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묵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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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묵자흑(近墨者黑)은 먹을 가까이하는 사람은 검어진다는 뜻으로, 나쁜 사람과 가까이 지내면 나쁜 버릇에 물들기 쉬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한자성어이다.[1] 서진(西晉)의 부현(傅玄)이 지은 〈태자소부잠(太子少傅箴)〉의 “주사를 가까이하면 붉어지고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진다(近朱者赤,近墨者黑)”에서 나왔다.
사람은 어울리는 사람과 머무는 환경에 따라 저도 모르게 달라진다는 말이다. 주로 나쁜 친구나 나쁜 무리를 멀리하라고 타이를 때 쓴다. 짝을 이루는 앞 구절 ‘근주자적(近朱者赤)’은 붉은 것을 가까이하면 붉어진다는 뜻으로,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주위 환경이 중요함을 말한다.[2]
중국어에서는 두 구절을 붙여 ‘近朱者赤,近墨者黑’으로 쓰는 경우가 많으며, 대만 교육부 《성어전》도 이 여덟 글자를 표제어로 삼아 “환경이 사람의 습성에 영향을 주고 바꾼다”는 뜻으로 풀이한다.[3] 일본어에서는 ‘朱に交われば赤くなる(주사와 섞이면 붉어진다)’라는 속담으로 쓴다(→ 다른 언어의 표현).
부현(217~278)은 서진 초의 문인·사상가이다. 〈태자소부잠〉은 태자를 가르치는 벼슬인 태자소부가 명심해야 할 바를 적은 잠(箴)으로, 원문 전체는 전하지 않고 우세남(虞世南)이 엮은 유서 《북당서초(北堂書鈔)》 권65, 송나라 《태평어람(太平御覽)》 권244 등에 인용된 구절이 남아 있다.[3][4]
夫金木無常,方圓應形,亦有隱括,習以性成。故近朱者赤,近墨者黑,聲和則響清,形正則影直。
“무릇 쇠와 나무는 정해진 모양이 없어 틀에 따라 모나게도 둥글게도 되고, 굽은 것을 바로잡는 도지개(隱括)도 있으니, 습관이 곧 성품이 된다. 그러므로 주사를 가까이하면 붉어지고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지며, 소리가 고르면 울림이 맑고 모양이 바르면 그림자가 곧다.”
《성어전》은 부현이 이 비유로 태자 곁에 곧은 신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웠다고 풀이한다. 《성어전》이 인용한 《북당서초》에는 ‘方圓’이 ‘方員’으로 되어 있다.[3]
물드는 것에 빗대어 사귐을 경계하는 생각은 부현보다 훨씬 오래되었다.
- 《묵자(墨子)》 〈소염(所染)〉에서 묵자는 실을 물들이는 것을 보고 “푸른 물감에 물들이면 푸르게 되고 누런 물감에 물들이면 누렇게 된다(染於蒼則蒼,染於黃則黃)”며 탄식하고, 나라와 사람도 누구에게 물드느냐에 따라 흥하고 망한다고 했다.[5]
- 《공자가어(孔子家語)》 〈육본(六本)〉에서 공자는 “착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지초와 난초가 있는 방에 들어간 것 같고, 착하지 않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 절인 생선 가게에 들어간 것 같아, 오래되면 그 냄새를 맡지 못하고 그와 같아진다”고 한 뒤 “붉은 것을 간직한 곳은 붉어지고 옻을 간직한 곳은 검어지니, 군자는 반드시 함께 지낼 사람을 삼간다(丹之所藏者赤,漆之所藏者黑,是以君子必慎其所與處者焉)”고 했다.[6]
- 《순자(荀子)》 〈권학(勸學)〉에는 “쑥이 삼밭에서 자라면 붙들어 주지 않아도 곧다(蓬生麻中,不扶而直)”는 구절이 있다.[7] 여기에 흔히 짝지어 인용되는 “흰 모래가 진흙 속에 있으면 함께 검어진다”는 구절은 지금 전하는 《순자》 〈권학〉에는 없고, 《대대례기(大戴禮記)》 〈증자제언 상(曾子制言上)〉에 “蓬生麻中,不扶自直,白沙在泥,與之皆黑”으로, 《사기》 〈삼왕세가(三王世家)〉의 저소손(褚少孫) 보충 부분에 “전(傳)에 이르기를(傳曰)”로 시작하는 인용문으로 보인다.[8][9] 《성어전》은 이 두 구절을 《순자》 〈권학〉의 말로 인용한다.[3]
- 서진의 법거(法炬)·법립(法立)이 옮긴 불경 《법구비유경(法句譬喩經)》 권1에는 부처가 길에 버려진 종이와 새끼줄을 제자들에게 줍게 하자, 종이는 향을 쌌던 것이라 아직 향기가 나고 새끼줄은 생선을 꿰었던 것이라 비린내가 났다는 이야기가 있다. 부처는 “어진 이를 가까이하면 도의가 높아지고 어리석은 이와 벗하면 재앙이 이른다. 저 종이와 새끼줄이 향을 가까이하면 향기롭고 생선을 꿰면 비린 것처럼, 차츰 물들어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고 가르쳤다.[10]
- 일본어: ‘朱に交われば赤くなる’. 《일본국어대사전》은 첫 용례로 가나조시 《기온 모노가타리(祇園物語)》(1644년경)를 든다. 《속담을 아는 사전》은 한문에서 온 표현으로 예전에는 ‘墨に近づけば黒し’를 짝으로 붙여 말하는 일이 많았으나 지금은 거의 앞 구절만 쓰며, 좋은 쪽과 나쁜 쪽 어느 영향에도 쓴다고 설명한다. 같은 사전은 한국어 대응 표현으로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진다’를 든다.[12]
- 영어: ‘He that touches pitch shall be defiled(역청을 만지는 자는 더럽혀진다)’가 비슷한 속담으로 소개된다.[12]
- 근묵자흑이라고, 불법 복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팀에 있다 보면 보안 의식도 무뎌진다.
