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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노(守錢奴)는 돈을 지키는 종이라는 뜻으로, 돈을 모을 줄만 알아 한번 손에 들어간 것은 도무지 쓰지 않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1] 후한의 장군 마원(馬援)이 “재물은 베풀 줄 알아야 귀하지, 그렇지 않으면 돈 지키는 종일 뿐”이라고 한 말에서 나왔다.

“그는 소문난 수전노라 동료 경조사에도 봉투 한 장 내지 않는다”처럼, 재물을 쌓아 두기만 하고 남에게도 자신에게도 쓰지 않는 사람을 비난할 때 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수전로(守錢虜)’를 같은 말로, ‘유재아귀(有財餓鬼)’를 비슷한 말로 올리고, ‘구두쇠’를 참고 어휘로 든다.[1] 같은 사전에는 프랑스 극작가 몰리에르의 희곡 《L'Avare》를 옮긴 제목으로서의 ‘수전노’도 따로 올라 있다.[1]

중국어에서는 ‘守錢奴’와 함께 ‘수재노(守財奴)’, ‘간전노(看錢奴)’를 쓰는데, 지금은 ‘守財奴’가 가장 흔하다.[2] 일본어에서도 ‘守銭奴(しゅせんど)’라 하여 “돈에 집착해 모으는 데만 열심인 사람”을 욕하는 말로 쓴다.[3]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守 수 지키다 움켜쥐고 지키다
錢 전 돈 돈, 재물
奴 노 종, 놈 종, 남을 낮잡는 말

‘돈을 지키는 종’이라는 짜임이다. 돈의 주인이 아니라 돈에 부림을 당하는 사람이라는 비꼼이 담겨 있다.

마원의 말: ‘守錢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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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한서(後漢書)》 〈마원전〉에 따르면 마원은 젊어서 변방에서 목축을 하여 소·말·양 수천 마리와 곡식 수만 곡(斛)을 모은 뒤 이렇게 탄식했다.

凡殖貨財產,貴其能施賑也,否則守錢虜耳。

[4]

“무릇 재산을 불리는 것은 그것을 베풀어 구제할 수 있기 때문에 귀한 것이니, 그렇지 않으면 돈 지키는 노예일 뿐이다.” 그러고는 재산을 모두 형제와 옛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고 자신은 양가죽 옷을 입었다고 한다.[4] ‘虜(로)’는 본래 ‘사로잡힌 사람, 노예’를 뜻한다.

‘守錢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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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말을 동진(東晉)의 원굉(袁宏)이 엮은 《후한기(後漢紀)》는 “凡殖財者貴以施也,不則守錢奴耳”라고 적어, ‘虜’ 대신 ‘奴’를 썼다.[5] 후한 안세고(安世高)가 옮긴 것으로 전하는 《불설분별선악소기경(佛說分別善惡所起經)》도 인색한 사람이 받는 다섯 가지 화 가운데 하나로 “사람들이 모두 그를 수전노라 부른다(人皆呼守錢奴)”를 든다.[6] 이후 이 말은 당나라 왕범지(王梵志)의 시, 《태평광기》가 인용한 《광고금오행기(廣古今五行記)》 등에 두루 보인다. 북송의 황정견(黃庭堅)은 “부귀가 어느 때 해골을 적셔 준 적이 있던가, 수전노와 벼슬에 묶인 죄수여(富貴何時潤髑髏,守錢奴與抱官囚)”라고 읊었다.[7]

《성어전》 수정본은 청나라 소설 《유림외사(儒林外史)》 제9회의 “이런 선비가 수전노에게 이렇게 업신여김을 당하다니(有這樣讀書君子,卻被守錢奴如此凌虐)”를 용례로 든다.[8] 그러나 위에서 보듯 이 말은 그보다 천 년 넘게 앞선 문헌에 이미 쓰였다.

