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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일반(十匙一飯)은 밥 열 숟가락이 모이면 밥 한 그릇이 된다는 뜻으로, 여러 사람이 조금씩 힘을 보태면 한 사람을 돕기가 쉬움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1] 우리 속담을 한자 네 글자로 옮긴 말로, 중국이나 일본에서 쓰는 성어가 아니다.

여럿이 조금씩 돈이나 물건을 모아 어려운 사람을 돕거나 큰일을 치를 때 쓴다.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았다”, “십시일반 힘을 보태 달라”처럼 쓰며, 오늘날에는 모금·후원·크라우드 펀딩 같은 일을 가리킬 때 특히 자주 쓴다.

한자로 된 말이지만 중국 고전에는 쓰인 예가 없다. 한문 전적에서 ‘十匙一飯’은 19세기 조선 문헌과 《조선왕조실록》·《승정원일기》 고종 대 기사에서만 확인된다.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에도 일본 사전에도 실려 있지 않다.

속담 ‘열 그릇 밥에 한 숟가락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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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丁若鏞)이 1820년에 엮은 속담집 《이담속찬(耳談續纂)》에 이 속담이 한문으로 실려 있다. 《이담속찬》은 명나라 왕동궤(王同軌)의 《이담(耳談)》을 보충한 중국 속담에 우리 속담을 더한 책인데, 우리 속담 부분 끝에는 정약용의 형 정약전(丁若銓)이 흑산도에서 모아 보낸 속담이 덧붙어 있다.[2] 이 속담은 그 정약전 몫(“이하 손암이 모은 것[已下巽菴所輯]”)에 들어 있다. 손암(巽菴)은 정약전의 호이다.[3]

十飯一匙。還成一飯。言衆人出力。費小而惠大。

[4]

“밥 열 그릇에서 한 숟가락씩 덜면 도로 밥 한 그릇이 된다. 여러 사람이 힘을 내면 드는 것은 적어도 은혜는 크다는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밥 열 술이 한 그릇이 된다)와 달리, 이 한역은 ‘열 그릇에서 한 숟가락씩’ 덜어 낸다는 쪽에서 말하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부담은 작다는 점이 더 드러나는 표현이다.

네 글자 ‘十匙一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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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글자 형태는 《이담속찬》보다 조금 앞서 정약용의 《경세유표(經世遺表)》와 《목민심서(牧民心書)》에 이미 보인다. 다만 그 쓰임은 지금과 사뭇 다르다. 정약용은 각 고을의 경주인·영주인(邸吏)이 받는 역가미(役價米)가 해마다 불어나는 폐단을 고발하면서, 그들이 수령의 집안사람을 찾아가 뇌물을 바치며 이렇게 꾀었다고 적었다.

增我役價。歲羨十苫。我窠還賣。價增五萬。在我無損。於公有利。以買田宅。可育妻子。十匙一飯。不足病民。

[5]

“제 역가를 올려 주시면 해마다 열 섬이 더 생기고, 제 자리를 되팔면 값이 5만 전은 오릅니다. 저는 손해 볼 것이 없고 공께는 이득이 되니, 논밭과 집을 사서 처자를 기를 수 있습니다. 열 숟가락이 밥 한 그릇일 뿐이니 백성을 병들게 할 정도는 아닙니다.” 이어서 이렇게 늘어난 몫이 “열 숟가락이 밥 한 그릇이 되듯 흔적도 없이(十匙一飯。渾然無跡)” 장부에 녹아든다고 적었다.[5] 《목민심서》에서도 강진의 늙은 아전의 말을 빌려, 부세를 더 걷자는 사람들은 모두 “십시일반이라 백성을 병들게 하지 않는다(咸曰十匙一飯。不足病民)”고 하지만 30여 년 사이에 경주인 자리 값이 300냥에서 1만 냥으로 33배가 되었다며, 그만큼 백성의 부담이 커졌다고 지적했다.[6]

곧 조선 후기에 ‘십시일반’은 ‘한 사람 몫은 얼마 안 된다’는 논리로 세금을 조금씩 더 걷는 일을 정당화하는 말로도 쓰였고, 정약용은 그 논리를 비판한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의 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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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원문에서 ‘十匙一飯’은 고종 대에만 3건 나온다.

