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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삼우(歲寒三友)는 추운 겨울철의 세 벗이라는 뜻으로, 추위에 잘 견디는 소나무·대나무·매화나무를 통틀어 이르는 한자성어이다. 흔히 한 폭의 그림에 함께 그려 ‘송죽매(松竹梅)’라고 한다.[1] 줄여서 ‘삼우(三友)’라고도 한다.

소나무와 대나무는 한겨울에도 잎이 푸르고, 매화는 추위 속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운다. 옛 문인들은 이 셋을 어려운 때에도 지조를 굽히지 않는 군자의 모습에 빗대어 벗으로 삼았고, 그림·도자기·공예품의 무늬로 즐겨 썼다. 성어라기보다 동아시아 문인 문화의 대표적인 화제(畫題)이자 상징어이다.

중국어에서도 ‘歲寒三友’라고 하며, 대만 교육부 《성어전》 참고어 목록은 뜻을 둘로 풀이한다. 하나는 소나무·대나무·매화이고, 다른 하나는 산수(山水)·송죽(松竹)·금주(琴酒, 거문고와 술)이다.[2] 일본어에서도 ‘歳寒三友(さいかんさんゆう)’라는 말이 있지만, 일본에 들어와서는 흔히 ‘松竹梅(しょうちくばい)’라고 불렀다.[3]

뿌리: 《논어》의 송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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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를 견디는 나무를 군자의 절개에 빗대는 생각은 《논어(論語)》 〈자한(子罕)〉의 다음 구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也。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측백나무(잣나무)가 늦게 시든다는 것을 안다.”[4] 다만 여기서 말한 것은 송백(松柏)이며, 대나무와 매화는 들어 있지 않다. 《성어전》은 이 구절에서 나온 ‘세한송백(歲寒松柏)’을 따로 싣고, 어지러운 세상이나 역경 속에서도 바름을 지키고 지조를 바꾸지 않는 군자를 비유한다고 풀이한다.[5]

송죽매가 세 벗이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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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평범사의 《세계대백과사전》은 북송 후반 문동(文同)과 그의 사촌 동생뻘인 소식(蘇軾) 등의 문인들 사이에서 먹으로 대나무를 치는 묵죽(墨竹)이 유행했고, 이것이 매화·난초·국화·소나무 등으로 넓어지면서 겨울에도 빛을 바꾸지 않는 송죽과 꽃을 피우는 매화를 군자의 절개로 삼아 ‘세한삼우’라 부르게 되었다고 설명한다.[6] 《마이페디아》는 셋을 따로따로 그린 그림은 예부터 있었지만 셋을 한데 묶은 그림은 명나라 이후에 두드러진다고 적는다.[3]

문헌에서는 남송 때 이미 ‘松竹梅為歲寒三友’라는 말이 흔히 쓰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남송의 요면(姚勉)은 〈삼우헌설(三友軒說)〉에서 “사람들 말에 소나무·대나무·매화를 세한삼우라 한다(人有言曰松竹梅為歲寒三友)”고 적었다.[7] 《성어전》은 명나라 희곡 《어초한화(漁樵閑話)》의 “깊은 가을이 지나 온갖 꽃이 다 지고 나면 오직 소나무·대나무·매화만 남으니 세한삼우라”를 용례로 든다.[2]

또 하나의 세 벗: 산수·송죽·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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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 조익(趙翼)의 《해여총고(陔餘叢考)》 권43 〈세한삼우〉 조는 당나라 원결(元結)의 〈개론(丐論)〉을 인용한다. “옛사람은 고을에 군자가 없으면 산수를 벗으로 삼고, 마을에 군자가 없으면 송죽을 벗으로 삼고, 자리에 군자가 없으면 거문고와 술을 벗으로 삼았다.” 이어서 소식의 시 “바람과 샘물은 두 벌의 음악이요, 소나무와 대나무는 세 가지 유익한 벗이라(風泉兩部樂,松竹三益友)”를 든다.[8] 《성어전》이 둘째 뜻으로 든 ‘산수·송죽·금주’가 여기서 나왔다.

한국 문헌의 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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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거정(徐居正)의 《사가시집》 권14에는 재미있는 시 제목이 있다. 벗 경순(景醇)이 송·죽 두 폭을 손수 그려 자심(子深)에게 주었는데, 경순에게는 ‘매(梅)’라는 이름의 총희(寵姬)가 있었다. 자심이 서거정에게 “옛사람은 송죽매를 세한삼우로 삼았는데(古人以松竹梅。爲歲寒三友) 경순이 유독 매화만 아끼니 반드시 꺼리는 바가 있어서일 것”이라며, 화공 배련(裴連)에게 매화 한 가지를 그려 경순에게 보내고 서거정에게 시로 놀려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9]
  • 이유원(李裕元)의 《임하필기(林下筆記)》 권32 〈세한삼우〉 조는 원결과 소식의 말을 들고 “내가 사는 고을에는 좋은 산수도, 좋은 송죽도, 좋은 금주도 없으니 어디에서 군자를 따라 벗하겠는가”라고 탄식했다. 둘째 뜻인 산수·송죽·금주의 세 벗으로 쓴 예이다.[10]
  • 김정희(金正喜)는 권돈인(彝齋)을 위해 황산의 괴석 그림에 쓴 시에서 “다만 돌의 맹세가 돌처럼 굳기만 하다면, 세한삼우도 거친 재목일 뿐(但敎石盟如石固。歲寒三友亦麤材)”이라고 하여, 돌의 굳음을 송죽매보다 높였다.[11]
  •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歲寒三友’가 나오지 않는다.

