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상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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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상종(類類相從)은 같은 무리끼리 서로 사귀고 따르는 것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1] 흔히 “끼리끼리 모인다”로 풀어 말한다.
취미나 생각, 처지가 비슷한 사람끼리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을 가리킨다. 말 자체는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지만, 실제로는 “유유상종이라더니”처럼 좋지 않은 사람들이 어울리는 것을 비꼴 때 자주 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표제어를 두음 법칙을 적용한 ‘유유상종’으로 올려 두었다.[1]
이 네 글자는 중국 고전에서 쓰인 예를 찾기 어렵고, 조선 문헌에 보이는 한국의 한자성어로 보인다. 대만 교육부 《성어전》에도 표제어가 없다. 중국어에서는 같은 뜻으로 ‘물이유취(物以類聚)’를 흔히 쓰고,[2] 뜻과 취향이 서로 맞는다는 ‘취미상투(臭味相投)’도 쓴다.[3] 일본어에서는 ‘류는 벗을 부른다(類は友を呼ぶ)’라는 속담을 쓴다.[4]
특정 고사에서 나온 말은 아니다. 같은 부류끼리 모인다는 생각은 《주역》에 뚜렷하게 나온다. 흔히 유유상종과 함께 소개되는 구절은 〈계사전 상(繫辭傳上)〉 첫머리이다.[5]
天尊地卑,乾坤定矣。卑高以陳,貴賤位矣。動靜有常,剛柔斷矣。方以類聚,物以羣分,吉凶生矣。
“하늘은 높고 땅은 낮으니 건과 곤이 정해진다. …… 방(方)은 같은 류끼리 모이고 물(物)은 무리로 나뉘니, 여기서 길흉이 생긴다.” 《성어전》은 ‘방’을 두고 ‘도(道)’로 보는 풀이와 ‘인(人)’ 자의 잘못으로 보는 풀이가 있다고 소개하고, 중국어의 ‘물이유취’가 이 구절에서 나왔다고 설명한다.[2] 일본의 《고사성어를 아는 사전》도 ‘類は友を呼ぶ’가 이 “類を以て聚まる”에서 변한 것으로 본다.[4]
다만 이 구절은 사람이 끼리끼리 사귄다는 말이라기보다, 천지 만물이 성질에 따라 모이고 나뉘는 우주의 질서에서 길흉이 생긴다는 역(易)의 원리를 말한 것이다. 사람의 사귐에 더 가까운 구절은 건괘(乾卦) 〈문언전(文言傳)〉에서 공자가 구오(九五) 효를 풀이한 대목이다.[6]
同聲相應,同氣相求;水流濕,火就燥,雲從龍,風從虎;聖人作而萬物覩;本乎天者親上,本乎地者親下,則各從其類也。
“같은 소리는 서로 응하고 같은 기운은 서로 찾는다. 물은 젖은 데로 흐르고 불은 마른 데로 나아가며,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범을 따른다. …… 하늘에 뿌리를 둔 것은 위와 친하고 땅에 뿌리를 둔 것은 아래와 친하니, 저마다 제 류를 따르는 것이다(各從其類).” 네 글자 ‘유유상종’의 ‘류가 서로 따른다(相從)’는 이 ‘각종기류’와 더 가깝다. 조선 문헌의 국역본에도 유유상종을 “《주역》 〈건괘 문언〉의 ‘同聲相應,同氣相求’에서 온 말”로 풀이한 주석이 보인다.[7]
중국 문헌에서 비슷한 네 글자로는 ‘以類相從(류대로 서로 따르게 함)’이 흔하다. 한나라 초 육가(陸賈)의 《신어(新語)》 〈술사(術事)〉에 “일은 류에 따라 서로 따르고, 소리는 음에 따라 서로 응한다(事以類相從,聲以音相應)”는 구절이 있고,[8] 후대에는 주로 책을 엮을 때 “같은 부류끼리 모아 엮었다”는 편찬 용어로 쓰였다. 사람이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뜻의 ‘類類相從’과는 쓰임이 다르다.
‘類類相從’이라는 네 글자는 조선 문헌에서 확인된다. 《조선왕조실록》 원문에서는 한 건 검색되는데, 선조 20년(1587) 성균관 진사 조광현·이귀(李貴) 등이 스승 이이(李珥)를 변호한 상소이다. 상소는 동인과 서인이 갈라선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9]
當初俱是士類,而只兩人不相悅,故前後輩雖不相知,而朝廷之間,濟濟有和氣,逮兩人之親舊立于朝者,各有是非,不能相一然後,類類相從,遞相訾病,人持偏見,互爭勝負。
“처음에는 모두 사류였고 두 사람(심의겸과 김효원)이 서로 좋아하지 않았을 뿐이어서, 선후배가 서로 잘 알지 못해도 조정에는 화기가 넘쳤다. 그러다 두 사람의 친구들이 조정에 서서 저마다 옳고 그름을 달리하여 하나가 되지 못하자, 끼리끼리 서로 따르며 번갈아 헐뜯고, 사람마다 치우친 견해를 품고 이기고 지기를 다투게 되었다.”[9] 같은 글이 안방준(安邦俊)의 《은봉전서(隱峯全書)》에도 실려 있다.[10] 첫 용례부터 당파가 갈라지는 모습을 가리킨, 좋지 않은 뜻이었다.