  • 고종 8년(1871) 신미양요 무렵, 강화도 방비에 쓸 포량미를 전국의 논밭 1결마다 쌀 한 말씩 더 걷자는 논의가 나오자 고종은 “1결에 한 말씩 더 걷는 것은 실로 십시일반이니 다른 말이 없을 듯하다(一結之一斗加斂, 實是十匙一飯也, 似無岐貳)”고 하고, 소작인이 아니라 논 주인에게서 걷으라고 했다.[7] 같은 날의 말이 《승정원일기》에도 실려 있다.
  • 고종 32년(1895) 정석오는 동학 농민 운동 뒤의 백성을 구제하려면 조정 백관과 지방 수령이 각각 한 달 치 봉급을 내어 먼저 쓰자고 하며 “이 십시일반의 은혜로 수만 생령을 살린다(以此十匙一飯之惠, 活彼幾萬生靈)”고 했다.[8]
  • 광무 2년(1898)에는 윤태진 등이 굶주린 백성을 구제하기 위해 부유한 사람들에게서 조금씩 덜어 걷자고 청하면서 이 말을 썼다.[9]

19세기 말에 이르러서는 지금처럼 ‘여럿이 조금씩 보태 어려운 이를 돕는다’는 뜻으로 자리 잡았음을 볼 수 있다.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十 십 열 열
匙 시 숟가락 한 숟가락의 밥
一 일 하나 한
飯 반 밥 밥 한 그릇
  • 오픈 소스 프로젝트의 서버 비용은 사용자들이 십시일반으로 후원해 마련하고 있다.
  • 팀원들이 십시일반 테스트 케이스를 보태자 한 사람이 몇 주 걸릴 검증이 이틀 만에 끝났다.
  • 수해를 입은 이웃을 돕기 위해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았다.
  • MBC는 2020년 7~8월에 같은 제목의 8부작 수목 드라마 《십시일반》을 방영했다. 유명 화가의 재산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극이다.[10]

유의어와 관련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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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소성대(積小成大): 작거나 적은 것도 쌓이면 크게 되거나 많아짐.[11]
  • 티끌 모아 태산: 작은 것도 모이면 큰 것이 된다는 속담. 십시일반과 달리 남을 돕는다는 뜻은 없다.
  •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쉬운 일이라도 함께하면 더 쉽다는 속담.
  1.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십시일반”,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8B%AD%EC%8B%9C%EC%9D%BC%EB%B0%98, 확인날짜=2026-09-27.
  2. ↑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이담속찬”, https://encykorea.aks.ac.kr/Contents/Item/E0043959, 확인날짜=2026-09-27.
  3. ↑ 국사편찬위원회 우리역사넷, “『자산어보(玆山魚譜)』”, https://contents.history.go.kr/mobile/kc/view.do?levelId=kc_r300786, 확인날짜=2026-09-27.
  4. ↑ 정약용,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제1집 잡찬집 권24 《이담속찬(耳談續纂)》 〈동언(東諺)〉,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자료ID ITKC_MO_0597A_0250_030_0020, https://db.itkc.or.kr/dir/node?dataId=ITKC_MO_0597A_0250_030_0020, 확인날짜=2026-09-27.
  5. ↑ 5.0 5.1 정약용, 《여유당전서》 제5집 정법집 권7 《경세유표(經世遺表)》 권7 〈전제(田制) 7〉,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자료ID ITKC_MO_0597A_1120_010_0030, https://db.itkc.or.kr/dir/node?dataId=ITKC_MO_0597A_1120_010_0030, 확인날짜=2026-09-27.
  6. ↑ 정약용, 《여유당전서》 제5집 정법집 권20 《목민심서(牧民心書)》 〈호전(戶典)〉,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자료ID ITKC_MO_0597A_1250_010_0010, https://db.itkc.or.kr/dir/node?dataId=ITKC_MO_0597A_1250_010_0010, 확인날짜=2026-09-27.
  7.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고종실록》 8권, 고종 8년 5월 25일 갑인 2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za_10805025_002, 확인날짜=2026-09-27.
  8.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고종실록》 33권, 고종 32년 3월 22일 계사 3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za_13203022_003, 확인날짜=2026-09-27.
  9.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고종실록》 38권, 고종 35년 9월 19일 3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za_13509019_003, 확인날짜=2026-09-27.
  10. ↑ 한국경제, “김혜준X오나라 십시일반, 드라마 왕국 MBC 명성 살릴까 (종합)”, 2020-07-22,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007227255H, 확인날짜=2026-09-27.
  11.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적소성대”,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A0%81%EC%86%8C%EC%84%B1%EB%8C%80, 확인날짜=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