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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일발(危機一髮)은 여유가 조금도 없이 몹시 절박한 순간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 ‘위여일발(危如一髮)’이라고도 한다.[1][2]

머리털 한 올(一髮)만큼의 틈을 두고 위험이 닥쳐 있다는 말로, 사고나 재난이 일어나기 직전의 아슬아슬한 순간이나, 그 순간을 가까스로 넘긴 상황을 가리킨다. “위기일발의 순간”, “위기일발로 목숨을 건졌다”처럼 쓴다.[1] 누란지위가 나라나 조직이 놓인 ‘형세’의 위태로움을 말한다면, 위기일발은 눈앞에 닥친 ‘순간’의 긴박함에 초점이 있다.

‘한 올 머리털’의 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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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털 한 올에 무거운 것을 매단다는 비유는 중국 고전에 일찍부터 보인다.

  • 한나라 매승(枚乘)은 반란을 꾀하던 오왕 유비(劉濞)에게 올린 글에서 “실 한 가닥에 천 균(鈞)의 무게를 매달아 위로는 끝없이 높은 곳에 걸고 아래로는 헤아릴 수 없는 못에 드리우면, 아무리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끊어질까 슬퍼한다(夫以一縷之任係千鈞之重,上縣無極之高,下垂不測之淵,雖甚愚之人猶知哀其將絕也)”고 했다.[3]
  • 《열자》 〈중니(仲尼)〉에는 공손룡(公孫龍)의 역설 가운데 하나로 “머리털 하나로 천 균을 끈다(髮引千鈞)”가 나온다.[4]
  • 당나라 한유(韓愈)는 〈여맹상서서(與孟尙書書)〉에서 한나라 이후 유학의 형편을 두고 “그 위태로움이 머리털 한 올로 천 균을 끄는 것과 같다(其危如一髮引千鈞)”고 썼다.[5]

대만 교육부 《성어전》은 이 비유에서 중국어 성어 ‘천균일발(千鈞一髮)’이 나왔다고 설명한다.[6]

조선 문헌의 ‘위여일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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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의 구절에서 나온 ‘危如一髮(위태롭기가 머리털 한 올 같다)’은 한국 문헌에서도 네 글자 표현으로 쓰였다.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危如一髮’이 40건 나오며, 이른 예로 중종 2년(1507) 대사간 강경서(姜景敍) 등이 연산군 때를 돌아보며 “나라의 형세가 머리털 한 올처럼 위태로웠다(國家之勢危如一髮)”고 한 상소가 있다.[7] 반면 ‘危機一髮’은 실록 원문에 한 건도 없다. 현대 국역본은 원문의 ‘危如一髮’을 ‘위기일발’로 옮기기도 했는데, 예를 들어 정조 2년(1778) 교서의 “國勢危如一髮”은 “국가의 사세가 위기일발이게 되자”로 번역되어 있다.[8]

‘위기일발’은 근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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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危機一髮’이라는 네 글자는 확인되는 용례가 모두 20세기 이후의 것이다. 일본어에서는 ‘危機一髪(ききいっぱつ)’로 쓰며, 《일본국어대사전》은 첫 용례로 나가이 가후(永井荷風)의 소설 《지옥의 꽃(地獄の花)》(1902)을 든다.[9] 일본의 《사자숙어를 아는 사전》도 이 말의 용례가 20세기 이후에만 있어 그리 전통적인 말이 아니라고 설명한다.[9]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1905~1906)에도 쓰였다.

중국어에서도 1919년 5·4 운동의 선언문을 옮긴 소설 《민국연의(民國演義)》 등 민국 시기 문헌에 ‘危機一髮’이 보이지만, 성어로는 주로 ‘천균일발(千鈞一髮)’, ‘일발천균(一髮千鈞)’을 쓴다.[6] 대만 교육부 《성어전》에도 ‘危機一髮’은 표제어로 없다.

이런 사정으로 보아 한국어의 ‘위기일발’은 근대에 일본어를 거쳐 널리 쓰이게 된 말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한국에서의 첫 용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危 위 위태하다 위태로움
機 기 틀, 기회, 때 고비, 순간
一 일 하나 한
髮 발 터럭, 머리털 머리털 한 올만큼의 아주 좁은 틈

‘일발’은 ‘한 방(一發)’이 아니라 ‘머리털 한 올(一髮)’이다. 일본에서도 ‘危機一発’로 잘못 쓰는 일이 많아, 사자성어 사전이 대표적인 오기로 주의를 주고 있다. 1960년대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007 위기일발》의 일본어 제목 ‘007危機一発’이 이 표기를 퍼뜨리는 데 한몫했다는 설명도 있다.[9]

  • 랜섬웨어가 백업 서버까지 번지기 직전, 위기일발의 순간에 네트워크를 끊어 피해를 막았다.
  • 인증서가 만료되기 몇 분 전에 갱신을 마쳐 위기일발로 서비스 중단을 피했다.
  • 브레이크가 듣지 않던 버스는 위기일발로 난간 앞에서 멈춰 섰다.
  • 007 시리즈의 두 번째 영화 《From Russia with Love》(1963)는 한국에서 《007 위기일발》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유의어와 관련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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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여일발(危如一髮): 같은 뜻이다.
  • 천균일발(千鈞一髮), 일발천균(一髮千鈞): 천 균 무게를 머리털 한 올에 매단 것처럼 몹시 위태로움. 《성어전》은 ‘위여누란(危如累卵)’이 형세의 위험을, ‘천균일발’이 눈앞의 긴박한 위급을 강조한다고 구별한다.[6]
  • 간불용발(間不容髮): 머리털 하나 들어갈 틈도 없을 만큼 사태가 급박함. 매승의 글에서 나온 말이다.
  • 누란지위(累卵之危): 쌓아 놓은 알처럼 위태로운 형세.
  • 풍전등화(風前燈火):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움.
  • 일촉즉발(一觸卽發): 건드리기만 해도 터질 듯한 긴장 상태.
  • 초미지급(焦眉之急): 눈썹에 불이 붙은 것처럼 매우 급함.
  • 구사일생(九死一生):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기고 겨우 살아남.
  1. ↑ 1.0 1.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위기일발”,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C%84%EA%B8%B0%EC%9D%BC%EB%B0%9C, 확인날짜=2026-09-26.
  2.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위여일발”,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C%84%EC%97%AC%EC%9D%BC%EB%B0%9C, 확인날짜=2026-09-26.
  3. ↑ 반고, 《한서》 권51 〈가추매로전(賈鄒枚路傳)〉 매승; 《문선》 권39 〈상서간오왕(上書諫吳王)〉.
  4. ↑ 《열자》 〈중니(仲尼)〉.
  5. ↑ 한유, 〈여맹상서서(與孟尙書書)〉.
  6. ↑ 6.0 6.1 6.2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千鈞一髮”,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842, 확인날짜=2026-09-26.
  7.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중종실록》 3권, 중종 2년 6월 10일 임오 3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ka_10206010_003, 확인날짜=2026-09-26.
  8.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정조실록》 5권, 정조 2년 5월 2일 신유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va_10205002_001, 확인날짜=2026-09-26.
  9. ↑ 9.0 9.1 9.2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사자숙어를 아는 사전(四字熟語を知る辞典)》, “危機一髪”,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8D%B1%E6%A9%9F%E4%B8%80%E9%AB%AA, 확인날짜=2026-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