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인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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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인성호(三人成虎)는 세 사람이 짜면 거리에 범이 나왔다는 거짓말도 꾸밀 수 있다는 뜻으로, 근거 없는 말이라도 여러 사람이 말하면 곧이듣게 됨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1] ‘삼인성시호(三人成市虎)’, ‘시호(市虎)’라고도 한다.[1]
헛소문과 모함이 되풀이되며 사실처럼 굳어지는 현상을 경계할 때 쓴다. 옛날에는 주로 임금 곁의 참소(讒訴)를 경계하는 말이었고, 오늘날에는 가짜 뉴스, 여론 조작, 인터넷의 집단 비방처럼 같은 말이 여러 입을 거쳐 퍼지는 상황에 자주 인용된다.
중국어에서도 ‘三人成虎(sān rén chéng hǔ)’를 쓰며 ‘三人市虎’, ‘三夫成虎’라고도 한다.[2] 일본어에서는 ‘市に虎あり(いちにとらあり)’, ‘三人虎を成す(さんにんとらをなす)’라고 한다. 《일본국어대사전》은 ‘市に虎あり’의 첫 용례로 신란(親鸞)의 《교행신증(教行信証)》(1224) 권6에 인용된 “市有虎”를 든다.[3]
같은 이야기가 《전국책(戰國策)》과 《한비자(韓非子)》에 조금씩 다르게 실려 있다. 네 글자 성어 자체는 《전국책》의 다른 편에 속담으로 먼저 나온다.
《전국책》 권23 〈위책 2〉에 나오는 이야기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4]
龐蔥與太子質於邯鄲,謂魏王曰:「今一人言市有虎,王信之乎?」王曰:「否。」「二人言市有虎,王信之乎?」王曰:「寡人疑之矣。」「三人言市有虎,王信之乎?」王曰:「寡人信之矣。」龐蔥曰:「夫市之無虎明矣,然而三人言而成虎。今邯鄲去大梁也遠於市,而議臣者過於三人矣。願王察之矣。」王曰:「寡人自為知。」於是辭行,而讒言先至。後太子罷質,果不得見。
위(魏)나라 신하 방총(龐蔥)이 태자를 모시고 조(趙)나라 서울 한단(邯鄲)에 인질로 가게 되었다. 떠나기 전 그는 위왕에게 “지금 한 사람이 저잣거리에 범이 있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왕은 “믿지 않는다”고 했다. 두 사람이 그렇게 말하면 어떠냐고 하자 “의심해 보겠다”고 했고, 세 사람이 그렇게 말하면 어떠냐고 하자 “믿겠다”고 했다. 방총은 “저잣거리에 범이 없는 것은 분명한데도 세 사람이 말하니 범이 생겨났습니다. 한단은 위나라 서울 대량(大梁)에서 저잣거리보다 훨씬 멀고, 신을 헐뜯을 사람은 세 사람보다 많을 것이니 부디 살펴 주십시오”라고 했다. 왕은 “과인이 알아서 하겠다”고 했지만, 방총이 하직하고 떠나자 참언이 먼저 왕에게 이르렀다. 뒤에 태자는 인질에서 풀려났으나 방총은 끝내 왕을 만나지 못했다.[4]
《한비자》 〈내저설 상(內儲說上)·칠술(七術)〉에도 같은 이야기가 있다.[5]
龐恭與太子質於邯鄲,謂魏王曰:「今一人言市有虎,王信之乎?」曰:「不信。」「二人言市有虎,王信之乎?」曰:「不信。」「三人言市有虎,王信之乎?」王曰:「寡人信之。」龐恭曰:「夫市之無虎也明矣,然而三人言而成虎。今邯鄲之去魏也遠於市,議臣者過於三人,願王察之。」龐恭從邯鄲反,竟不得見。
두 판본을 나란히 놓으면 다음과 같다.
| 항목 | 《전국책》 〈위책 2〉 | 《한비자》 〈내저설 상〉 |
|---|---|---|
| 신하의 이름 | 방총(龐蔥) | 방공(龐恭) |
| 두 사람이 말할 때 왕의 대답 | “의심해 보겠다(寡人疑之矣)” | “믿지 않는다(不信)” |
| 거리 비교 | 한단과 대량(大梁) | 한단과 위(魏) |
| 왕의 다짐 | “과인이 알아서 하겠다(寡人自為知)” | 없음 |
| 결말 | 떠나자 참언이 먼저 이르고, 태자가 돌아온 뒤 끝내 왕을 만나지 못함 | 한단에서 돌아와 끝내 왕을 만나지 못함 |
| 이야기의 쓰임 | 떠나는 신하의 참언 경계 | 군주가 여러 말을 맞대어 살피는 법(衆端參觀)의 예 |
《전국책》에서는 한 사람, 두 사람, 세 사람으로 가며 왕의 믿음이 차츰 기우는 모습이 드러나지만, 《한비자》에서는 두 사람까지는 믿지 않다가 세 사람째에 갑자기 믿는다. 이야기를 싣는 목적도 다르다. 《한비자》는 군주가 쓰는 일곱 가지 술(術) 가운데 첫째인 ‘여러 단서를 맞대어 살핀다(衆端參觀)’의 해설에 이 이야기를 넣었다. 경(經)에 해당하는 요약문은 이를 “한 저잣거리의 근심을 살핀다(察一市之患)”라고 줄였다.[5] 곧 《전국책》은 참언을 두려워하는 신하의 처지에서, 《한비자》는 말을 가려 들어야 할 군주의 처지에서 같은 이야기를 쓴 셈이다.