한국 문헌의 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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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 말 민사평(閔思平)의 《급암시집(及菴詩集)》에 ‘守錢奴’가 보인다.[9]
  • 명종 7년(1552) 지중추부사 김인손(金麟孫)이 죽자 사관은 졸기에서 그가 젊어서부터 녹봉을 쓰지 않고 쌓아 두었으며, 선물로 받은 음식도 썩어 먹을 수 없게 된 뒤에야 버렸다고 적고 “옛날에 말한 수전로(守錢虜)란 김인손 같은 자를 두고 한 말이 아니겠는가(古有守錢虜,殆麟孫之謂歟)”라고 평했다.[10]
  • 신흠(申欽)은 《상촌고(象村稿)》에서 황정견의 위 구절을 들며 “이 말을 내걸어 어리석은 이들을 깨우치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고 했다.[9]
  • 서버 증설 예산을 끝내 묶어 두다가 장애를 키운 그는 회사 안에서 수전노 소리를 들었다.
  • 재산을 쌓아 두기만 하고 쓸 줄 모른다면 마원의 말처럼 수전노일 뿐이다.
  • 동화 속 수전노 영감은 마지막에 금고를 열어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
  • 마원이 재산을 나누어 주기 직전, 같은 〈마원전〉에는 그의 유명한 말 “대장부가 뜻을 세웠으면 궁할수록 더욱 굳세고, 늙을수록 더욱 씩씩해야 한다(丈夫爲志,窮當益堅,老當益壯)”가 나온다. ‘노익장’의 출전이다. 그보다 조금 앞에는 형 마황(馬況)이 마원에게 “너는 큰 재목이니 늦게 이루어질 것이다(汝大才,當晚成)”라고 한 말도 실려 있다.[4]
  • 일본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이 든 ‘守銭奴’의 첫 용례는 데라카도 세이켄(寺門静軒)의 《에도 번창기(江戸繁昌記)》(1832~1836)이다. 몰리에르의 희곡 《L'Avare》(1668 초연)는 일본에서 ‘守銭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고, 한국에서도 ‘수전노’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다.[3][1]

유의어와 관련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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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전로(守錢虜): 수전노와 같은 말. 《후한서》 마원의 말에 나오는 형태.
  • 구두쇠: 몹시 인색한 사람.
  • 자린고비: 다라울 정도로 인색한 사람.
  • 유재아귀(有財餓鬼): 재물이 있으면서도 굶주린 귀신처럼 구는 사람.
  • 수재노(守財奴), 간전노(看錢奴): 중국어에서 쓰는 비슷한 말. 원나라 정정옥(鄭廷玉)의 잡극 《간전노매원가채주(看錢奴買冤家債主)》가 유명하다.
  1. ↑ 1.0 1.1 1.2 1.3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수전노”,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88%98%EC%A0%84%EB%85%B8, 확인날짜=2026-10-10.
  2.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守財奴”,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7759, 확인날짜=2026-10-10.
  3. ↑ 3.0 3.1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디지털 다이지센(デジタル大辞泉)》, “守銭奴”,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AE%88%E9%8A%AD%E5%A5%B4, 확인날짜=2026-10-10.
  4. ↑ 4.0 4.1 4.2 범엽(范曄), 《후한서(後漢書)》 권24 〈마원열전(馬援列傳)〉.
  5. ↑ 원굉(袁宏), 《후한기(後漢紀)》 권4.
  6. ↑ 《불설분별선악소기경(佛說分別善惡所起經)》, 대정신수대장경 T0729.
  7. ↑ 황정견(黃庭堅), 《산곡집(山谷集)》 권8.
  8.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守錢奴”(수정본 참고 자료),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8590, 확인날짜=2026-10-10.
  9. ↑ 9.0 9.1 한국고전종합DB 고전원문 검색, “守錢奴”,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10-10.
  10.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명종실록》 13권, 명종 7년 8월 14일 갑자 3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ma_10708014_003, 확인날짜=2026-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