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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지지(老馬之智)는 늙은 말의 지혜라는 뜻으로, 오랜 경험을 쌓은 사람이 지닌 슬기를 이르는 한자성어이다. 《한비자》 〈설림 상〉에서 관중이 늙은 말을 풀어 길을 찾은 고사에서 나왔다.[1][2]

같은 고사에서 나온 말로 ‘노마식도(老馬識途)’가 있다. 한국어 사전에는 ‘노마식도(老馬識道)’가 “늙은 말이 길을 안다는 뜻으로, 경험이 많은 사람이 지혜를 갖추고 있음을 이르는 말”로 올라 있고,[3] ‘노마지지’는 표준국어대사전과 우리말샘에 표제어로 실려 있지 않다. 원문 그대로의 말은 ‘老馬之智’이고, 현대 중국어에서는 ‘노마식도(老馬識途)’가 가장 널리 쓰인다.[2] 일본어에서는 ‘老馬の智(ろうばのち)’라고 하며 경험을 쌓은 사람의 지혜를 존중해야 한다는 뜻으로 쓴다.[1]

조선 문헌에서는 벼슬에서 물러나기를 청하는 글이나 남에게 조언을 건네는 편지에서 “나에게는 늙은 말의 지혜도 없다”, “늙은 말의 지혜로 한마디 드린다”처럼 자기를 낮추는 말로 자주 썼다.

《한비자(韓非子)》 〈설림 상(說林上)〉에 나온다.[4]

管仲、隰朋從於桓公而伐孤竹,春往冬反,迷惑失道。管仲曰:「老馬之智可用也。」乃放老馬而隨之,遂得道。行山中無水,隰朋曰:「蟻冬居山之陽,夏居山之陰。蟻壤一寸而仞有水。」乃掘地,遂得水。以管仲之聖而隰朋之智,至其所不知,不難師於老馬與蟻。今人不知以其愚心而師聖人之智,不亦過乎?

“관중(管仲)과 습붕(隰朋)이 제 환공(桓公)을 따라 고죽(孤竹)을 치러 갔는데, 봄에 갔다가 겨울에 돌아오는 길에 길을 잃고 헤맸다. 관중이 ‘늙은 말의 지혜를 쓸 만하다’ 하고는 늙은 말을 풀어놓고 그 뒤를 따라가 마침내 길을 찾았다. 산속을 가다가 물이 없자 습붕이 ‘개미는 겨울에는 산의 남쪽에, 여름에는 산의 북쪽에 사는데, 개미 둔덕이 한 치 높이면 여덟 자 아래에 물이 있다’ 하고는 땅을 파서 물을 얻었다. 관중처럼 성스럽고 습붕처럼 지혜로운 사람도 모르는 일에 이르러서는 늙은 말과 개미를 스승으로 삼기를 꺼리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어리석은 마음을 지녔으면서도 성인의 지혜를 스승으로 삼을 줄 모르니, 잘못이 아니겠는가.”

한비자가 이 이야기로 말하려던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경험이 쌓인 존재의 지혜이고, 다른 하나는 뛰어난 사람일수록 모르는 것 앞에서 하찮은 것에게라도 배우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뒤의 뜻은 불치하문(不恥下問)과 통한다.

개미 대목의 “蟻壤一寸而仞有水”는 판본에 따라 글자가 다르다. 《성어전》이 인용한 본문은 “蟻壤寸而有水”로 되어 있다.[2] ‘인(仞)’은 여덟 자(일설에는 일곱 자)의 길이 단위이다.

뒤의 인용과 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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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일찍부터 유서와 문인의 글에 인용되었다. 《태평어람(太平御覽)》은 권490과 권896에 ‘한자(韓子)’를 인용해 이 대목을 싣고,[5] 당나라 한유(韓愈)는 〈상양양우상공서(上襄陽于相公書)〉에서 “옛날 제나라 임금이 가다가 길을 잃자 관자가 늙은 말을 풀어 따라가자고 청했다(昔者齊君行而失道,管子請釋老馬而隨之)”라고 썼다.[6] 두보(杜甫)도 〈관안서병과부관중대명(觀安西兵過赴關中待命)〉에서 “늙은 말은 밤에도 길을 안다(老馬夜知道)”고 읊어, 《성어전》은 ‘노마지도(老馬知道)’를 같은 말로 싣는다.[2]

명나라 소설 《동주열국지(東周列國志)》 제21회는 이 이야기를 크게 부풀렸다. 여기서는 환공이 산융(山戎)과 고죽을 칠 때 길을 잃자 관중이 “신이 듣기로 늙은 말은 길을 안다고 합니다(臣聞老馬識途)”라며 늙은 말 몇 필을 골라 앞세우자고 건의한다.[2] 흔히 알려진 “늙은 말 몇 마리를 골라 앞장세웠다”는 줄거리는 이 소설의 각색에 가깝고, 《한비자》 원문에는 “늙은 말을 풀어놓고 따라갔다”고만 되어 있다.