일본의 송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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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송죽매가 절개의 상징보다 경사스러운 길상(吉祥)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은 ‘松竹梅’를 “옛날부터 ‘세한의 삼우’라 일컬어 경사의 표시로 그림이나 축하 장식, 꽃꽂이 등에 쓴다”고 풀이하고, 14세기 선승 기도 슈신(義堂周信)의 시문집 《공화집(空華集)》을 첫 용례로 든다. 같은 사전은 둘째 뜻으로 물건이나 좌석을 세 등급으로 나눌 때 등급 이름 대신 쓰는 말이라고 적는데, 《디지털 대사천》에 따르면 보통 ‘松’이 가장 높은 등급이다.[6]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歲 세 해, 세월 한 해의 끝, 겨울
寒 한 차다, 춥다 추위
三 삼 셋 세
友 우 벗 벗
  •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1844)는 제목에 ‘세한’이 들어 있지만 송죽매를 그린 그림이 아니다. 제주도에 유배 중이던 김정희가 먼 청나라에서 귀한 책을 구해 보내 준 제자 역관 이상적(李尙迪)에게 그려 준 것으로, 《논어》의 “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也”를 따라 초가 곁의 소나무와 잣나무를 그렸다. 발문에서는 권세와 이익으로 맺어진 사귐은 권세와 이익이 다하면 멀어진다는 사마천의 말을 들어, 처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은 이상적의 마음을 기렸다.[12]
  • ‘사군자(四君子)’는 매화·난초·국화·대나무이다. 매화와 대나무는 세한삼우와 겹치지만 소나무 대신 난초와 국화가 들어간다.
  • 병풍에는 눈 속의 소나무와 대나무, 막 피어난 매화가 세한삼우로 어우러져 있었다.
  • 경기가 얼어붙은 시기에도 변함없이 기술 투자를 이어 간 두 기업을 두고, 업계에서는 세한삼우 같은 뚝심이라고 평했다.
  • 일본에서 ‘松竹梅’는 축하 곡의 대표 제목이기도 하다. 지우타·소쿄쿠, 나가우타, 가토부시 등 여러 전통 음악 갈래에 같은 제목의 곡이 있다.[6]
  • 일본 황거(皇居) 궁전의 정전(正殿)에는 ‘마쓰노마(松の間)’, ‘다케노마(竹の間)’, ‘우메노마(梅の間)’가 있다. 송(松)의 방은 신년 축하 의식, 신임장 봉정식, 친임식, 훈장 친수식, 가회시(歌会始) 같은 주요 의식에, 죽(竹)의 방은 회견과 인견에, 매(梅)의 방은 황후 탄생일 축하 등에 쓰인다.[13]

유의어와 관련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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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우(三友): 세한삼우를 줄인 말.
  • 송죽매(松竹梅): 소나무·대나무·매화.
  • 세한송백(歲寒松柏): 추운 겨울의 소나무와 측백나무. 역경 속에서도 지조를 지키는 사람.
  • 사군자(四君子): 매화·난초·국화·대나무.
  • 송죽지절(松竹之節): 소나무와 대나무처럼 변하지 않는 굳은 절개.
  • 문방사우(文房四友): 종이·붓·먹·벼루를 네 벗에 빗댄 말.
  1.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세한삼우”,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84%B8%ED%95%9C%EC%82%BC%EC%9A%B0, 확인날짜=2026-09-26.
  2. ↑ 2.0 2.1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歲寒三友”(참고어),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7084, 확인날짜=2026-09-26.
  3. ↑ 3.0 3.1 《디지털 대사천(デジタル大辞泉)》·《백과사전 마이페디아(百科事典マイペディア)》, “歳寒三友”,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6%AD%B3%E5%AF%92%E4%B8%89%E5%8F%8B, 확인날짜=2026-09-26.
  4. ↑ 《논어(論語)》 〈자한(子罕)〉.
  5.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歲寒松柏”(참고어),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8624, 확인날짜=2026-09-26.
  6. ↑ 6.0 6.1 6.2 《개정신판 세계대백과사전(改訂新版 世界大百科事典)》·《일본대백과전서(日本大百科全書)》·《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松竹梅”,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6%9D%BE%E7%AB%B9%E6%A2%85, 확인날짜=2026-09-26.
  7. ↑ 요면(姚勉), 《설파집(雪坡集)》 권40 〈삼우헌설(三友軒說)〉.
  8. ↑ 조익(趙翼), 《해여총고(陔餘叢考)》 권43 〈세한삼우(歲寒三友)〉.
  9.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서거정, 《사가집》 시집 권14,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061A_0130_010_0840, 확인날짜=2026-09-26.
  10.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이유원, 《임하필기》 권32 〈세한삼우(歲寒三友)〉, https://db.itkc.or.kr/dir/node?dataId=ITKC_BT_1432A_0350_010_1160, 확인날짜=2026-09-26.
  11.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김정희, 《완당전집》 권10 〈위이재제황산화석(爲彝齋題黃山畵石)〉,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614A_0110_010_0680, 확인날짜=2026-09-26.
  12. ↑ 국사편찬위원회 우리역사넷, “김정희 필 세한도”, https://contents.history.go.kr/mobile/kc/view.do?levelId=kc_r300670&code=kc_age_30, 확인날짜=2026-09-26.
  13. ↑ 일본 궁내청(宮内庁), “宮殿各棟の概要”, https://www.kunaicho.go.jp/about/shisetsu/kokyo/kyuden.html, 확인날짜=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