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인자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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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인자중(隱忍自重)은 마음속에 감추어 참고 견디면서 몸가짐을 신중하게 한다는 뜻의 한자성어이다.[1]
분하거나 괴로운 일이 있어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참으며, 때가 올 때까지 가볍게 움직이지 않는 태도를 말한다. 당장 맞서기보다 힘을 기르며 기회를 기다리는 장면, 또는 도발을 받고도 대응을 자제하는 장면에서 흔히 쓴다. “은인자중하다”처럼 동사로도 쓴다.
일본어에서도 ‘隠忍自重(いんにんじちょう)’라고 하여 “분노나 괴로움을 꾹 누르고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며 경솔한 행동을 하지 않음”이라는 같은 뜻으로 널리 쓴다.[2]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에는 표제어가 없다.
특정 고사에서 나온 말이 아니며, ‘은인(隱忍)’과 ‘자중(自重)’이라는 두 말을 이어 붙인 것이다.
‘은인’은 괴로움을 속으로 감추고 참는다는 뜻으로 오래된 말이다. 사마천은 《사기》 〈오자서열전(伍子胥列傳)〉의 논찬에서, 아버지와 형을 잃은 오자서가 강가에서 곤궁하게 떠돌며 길에서 밥을 빌어먹을 때에도 초나라 도읍 영(郢)을 잊은 적이 없었을 것이라며 “그러므로 참고 견디어 공명을 이루었으니, 굳센 대장부가 아니면 누가 이를 해낼 수 있겠는가(故隱忍就功名,非烈丈夫孰能致此哉)”라고 했다.[3] ‘자중’은 스스로 몸가짐을 무겁게 하여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네 글자 ‘隱忍自重’은 옛 한문 문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국역문에는 ‘은인자중’이 여러 번 보이지만 모두 번역자가 쓴 말이다.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에서도 문집 원문에는 ‘隱忍自重’이 없고, 번역문에서만 54건이 검색된다. 번역자들이 옛글의 뜻을 옮길 때 이 말을 즐겨 썼음을 보여 준다.
- 중국 한문 전적에서도 옛 용례는 보이지 않고, 중일 전쟁 무렵의 일본군 포고문처럼 일본과 관련된 20세기 문서에서야 나타난다.
《일본국어대사전》은 첫 용례로 야다 소운(矢田挿雲)의 《에도에서 도쿄로(江戸から東京へ)》(1923)의 “화가 나는 것을 은인자중한 것은 반드시 자신의 영달이나 부귀를 위해서가 아니라(腹の立つところを隠忍自重したのは、強ち自分の栄達や富貴の為では無く)”를 든다.[2] 이런 사정으로 보아 근대 일본에서 굳어진 말이 한국어에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사자숙어를 아는 사전》은 전쟁 전 일본의 히로타 고키(広田弘毅)가 총리로서 내각을 꾸릴 때 군부의 거센 간섭을 받고 “이제 은인자중도 한계”라고 느꼈다는 시로야마 사부로(城山三郎)의 소설 《낙일 타오르다(落日燃ゆ)》(1974)의 대목을 용례로 들며, 이 말을 쉽게 말하면 ‘참음’이라고 설명한다.[2]
| 한자 | 음 | 기본 의미 | 성어 안의 의미 |
|---|---|---|---|
| 隱 | 은 | 숨다, 숨기다 | 속으로 감추다 |
| 忍 | 인 | 참다 | 참고 견디다 |
| 自 | 자 | 스스로 | 스스로 |
| 重 | 중 | 무겁다 | 몸가짐을 무겁고 신중하게 하다 |
- 경쟁사의 비방전에 즉각 대응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경영진은 사실관계가 확인될 때까지 은인자중하기로 했다.
- 침해 흔적을 발견하고도 공격자의 활동 범위를 파악할 때까지 은인자중하며 로그를 모았다.
- 그는 한직으로 밀려난 뒤에도 불평 없이 은인자중하며 때를 기다렸다.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은인자중”,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D%80%EC%9D%B8%EC%9E%90%EC%A4%91, 확인날짜=2026-09-27.
- ↑ 2.0 2.1 2.2 《디지털 다이지센(デジタル大辞泉)》·《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사자숙어를 아는 사전(四字熟語を知る辞典)》, “隠忍自重”,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9%9A%A0%E5%BF%8D%E8%87%AA%E9%87%8D, 확인날짜=2026-09-27.
- ↑ 사마천, 《사기》 권66 〈오자서열전(伍子胥列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