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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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익장(老益壯)은 늙었지만 의욕이나 기력은 점점 좋아짐, 또는 그런 상태를 뜻하는 한자성어이다.[1] 후한의 장수 마원(馬援)이 한 말 “늙을수록 더욱 씩씩해야 한다(老當益壯)”에서 나왔으며, 네 글자로 노당익장(老當益壯)이라고도 한다.[2]
《후한서(後漢書)》 권24 〈마원열전(馬援列傳)〉에 나온다. 마원은 젊어서 군의 독우(督郵)로 있을 때 죄수를 호송하다가 불쌍히 여겨 풀어 주고 북쪽 변방으로 달아났다. 사면을 받은 뒤에도 그곳에 남아 목축을 하며 많은 빈객을 거느렸는데, 늘 빈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4]
丈夫爲志,窮當益堅,老當益壯。
“대장부가 뜻을 세웠으면 곤궁할수록 더욱 굳세야 하고, 늙을수록 더욱 씩씩해야 한다.”
곧 이 말은 늙은 마원이 한 말이 아니라, 아직 뜻을 펴지 못한 젊은 마원의 다짐이었다. 그는 뒤에 광무제(光武帝)를 섬겨 복파장군(伏波將軍)이 되었다.[3]
마원이 이 말을 몸소 보여 준 것은 만년의 일이다. 건무 24년(48) 무릉의 오계만(五溪蠻)을 치러 간 군대가 전멸하자 마원이 다시 출정을 청했다.[4]
時年六十二,帝湣其老,未許之。援自請曰:「臣尚能披甲上馬。」帝令試之。援據鞍顧眄,以示可用。帝笑曰:「瞿鑠哉是翁也!」
“이때 나이가 62세였다. 황제가 그가 늙은 것을 딱하게 여겨 허락하지 않자, 마원이 스스로 청했다. ‘신은 아직 갑옷을 입고 말에 오를 수 있습니다.’ 황제가 시험해 보게 하니, 마원이 안장에 걸터앉아 사방을 둘러보며 쓸 만함을 보였다. 황제가 웃으며 말했다. ‘정정하구나, 이 늙은이는!’” 여기 나오는 ‘瞿鑠’은 흔히 ‘矍鑠(확삭)’으로 적는데, 표준국어대사전은 확삭을 “노인이 기력이 정정하고 몸이 잼”으로 풀이한다.[5] 인용서에 따라 ‘湣’은 ‘愍’으로, ‘披甲’은 ‘被甲’으로도 적는다.
나무위키 등에는 광무제가 “이미 너무 늙었으니 짐과 함께 황궁에서 편히 쉬라”며 만류했다는 대사가 소개되기도 하지만, 원문은 “늙은 것을 딱하게 여겨 허락하지 않았다(帝湣其老,未許之)”고만 적는다.[4] 마원은 이 원정에서 무더위 속에 돌림병이 돌아 자신도 병을 얻었고, 끝내 진중에서 병으로 죽었다(會援病卒).[4] 죽은 뒤에는 모함을 받아 봉작을 빼앗기기까지 했다.
‘當’이 빠진 老益壯도 일찍부터 보인다. 당나라 권덕여(權德輿)는 시인 진계(秦系)가 유장경(劉長卿)과 주고받은 시를 두고 “유장경은 스스로 오언시의 만리장성이라 여겼으나, 진계는 한 갈래 군사로 이를 공격했으니, 늙었어도 더욱 씩씩하다(雖老益壯)”고 평했다. 이 평은 《신당서》 〈은일전〉 진계전에도 실렸다.[7][8]
한국 문헌에서도 老益壯은 자주 쓰였다. 신숙주(申叔舟)는 벗과 어울린 자리를 “머리 묶던 시절부터 함께 놀던 이가 늙어 더욱 씩씩하다(結髮同遊老益壯)”고 읊었고,[9] 성혼(成渾)은 편지에서 벗을 두고 “늘그막에 뜻이 더욱 굳고 바르니 노익장이라 할 만하다(可謂老益壯矣)”고 했다.[10] 1781년(정조 5) 정조는 병을 앓고 난 뒤 입시한 훈련대장을 두고 “병을 앓은 뒤의 근력도 노익장이라 할 만하다(病後筋力,亦可謂老益壯矣)”고 반겼다.[11] 《조선왕조실록》에는 1728년(영조 4) 영조가 이인좌의 난 진압에 나섰던 늙은 장수 이수량(李遂良)을 두고 “늙을수록 더욱 씩씩해야 한다는 옛말은 이 사람에게 써야 하겠다(古所謂老當益壯之語,當用於此人矣)”고 한 기록이 있다.[12]
- 칠순의 그는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 은퇴를 앞둔 선배 엔지니어가 밤샘 장애 대응에서 가장 먼저 원인을 찾아내며 노익장을 보여 주었다.
