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제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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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제막급(噬臍莫及)은 배꼽을 물려고 해도 입이 닿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미 저지른 잘못은 후회해도 소용이 없음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1]
《춘추좌씨전》 장공(莊公) 6년에 나오는 등(鄧)나라 세 신하의 간언에서 나왔다.[4]
楚文王伐申,過鄧。鄧祁侯曰:「吾甥也。」止而享之。騅甥、聃甥、養甥請殺楚子,鄧侯弗許。三甥曰:「亡鄧國者,必此人也。若不早圖,後君噬齊,其及圖之乎?圖之,此為時矣。」鄧侯曰:「人將不食吾餘。」對曰:「若不從三臣,抑社稷實不血食,而君焉取餘?」弗從。還年,楚子伐鄧。十六年,楚復伐鄧,滅之。
초나라 문왕(文王)이 신(申)나라를 치러 가다가 등나라를 지나게 되었다. 등나라 기후(祁侯)는 “내 생질이다”라며 문왕을 머물게 하고 잔치를 베풀었다. 기후의 생질로서 등나라에서 벼슬하던 추생(騅甥)·담생(聃甥)·양생(養甥)이 이 기회에 초나라 임금을 죽이자고 청했다. “등나라를 망하게 할 사람은 반드시 이 사람입니다. 일찍 도모하지 않으면 뒷날 임금께서 배꼽을 물려 하셔도 미치겠습니까? 도모하려면 지금이 때입니다.” 기후는 “그러면 사람들이 내가 남긴 제사 음식을 먹지 않을 것이다(내 제사를 지내 주지 않을 것이다)”라며 거절했다. 세 사람은 “저희 말을 따르지 않으시면 사직에 제사가 끊길 터인데 임금께서 어디서 남긴 음식을 얻으시겠습니까?” 했지만 기후는 끝내 듣지 않았다. 초나라는 이듬해 등나라를 쳤고, 장공 16년에 다시 쳐서 멸망시켰다.
원문의 ‘齊’는 ‘臍(배꼽)’와 통한다. 진(晉)나라 두예(杜預)는 이 구절에 “배꼽을 깨무는 것 같아서 미칠 수 없음을 비유한다(若齧腹齊,喻不可及)”고 주석했다.[5] 사람이 제 배꼽을 입으로 물 수 없듯, 일이 벌어진 뒤에는 손쓸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성어전》은 뒤의 두 글자를 붙인 형태의 용례로 《수서(隋書)》 〈이밀전(李密傳)〉의 “한번 놓치면 배꼽을 문들 어찌 미치겠는가(一朝失之,噬臍何及)”, 당나라 고언휴(高彥休)의 “한번 기회를 잃으면 배꼽을 물어도 미치지 못한다(一失其機,噬臍無及)”를 들고, ‘噬臍莫及’의 완전한 형태는 명나라 초횡(焦竑)의 《옥당총화(玉堂叢話)》에 보인다고 설명한다.[2] 그러나 ‘噬臍莫及’은 그보다 앞서 남송 조정(趙鼎)의 《충정덕문집(忠正德文集)》 권4와 유극장(劉克莊)의 《후촌선생대전집(後村先生大全集)》 권77 등에 이미 보인다.[6] 중국 문헌에서는 ‘噬臍莫及’보다 ‘噬臍無及’ 쪽이 더 흔하게 쓰였다.
한국에서는 서제막급을 사향노루 이야기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에게 붙잡힌 사향노루가 배꼽의 향 때문에 잡혔다고 여겨 제 배꼽을 물어뜯었지만 이미 소용없었다는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도 이 풀이를 싣고 있고,[1] 《조선왕조실록》 국역본의 주석도 ‘서제’를 이렇게 풀었다.[7] 이 풀이도 중국에서 유래한 것으로, 명말의 승려 지욱(智旭)은 《능엄경문구(楞嚴經文句)》 권6에서 “사람은 제 배꼽을 물 수 없으니 뒤늦은 후회를 비유한다”는 풀이를 먼저 들고 “혹은 사향노루가 사람에게 쫓기면 제 배꼽을 물어뜯지만 그래도 화를 면하지 못한다고도 한다(或云麝被人逐自噬其臍,雖復噬臍終不免難也)”고 덧붙였다.[8] 명나라 전예형(田藝蘅)의 《옥소영음(玉笑零音)》에도 “코끼리는 상아 때문에 불태워지고 … 사향노루는 향 때문에 배꼽을 문다(麝噬臍以香)”는 구절이 있다.[9] 다만 《좌전》의 옛 주석은 모두 ‘제 배꼽을 물 수 없다’는 뜻으로 풀며, 사향노루 이야기는 후대에 덧붙은 설명이다.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噬臍無及’이 33건, ‘噬臍何及’이 19건, ‘噬臍莫及’이 11건 있다. 가장 이른 것은 태조 4년(1395) 간관들이 고려 왕족 왕우(王瑀) 삼부자를 강화도로 옮겨 가두자고 청하면서 “불평분자들이 무리를 모아 틈을 타 일어나면 배꼽을 물어도 미치지 못할까 두렵다(臣等恐噬臍無及矣)”고 한 상소이다.[10] ‘噬臍莫及’ 형태는 성종 13년(1482) 형조 판서 이승소(李承召)가 사직을 청하며 “형벌은 한 번 잘못되면 끊어진 것을 다시 잇지 못하고 죽은 자를 다시 살리지 못하니 서제막급이다(一有所誤,噬臍莫及)”라고 한 글에 처음 보인다.[11]
| 한자 | 음 | 기본 의미 | 성어 안의 의미 |
|---|---|---|---|
| 噬 | 서 | 씹다, 깨물다 | 입으로 물다 |
| 臍 | 제 | 배꼽 | 자기 배꼽 |
| 莫 | 막 | 없다, 말다 | ~할 수 없다 |
| 及 | 급 | 미치다 | 입이 닿다 |
- 랜섬웨어에 감염되고 나서 백업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 서제막급이다. 오프라인 백업은 지금 만들어 두어야 한다.
- 건강을 잃고 나서 후회해 봐야 서제막급이다.
- ↑ 1.0 1.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서제막급”,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84%9C%EC%A0%9C%EB%A7%89%EA%B8%89, 확인날짜=2026-09-26.
- ↑ 2.0 2.1 2.2 2.3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噬臍莫及”,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299, 확인날짜=2026-09-26.
- ↑ 3.0 3.1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噬臍”,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99%AC%E8%87%8D, 확인날짜=2026-09-26.
- ↑ 《춘추좌씨전》 장공 6년.
- ↑ 두예 주, 《춘추좌전정의(春秋左傳正義)》 권7.
- ↑ 조정, 《충정덕문집》 권4; 유극장, 《후촌선생대전집》 권77.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태종실록》 29권, 태종 15년 4월 20일 정해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ca_11504020_001, 확인날짜=2026-09-26.
- ↑ 지욱, 《능엄경문구(楞嚴經文句)》 권6.
- ↑ 전예형, 《옥소영음(玉笑零音)》.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태조실록》 7권, 태조 4년 4월 25일 무자 5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aa_10404025_005, 확인날짜=2026-09-26.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성종실록》 143권, 성종 13년 7월 18일 을유 6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ia_11307018_006, 확인날짜=2026-09-26.
- ↑ 인악, 《능엄경훈문기(楞嚴經熏聞記)》 권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