- 좋은 개발 문화를 가진 팀에 들어가면 근주자적으로 저절로 습관이 좋아진다.
- 어머니는 근묵자흑이라며 늘 친구를 가려 사귀라고 하셨다.
- 송나라 여본중(呂本中)의 《동몽훈(童蒙訓)》에는, 범중엄(范仲淹)이 영주(潁州) 통판으로 있던 여공저(呂公著)를 찾아가 “주사를 가까이하면 붉어지고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진다. 구양영숙(구양수)이 여기 있으니 그대는 자주 붓과 벼루를 가까이하라”고 권했다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먹과 붓·벼루를 이어 좋은 스승을 가까이하라는 말을 한 것이다.[15]
- 조선 말의 전우(田愚)는 청나라 장백행(張伯行)의 “흰 옥은 진흙에 던져도 더러워지지 않으니, 근묵자흑·근주자적이라는 말로 군자를 한정할 수는 없다(白璧投泥而不汙,則所云近墨者黑,近朱者赤,不足以定君子矣)”는 말을 적어 제자에게 주었다. 다만 그런 경지는 성인과 호걸의 일이니 보통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16]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근묵자흑”,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A%B7%BC%EB%AC%B5%EC%9E%90%ED%9D%91, 확인날짜=2026-09-28.
- ↑ 2.0 2.1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근주자적”, https://open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focus_name=query&query=%EA%B7%BC%EC%A3%BC%EC%9E%90%EC%A0%81, 확인날짜=2026-09-28.
- ↑ 3.0 3.1 3.2 3.3 3.4 3.5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近朱者赤,近墨者黑”,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78395, 확인날짜=2026-09-28.
- ↑ 4.0 4.1 이방(李昉) 등 편, 《태평어람(太平御覽)》 권244 〈직관부(職官部)〉, 부현 〈태자소부잠〉 인용.
- ↑ 《묵자(墨子)》 〈소염(所染)〉.
- ↑ 《공자가어(孔子家語)》 권4 〈육본(六本)〉.
- ↑ 《순자(荀子)》 〈권학(勸學)〉.
- ↑ 《대대례기(大戴禮記)》 〈증자제언 상(曾子制言上)〉.
- ↑ 사마천, 《사기(史記)》 권60 〈삼왕세가(三王世家)〉 저소손 보충.
- ↑ 법거(法炬)·법립(法立) 역, 《법구비유경(法句譬喩經)》 권1, 중화전자불전협회(CBETA) T0211, https://cbetaonline.dila.edu.tw/zh/T0211_001, 확인날짜=2026-09-28.
- ↑ 《태공가교(太公家教)》.
- ↑ 12.0 12.1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속담을 아는 사전(ことわざを知る辞典)》, “朱に交われば赤くなる”,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6%9C%B1%E3%81%AB%E4%BA%A4%E3%82%8F%E3%82%8C%E3%81%B0%E8%B5%A4%E3%81%8F%E3%81%AA%E3%82%8B, 확인날짜=2026-09-28.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정조실록》 8권, 정조 3년 10월 30일 경진 2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va_10310030_002, 확인날짜=2026-09-28.
- ↑ 정약용(丁若鏞), 《이담속찬(耳談續纂)》,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제1집 잡찬집 권24,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597A_0250_030_0020, 확인날짜=2026-09-28.
- ↑ 여본중(呂本中), 《동몽훈(童蒙訓)》 권상.
- ↑ 전우(田愚), 〈발장효선어증이상무(跋張孝先語贈李相武)〉, 《간재집(艮齋集)》 후편 속 권6,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653A_0520_040_0210, 확인날짜=2026-09-28.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마중지봉”,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A7%88%EC%A4%91%EC%A7%80%EB%B4%89, 확인날짜=2026-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