아 뒷사람들이 모아 엮었지만 “성글고 어긋나고 흩어진 나머지라 본말이 뒤집혔다(疏舛殘餘,本末顛倒)”는 것이다.[6] 남송의 주희(朱熹)는 1162년 효종에게 올린 〈임오응조봉사(壬午應詔封事)〉에서, 임금이 격물치지(格物致知)를 배우지 않으면 “안팎과 본말이 뒤집히고 어그러져(內外本末顛倒繆戾)” 총명한 자질이 있어도 천하의 치란에 보탬이 되지 못한다고 했다.[7]
같은 뜻의 ‘本末倒置’는 《성어전》이 주희가 여조겸(呂祖謙)에게 보낸 편지와 육구연(陸九淵)의 〈여증경지(與曾敬之)〉를 용례로 든다. 육구연은 “근본이 있으면 반드시 말단이 있으니, 근본이 성한데 말단이 무성하지 않은 경우는 듣지 못했다. 만약 본말이 거꾸로 되면 이른바 글이란 것도 알 만하다(若本末倒置,則所謂文亦可知矣)”라고 했다.[5]
《조선왕조실록》 원문에서 ‘本末顚倒’는 4건, ‘本末倒置’는 10건 보인다.[8]
- 1462년 세조는 형조에 내린 어찰에서 “관원을 두고 상벌을 주는 것은 실정에 맞아야 하니, 하나라도 바르지 못하면 본말이 거꾸로 된다(一有不正,本末倒置)”고 했다.[9]
- ‘本末顚倒’는 1531년 사헌부가 부정이 드러난 과거 합격자 명단을 없애자고 청하면서, 바르지 못한 시험을 그대로 두고 선비의 풍습을 바로잡으려는 것은 “본말이 뒤집히고 경중이 마땅함을 잃은 것(本末顚倒,輕重失宜)”이라고 한 것이 실록에서 처음이다.[10]
- 1545년 어린 명종이 즉위하자 홍문관은, 상중이라 하루 다섯 번 곡하는 예를 줄이면서 경연만 열면 “중한 것은 경연이 되고 곡하는 예는 도리어 곁일이 되니, 본말이 뒤집혀 학문의 도에 크게 어긋난다”며 곡하는 틈틈이 경연에 나오라고 청했다.[11]
- 1670년 《현종개수실록》은 정규 세금은 해마다 줄어드는데 대동(大同)이라는 이름으로 거두는 쌀이 한 해 50~60만 석에 이르는 것을 두고 “본말이 뒤집히고 나라 재정의 제도가 어그러졌다”고 적었다.[12]
한편 실록 국역본에서는 원문의 ‘本末倒置’뿐 아니라 다른 표현도 “본말이 전도되다”로 옮긴 경우가 많아, 국역문에서 ‘본말전도’로 검색되는 기사가 원문보다 훨씬 많다. 예를 들어 1539년 중종이 조정이 변방 방어만 걱정하고 인륜과 풍속은 돌보지 않는다고 한 말의 원문은 “나라를 다스리는 도리에 본말이 없는 듯하다(爲治之道,恐無本末也)”인데, 국역문은 “본말이 전도된 듯하다”로 옮겼다.[13] 원문 용례를 들 때는 이런 번역어와 구별해야 한다.
《일본국어대사전》은 1916년 가와카미 하지메(河上肇)의 《빈핍 이야기(貧乏物語)》에 나오는 “그것은 본말전도의 견해(本末顛倒の見方)”를 첫 용례로 든다.[2]
- 보안 점검 보고서의 형식을 맞추느라 정작 취약점 조치를 미루는 것은 본말전도다.
-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 때문에 무리하다 다쳤으니 본말이 전도된 셈이다.
- 수험생이 참고서 고르는 데 시간을 다 쓰는 것은 본말전도라 할 만하다.
- ↑ 1.0 1.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본말”,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B3%B8%EB%A7%90, 확인날짜=2026-09-28.
- ↑ 2.0 2.1 2.2 2.3 《디지털 대사천(デジタル大辞泉)》·《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사자숙어를 아는 사전(四字熟語を知る辞典)》, “本末転倒”,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6%9C%AC%E6%9C%AB%E8%BB%A2%E5%80%92, 확인날짜=2026-09-28.
- ↑ 허신(許愼), 《설문해자(說文解字)》 목부(木部).
- ↑ 《예기(禮記)》 〈대학(大學)〉.
- ↑ 5.0 5.1 5.2 5.3 5.4 5.5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本末倒置”,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302, 확인날짜=2026-09-28.
- ↑ 구양수(歐陽修)·송기(宋祁) 등, 《신당서(新唐書)》 권132 찬(贊).
- ↑ 주희(朱熹), 〈임오응조봉사(壬午應詔封事)〉, 《회암집(晦菴集)》 권11.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원문 검색 “本末顚倒”·“本末倒置”, https://sillok.history.go.kr/, 확인날짜=2026-09-28.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세조실록》 29권, 세조 8년 12월 26일 병술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ga_10812026_001, 확인날짜=2026-09-28.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중종실록》 70권, 중종 26년 1월 5일 경인 2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ka_12601005_002, 확인날짜=2026-09-28.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명종실록》 1권, 명종 즉위년 8월 8일 무술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ma_10008008_001, 확인날짜=2026-09-28.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현종개수실록》 22권, 현종 11년 1월 2일 경인 2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rb_11101002_002, 확인날짜=2026-09-28.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중종실록》 90권, 중종 34년 10월 2일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ka_13410002_001, 확인날짜=2026-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