- 마흔을 넘긴 투수가 완봉승을 거두자 언론은 그의 노익장에 찬사를 보냈다.
- 마원보다 앞선 ‘늙은 장수’의 고사로는 전국 시대 조나라 장수 염파(廉頗)의 이야기가 흔히 함께 소개된다. 《사기》 〈염파인상여열전〉에 따르면 조왕이 염파를 다시 쓸 수 있는지 사자를 보내 살피자, 염파는 한 끼에 쌀 한 말과 고기 열 근을 먹고 갑옷을 입고 말에 올라 아직 쓸 만함을 보였다. 그러나 뇌물을 받은 사자가 “밥은 잘 먹지만 잠깐 사이에 세 번이나 뒷간에 갔다”고 보고해 끝내 부름을 받지 못했다.[13]
- 노당익장(老當益壯): 노익장과 같은 말.
- 노이익장(老而益壯): 《성어전》이 老當益壯과 같은 말로 싣는 형태. 《남사》 〈유준전〉에 보인다.[3]
- 노마지지(老馬之智): 늙은 말의 지혜라는 뜻으로, 오랜 경험을 쌓은 사람이 지닌 슬기.
- 노기복력(老驥伏櫪): 늙은 천리마가 마구간에 엎드려 있어도 뜻은 천 리에 있다는 뜻. 《성어전》은 老當益壯이 ‘몸이 정정함’에, 老驥伏櫪이 ‘웅심이 사라지지 않음’에 초점이 있다고 구별한다.[3]
- 백전노장(百戰老將): 수많은 싸움을 치른 노련한 장수.
- 확삭(矍鑠): 노인이 기력이 정정하고 몸이 잼.
- 반대: 미로선쇠(未老先衰): 늙기도 전에 먼저 쇠약해짐.[3]
- ↑ 1.0 1.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노익장”,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85%B8%EC%9D%B5%EC%9E%A5, 확인날짜=2026-09-30.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노당익장”,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85%B8%EB%8B%B9%EC%9D%B5%EC%9E%A5, 확인날짜=2026-09-30.
- ↑ 3.0 3.1 3.2 3.3 3.4 3.5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老當益壯”,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95, 확인날짜=2026-09-30.
- ↑ 4.0 4.1 4.2 4.3 4.4 4.5 범엽(范曄), 《후한서(後漢書)》 권24 〈마원열전(馬援列傳)〉.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확삭”,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D%99%95%EC%82%AD, 확인날짜=2026-09-30.
- ↑ 왕발(王勃), 〈추일등홍부등왕각전별서(秋日登洪府滕王閣餞別序)〉.
- ↑ 권덕여(權德輿), 〈진징군교서여유수주창화시서(秦徵君校書與劉隨州唱和詩序)〉, 《전당문(全唐文)》 권490.
- ↑ 구양수(歐陽脩) 등, 《신당서(新唐書)》 권196 〈은일전(隱逸傳)·진계(秦系)〉.
- ↑ 신숙주(申叔舟), 〈희차홍마천운(戲次洪麻川韻)〉, 《보한재집(保閑齋集)》,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09-30.
- ↑ 성혼(成渾), 〈여송운장(與宋雲長)〉, 《우계집(牛溪集)》,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09-30.
- ↑ 국사편찬위원회 승정원일기, 정조 5년 2월 5일 무신, https://sjw.history.go.kr/id/SJW-G05020050-03100, 확인날짜=2026-09-30.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영조실록》 18권, 영조 4년 5월 1일 신해 3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ua_10405001_003, 확인날짜=2026-09-30.
- ↑ 사마천(司馬遷), 《사기(史記)》 권81 〈염파인상여열전(廉頗藺相如列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