‘三人成虎’라는 네 글자는 《전국책》 권5 〈진책(秦策) 3〉에 속담으로 나온다. 진나라가 조나라 한단을 열일곱 달 동안 에워싸고도 함락하지 못하자, 장(莊)이라는 사람이 장수 왕계(王稽)에게 군리(軍吏)들에게 상을 내려 인심을 얻으라고 권하며 “‘세 사람이면 범을 만들고, 열 사내면 쇠몽치도 휘게 하며, 뭇 입이 옮기는 말은 날개 없이도 난다(三人成虎,十夫楺椎。眾口所移,毋翼而飛)’고 들었다”고 했다.[6] 왕계는 듣지 않았고, 불만을 품은 군리들이 결국 그를 모함했다. 이 대목을 보면 방총의 이야기와 별도로 ‘三人成虎’가 이미 속담처럼 쓰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회남자(淮南子)》 〈설산훈(說山訓)〉의 ‘삼인성시호(三人成市虎)’도 같은 뜻이다.
| 한자 | 음 | 기본 의미 | 성어 안의 의미 |
|---|---|---|---|
| 三 | 삼 | 셋 | 세 사람, 여러 사람 |
| 人 | 인 | 사람 | 말을 전하는 사람 |
| 成 | 성 | 이루다 | 만들어 내다 |
| 虎 | 호 | 범 | 저잣거리에 있지도 않은 범 |
- 출처 없는 해킹 소문이 여러 커뮤니티에 동시에 올라오자 삼인성호처럼 기정사실이 되어 버렸다. 공식 확인 전에는 퍼 나르지 말아야 한다.
- 경보가 여러 채널에서 한꺼번에 울린다고 모두 독립된 증거는 아니다. 같은 로그를 여러 시스템이 되풀이해 알리는 것일 수 있으니 삼인성호를 경계해야 한다.
- 삼인성호라더니, 몇 사람이 수군대자 멀쩡한 가게가 망한다는 소문이 온 동네에 퍼졌다.
- 되풀이해 들은 말일수록 사실로 믿기 쉬워진다는 현상은 심리학에서 ‘환상적 진실 효과(illusory truth effect)’라고 부른다. 1977년 린 해셔(Lynn Hasher) 등은 참과 거짓이 섞인 문장을 2주 간격으로 세 번 평가하게 한 실험에서, 되풀이해 보여 준 문장은 참이든 거짓이든 사실이라는 판단이 높아진다는 결과를 보고했다.[9]
- 연구 문헌에서 비슷한 현상을 가리키는 말로 ‘우즐 효과(Woozle effect)’가 있다. 《곰돌이 푸》에서 푸가 ‘우즐’이라는 짐승을 쫓는다고 믿다가 실은 제 발자국을 따라 돌고 있었다는 이야기에서 따온 이름이다. 한 연구자가 단서를 달아 보고한 수치를 다음 연구자가 단서 없이 인용하고, 다른 이들이 두 보고를 함께 인용하면서 제한적인 자료가 일반적인 사실처럼 굳는 과정을 말한다. 미국 베라 사법연구소(Vera Institute of Justice)는 2008년 인신매매 규모 추정치를 조사하면서, 45개 문헌에 나온 추정치 114개 가운데 직접 조사한 원연구는 한 문헌뿐이고 나머지는 출처가 없거나 정부 보고서 등을 되풀이 인용한 것이었다고 보고하며 이 현상을 지적했다.[10]
- EBS 다큐프라임 〈인간의 두 얼굴〉은 서울 강남역 사거리에서 한 사람, 두 사람이 하늘을 올려다볼 때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별 반응이 없다가 세 사람이 되자 따라 올려다보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는 실험을 ‘3의 법칙’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했다.[11] ‘셋’에서 반응이 달라진다는 점이 삼인성호의 ‘세 사람’과 겹친다.
- ↑ 1.0 1.1 1.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삼인성호”,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82%BC%EC%9D%B8%EC%84%B1%ED%98%B8, 확인날짜=2026-09-27.
- ↑ 2.0 2.1 2.2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三人成虎”,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683, 확인날짜=2026-09-27.
- ↑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디지털 대사천(デジタル大辞泉)》, “市に虎あり”,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B8%82%E3%81%AB%E8%99%8E%E3%81%82%E3%82%8A, 확인날짜=2026-09-27.
- ↑ 4.0 4.1 유향(劉向) 편, 《전국책》 권23 〈위책(魏策) 2〉.
- ↑ 5.0 5.1 《한비자(韓非子)》 〈내저설 상(內儲說上)·칠술(七術)〉.
- ↑ 유향 편, 《전국책》 권5 〈진책(秦策) 3〉.
- ↑ 《승정원일기》 숙종 15년 2월 1일, 국사편찬위원회 승정원일기, https://sjw.history.go.kr/id/SJW-D15020010-01600, 확인날짜=2026-09-27.
- ↑ 김상헌, 〈예부병부정문(禮部兵部呈文)〉 제2, 《청음집(淸陰集)》; 최명길, 〈논제학사불위붕당차(論諸學士不爲朋黨箚)〉, 《지천집(遲川集)》.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09-27.
- ↑ Lynn Hasher, David Goldstein, Thomas Toppino, “Frequency and the conference of referential validity”, Journal of Verbal Learning and Verbal Behavior 16(1), 1977, pp. 107–112, https://doi.org/10.1016/S0022-5371(77)80012-1, 확인날짜=2026-09-27.
- ↑ Neil A. Weiner·Nicole Hala, Measuring Human Trafficking: Lessons from New York City, Vera Institute of Justice, 2008, pp. 8–10, https://www.ojp.gov/pdffiles1/nij/grants/224391.pdf, 확인날짜=2026-09-27.
- ↑ 참고: EBS 다큐프라임, 〈인간의 두 얼굴〉, https://home.ebs.co.kr/docuprime/newReleaseView/196, 확인날짜=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