한국 문헌의 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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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종 12년(1557) 좌의정 상진(尙震)은 사직을 청하는 글에서 “마른 달팽이의 허물만 본받고 늙은 말의 지혜는 전혀 없다(唯效枯蝸之尤,頓乏老馬之智)”며 자신을 낮췄다. 《조선왕조실록》 원문에서 이 말이 나오는 유일한 기사이다.[7]
  • 이익(李瀷)은 제자 안정복에게 보낸 편지에서, 젊어서 시율에 매달리느라 십수 년을 허비한 자신의 후회를 털어놓으며 “이것이 참으로 늙은 말의 지혜이니 그대에게 바친다(此實老馬之智,爲君獻焉)”고 했다. 병을 다스리는 방법을 일러 줄 때도 “감히 늙은 말의 지혜를 바친다(敢獻老馬之智)”고 썼다.[8]
  • 정조는 전국의 길과 거리를 정리한 《도리총고(道里摠攷)》의 서문에서, 나라 안 곳곳이 산과 바다로 막혀 있는데 “물에는 비치(飛鴟)의 묘가 없고 뭍에는 늙은 말의 지혜가 없으니(水無飛鴟之妙,陸無老馬之智)” 길을 살피는 책이 없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길을 아는 늙은 말의 고사를 지리서의 필요성에 빗댄 것이다.[9]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老 노(로) 늙다 늙은, 경험이 많은
馬 마 말 말
之 지 ~의 앞말이 뒷말을 꾸밈
智 지 슬기 지혜, 경험에서 나온 앎
  • 장애 원인을 못 찾아 헤매던 신입 엔지니어들은 은퇴를 앞둔 선배의 노마지지 덕분에 십 년 전 비슷한 사고의 기록을 찾아냈다.
  • 레거시 시스템의 이상 동작은 문서보다 오래 운영해 온 담당자의 노마지지가 더 정확할 때가 많다.
  • 부족한 소견이지만 노마지지라 여기고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유의어와 관련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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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마식도(老馬識途): 늙은 말이 길을 안다. 같은 고사에서 나온 말로, 중국어에서 널리 쓰는 형태. 한국 사전에는 ‘노마식도(老馬識道)’로 올라 있다.
  • 노마지도(老馬知道): 늙은 말이 길을 안다. 두보의 시구에서 나온 형태.
  • 불치하문(不恥下問): 아랫사람에게 묻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음.
  • 후생가외(後生可畏): 뒤에 난 사람이 두렵다. 경험보다 젊음의 가능성을 높이 보는 반대 방향의 말.
  • 청출어람(靑出於藍): 제자가 스승보다 나음.
  1. ↑ 1.0 1.1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老馬の智”,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8%80%81%E9%A6%AC%E3%81%AE%E6%99%BA, 확인날짜=2026-09-27.
  2. ↑ 2.0 2.1 2.2 2.3 2.4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老馬識途”,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36, 확인날짜=2026-09-27.
  3. ↑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노마식도”, https://open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focus_name=query&query=%EB%85%B8%EB%A7%88%EC%8B%9D%EB%8F%84, 확인날짜=2026-09-27.
  4. ↑ 《한비자(韓非子)》 〈설림 상(說林上)〉.
  5. ↑ 이방(李昉) 등, 《태평어람(太平御覽)》 권490·권896.
  6. ↑ 한유(韓愈), 〈상양양우상공서(上襄陽于相公書)〉.
  7.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명종실록》 23권, 명종 12년 12월 19일 무술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ma_11212019_001, 확인날짜=2026-09-27.
  8. ↑ 이익, 〈답안백순(答安百順) 무인〉·〈여안백순(與安百順) 무인〉, 《성호전집(星湖全集)》 권26,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489A_0260_010_0070, 확인날짜=2026-09-27.
  9. ↑ 정조, 〈도리총고서(道里摠攷序)〉, 《홍재전서(弘齋全書)》 권9,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584A_0090_010_0200, 확인날짜=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