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감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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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감불원(殷鑑不遠)은 은나라가 거울로 삼을 본보기는 먼 데 있지 않다는 뜻으로, 경계로 삼아야 할 실패의 전례는 가까이 있으니 남의 실패를 자신의 거울로 삼으라는 말이다.[1] 《시경(詩經)》 〈대아(大雅)·탕(蕩)〉에 나오는 구절이다.
은(殷)나라가 본받지 말아야 할 거울은 바로 앞 왕조인 하(夏)나라의 멸망에 있다는 데서, 멀리 옛일을 찾을 것 없이 가까운 시대의 실패가 가장 좋은 교훈이라는 뜻으로 쓴다. “은감불원이라 했으니 지난 실패를 잊지 말자”처럼 앞선 사례를 들어 경계할 때 주로 쓰며, ‘은감(殷鑑)’만 따로 떼어 ‘거울로 삼을 전례’라는 뜻으로 쓰기도 한다.
중국어에서도 같은 뜻으로 쓰며(殷鑒不遠, yīn jiàn bù yuǎn), 대만 교육부 《성어전》은 “본보기로 삼을 만한 일이 눈앞 가까이 있음을 비유한다”고 풀이한다.[2] 일본어에서는 훈독한 ‘殷鑑遠からず(いんかんとおからず)’로 쓴다.[3]
《시경》 〈대아〉의 〈탕〉은 여덟 장으로 된 시로, 둘째 장부터 모든 장이 “문왕께서 말씀하셨다. 아아, 너 은상(殷商)이여(文王曰咨,咨女殷商)”로 시작한다. 주나라 문왕(文王)이 은나라 마지막 임금 주왕(紂王)을 꾸짖는 형식을 빌린 시이며, 마지막 장이 다음과 같다.
文王曰咨!咨女殷商,人亦有言,顛沛之揭。枝葉未有害,本實先撥。殷鑒不遠,在夏后之世。
“문왕께서 말씀하셨다. 아아, 너 은상이여. 사람들이 하는 말에, 나무가 넘어져 뿌리가 드러날 때 가지와 잎은 아직 다치지 않았어도 뿌리가 먼저 끊긴 것이라 하였다. 은나라의 거울은 멀리 있지 않으니, 하나라 임금의 시대에 있다.”
하나라의 마지막 임금 걸왕(桀王)이 포악한 정치로 나라를 잃은 일이 바로 은나라가 비추어 보아야 할 거울이라는 뜻이다. 〈탕〉 편에 붙은 《모시(毛詩)》의 서(序)는 이 시를 주나라 소목공(召穆公)이 여왕(厲王)의 무도함 때문에 “주나라 왕실이 크게 무너진 것을 슬퍼하여(傷周室大壞也)” 지은 것이라고 설명한다.[4] 곧 은나라의 옛일을 들어 당대 주나라 임금을 깨우치려 한 시라는 것이다. 나무위키 등에는 이 말을 서백(西伯, 뒷날의 문왕)이 주왕에게 직접 간언하다 갇힌 일과 연결하는 설명이 보이지만, 시에서 문왕은 화자로 등장할 뿐이며 《모시》 서는 지은이를 소목공으로 전한다.
《맹자(孟子)》 〈이루 상(離婁上)〉은 백성을 심하게 해친 임금은 몸이 죽고 나라가 망하며, 그렇지 않더라도 ‘유(幽)’, ‘여(厲)’ 같은 나쁜 시호를 얻어 효자와 자손도 백 대 동안 고치지 못한다고 한 뒤 이 구절을 끌어 썼다.
詩云:『殷鑒不遠,在夏后之世。』此之謂也。
이후 이 구절은 신하가 임금에게 앞 왕조의 멸망을 경계로 삼으라고 간언할 때 즐겨 쓰는 표현이 되었다. 당나라 초 위징(魏徵)이 태종에게 올린 상소도 “은감불원이니 말할 수 있다(殷鑒不遠,可得而言)”고 하고는 곧바로 수나라가 천하를 통일하고도 한순간에 무너진 일을 들었다.[6]
- 《삼국사기》에는 고구려 장수왕 54년(466) 북위의 문명태후(文明太后)가 헌문제의 후궁으로 왕의 딸을 보내라고 하자, 어떤 이가 “위나라는 옛날 연나라와 혼인을 맺고는 곧 그 나라를 쳤으니, 사신을 통해 험하고 평탄한 곳을 다 알았기 때문이다. 은감불원이니 적당한 핑계로 사양하십시오(殷鑑不遠,宜以方便辭之)”라고 권했다는 기록이 있다. 왕은 딸이 죽었다고 글을 올렸다.[7]
- 조선이 세워진 직후인 1392년, 도평의사사는 공조 전서 이민도(李敏道)가 올린 시무책을 요약해 아뢰면서 “전조(고려) 말에 간사한 소인을 쓰고 충량한 이를 내쳐 스스로 멸망에 이른 것은 전하께서 친히 보신 바이니, 은감불원이라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殷鑑不遠,不可不戒)”고 하였다.[8] 여기서 거울은 바로 앞 왕조인 고려였다.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이 말이 30여 건 나온다.
- 경쟁사가 백업 없이 운영하다 랜섬웨어로 서비스를 통째로 잃은 일은 은감불원이다. 우리도 복구 훈련 일정을 앞당기자.
- 지난 대회에서 방심하다 첫 경기를 내준 일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은감불원이라 하지 않았던가.
- ↑ 1.0 1.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은감불원”,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D%80%EA%B0%90%EB%B6%88%EC%9B%90, 확인날짜=2026-09-30.
-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殷鑑不遠”,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4975, 확인날짜=2026-09-30.
- ↑ 3.0 3.1 3.2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고사성어를 아는 사전(故事成語を知る辞典)》, “殷鑑遠からず”,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6%AE%B7%E9%91%91%E9%81%A0%E3%81%8B%E3%82%89%E3%81%9A, 확인날짜=2026-09-30.
- ↑ 4.0 4.1 《시경(詩經)》 〈대아(大雅)·탕(蕩)〉.
- ↑ 《맹자(孟子)》 〈이루 상(離婁上)〉.
- ↑ 위징(魏徵), 〈논시정소(論時政疏)〉.
- ↑ 김부식(金富軾) 등, 《삼국사기(三國史記)》 권18 〈고구려본기〉 장수왕 54년.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태조실록》 2권, 태조 1년 11월 17일 갑오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aa_10111017_001, 확인날짜=2026-09-30.
-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前車之鑑”,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7406, 확인날짜=2026-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