《승정원일기》에는 영조 때 여러 건이 보이는데, 죄인들을 같은 곳에 귀양 보내는 문제나 역모에 얽힌 사람들이 서로 어울린 일을 두고 쓴 예가 많다.[11] 고종 원년(1864) 경연에서는 강관이 글 뜻을 풀이하며 “옛사람이 ‘그가 가까이하는 사람을 보라’고 했고, 또 ‘유유상종’이라 했으니, 착한 사람과 함께 지내면 절로 착해지고 악한 사람과 함께 지내면 절로 악해진다”고 설명했다.[12] 윤기(尹愭)는 대책문에서 “천하에 류가 없는 물건은 없으니 유유상종은 이치상 당연하고, 류와 류가 뒤섞이는 것 또한 형세상 피할 수 없다(類類相從,固其理之所必然,而類類相混,亦其勢之所不免也)”고 썼다.[13]
나무위키 등에는 이 말이 과거에는 인재들을 가리켜 쓰였다가 지금은 부정적인 뜻으로 더 많이 쓰인다는 설명이 보이지만, 확인되는 가장 이른 원문 용례부터 당파가 끼리끼리 갈라지는 모습을 비판한 말이었다.
| 한자 | 음 | 기본 의미 | 성어 안의 의미 |
|---|---|---|---|
| 類 | 류(유) | 무리, 비슷하다 | 같은 부류 |
| 類 | 류(유) | 무리, 비슷하다 | 같은 부류 |
| 相 | 상 | 서로 | 서로 |
| 從 | 종 | 좇다, 따르다 | 따라 어울림 |
- 보안 수칙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끼리 한 팀이 되니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 오픈 소스 커뮤니티에서는 관심 분야가 같은 개발자들이 유유상종으로 모여 자연스럽게 작은 프로젝트 모임을 만든다.
- 유유상종이라더니, 그 친구 주변에는 늘 부지런한 사람들이 모인다.
- 불교 경전에도 같은 생각이 있다. 팔리어 《상윳따 니까야》 14:16 〈게송이 있는 경(Sagāthā sutta)〉에서 붓다는 “중생은 요소(界)에 따라 함께 모이고 어울린다. 저열한 성향을 가진 이는 저열한 성향을 가진 이와 어울린다”고 하고, 똥은 똥과, 오줌은 오줌과, 침은 침과 어울리는 것에 비유했다.[15] 이에 해당하는 한역 《잡아함경》 권16에서는 “중생은 늘 계(界)와 함께하고 계와 어울린다(眾生常與界俱,與界和合)”고 했다. 이어지는 경에서는 붓다가 제자들이 저마다 무리 지어 거니는 모습을 보며, 지혜 있는 사리불의 무리, 신통 있는 목건련의 무리, 계율에 밝은 우바리의 무리를 차례로 들고, 끝으로 “제바달다는 여러 비구와 함께 거니는데 모두 온갖 나쁜 행실을 익힌 자들”이라고 했다.[16]
- ↑ 1.0 1.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유유상종”,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C%A0%EC%9C%A0%EC%83%81%EC%A2%85, 확인날짜=2026-09-27.
- ↑ 2.0 2.1 2.2 2.3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物以類聚”,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500, 확인날짜=2026-09-27.
- ↑ 대만 교육부 《성어전》 2020, “臭味相投”,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6703, 확인날짜=2026-09-27.
- ↑ 4.0 4.1 4.2 4.3 《디지털 다이지센(デジタル大辞泉)》·《고사성어를 아는 사전(故事成語を知る辞典)》·《속담을 아는 사전(ことわざを知る辞典)》, “類は友を呼ぶ”,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9%A1%9E%E3%81%AF%E5%8F%8B%E3%82%92%E5%91%BC%E3%81%B6, 확인날짜=2026-09-27.
- ↑ 《주역(周易)》 〈계사전 상(繫辭傳上)〉 제1장.
- ↑ 《주역》 건괘(乾卦) 〈문언전(文言傳)〉.
- ↑ 한국고전번역원 국역 《성호전집(星湖全集)》, 〈사우첩(四友帖) 4수〉 역주,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09-27.
- ↑ 육가(陸賈), 《신어(新語)》 〈술사(術事)〉.
- ↑ 9.0 9.1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선조수정실록》 21권, 선조 20년 3월 1일 경인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nb_12003001_001, 확인날짜=2026-09-27.
- ↑ 안방준, 《은봉전서(隱峯全書)》 권23.
- ↑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영조 15년 10월, 영조 17년 6월, 영조 38년 7월 등.
- ↑ 《승정원일기》 고종 1년 4월.
- ↑ 윤기, 〈류지상응(類之相應)〉, 《무명자집(無名子集)》.
- ↑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8권 1장(1155a).
- ↑ 《상윳따 니까야(Saṁyutta Nikāya)》 14:16 〈Sagāthāsutta〉, SuttaCentral, https://suttacentral.net/sn14.16, 확인날짜=2026-09-27.
- ↑ 구나발타라 역, 《잡아함경(雜阿含經)》 권16, 제446경·제448경(T0099).
- ↑ 대만 교육부 《성어전》 2020, “類聚群分”,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28890, 확인날짜=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