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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투구(泥田鬪狗)는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라는 뜻으로, 자기의 이익을 위해 체면도 돌보지 않고 비열하게 다투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한자성어이다. 원래는 강인한 성격의 함경도 사람을 이르는 말이었다.[1]

오늘날에는 거의 「2」의 뜻, 곧 ‘진흙탕 싸움’으로만 쓴다. 정당끼리의 폭로전, 기업 간의 비방 광고, 소송과 맞고소가 오가는 분쟁처럼 서로 흠집을 내는 데 몰두해 누가 이기든 양쪽 모두 더러워지는 다툼을 가리킨다. 신문 제목에서 “이전투구 양상”, “이전투구로 번지다”처럼 자주 쓰인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이 말의 「1」 뜻을 함경도 사람의 성격으로 풀고, 참고 어휘로 맹호출림(猛虎出林), 석전경우(石田耕牛), 암하고불(巖下古佛)을 든다.[1] 모두 팔도 사람의 기질을 네 글자로 평한 말들이다.

이 네 글자는 중국 고전이나 일본어에서 쓰이지 않는 한국의 한자성어로 보인다. 대만 교육부 《성어전》에는 표제어가 없고,[2] 한문 원전에서도 용례를 찾을 수 없다.

팔도 인물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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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태조 이성계가 정도전(鄭道傳)에게 팔도 사람을 평해 보라고 했을 때 나온 말이라는 이야기가 널리 전해진다. 정도전은 경기도는 경중미인(鏡中美人, 거울 속의 미인), 충청도는 청풍명월(淸風明月, 맑은 바람과 밝은 달), 전라도는 풍전세류(風前細柳, 바람 앞의 가는 버들), 경상도는 송죽대절(松竹大節, 소나무와 대나무 같은 곧은 절개), 강원도는 암하노불(巖下老佛, 바위 아래의 늙은 부처), 황해도는 춘파투석(春波投石, 봄 물결에 던진 돌), 평안도는 산림맹호(山林猛虎, 숲 속의 사나운 범)라고 평했다고 한다. 태조의 고향인 함경도에 대해서는 머뭇거리며 말하지 못하다가, 아무 말이라도 괜찮으니 하라는 재촉을 받고서야 ‘이전투구’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함경도를 석전경우(石田耕牛, 자갈밭을 가는 소)로도 평했다는 이야기가 함께 전하기도 한다.[3][4]

다만 이 이야기는 원출처가 확인되지 않는다.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泥田鬪狗’가 한 건도 없고,[5] 한국고전종합DB의 한국문집총간 원문에서도 ‘泥田鬪狗’는 물론 짝을 이루는 ‘鏡中美人’, ‘巖下老佛’, ‘石田耕牛’도 검색되지 않는다.[6] 전하는 판본마다 평어도 조금씩 다르다. 예컨대 표준국어대사전은 석전경우를 황해도 사람의 인내심 강하고 부지런한 성격으로, 맹호출림을 평안도 사람의 성격으로 풀이한다.[7] 정도전과 태조의 일화는 후대에 덧붙은 이야기로 보는 것이 안전하다.

옛 문헌의 ‘진흙 속 짐승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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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문헌에는 이와 비슷한 비유로 ‘니수지투(泥獸之鬪)’, 곧 ‘진흙 속 짐승의 싸움’이라는 말이 자주 보인다. 그런데 그 뜻은 오늘날의 이전투구와 조금 다르다. 진흙 속에서 싸운 짐승은 온몸에 흔적이 남으므로, 주로 ‘저지른 일의 자취를 감출 수 없음’을 가리켰다. 흔히 스스로 울어서 숨은 자리를 드러내는 봄 꿩에 빗댄 ‘춘치지명(春雉之鳴)’과 짝을 지어 “진흙 속 짐승의 싸움을 가리지 못하고, 봄 꿩의 울음을 깨닫지 못한다”는 식으로 썼다. 이 비유는 중국 한문 전적에서는 찾을 수 없고 17세기 후반 이후 조선의 실록·《승정원일기》·문집에서만 보인다.

  • 숙종 8년(1682) 사헌부 집의 한태동(韓泰東)은 김익훈(金益勳)의 일을 두고 “진흙 속 짐승의 싸움과 다름없어 그 자취를 감추기 어렵고, 삼척동자도 꿰뚫어 볼 수 있다(無異泥獸之鬪,其迹難掩,三尺童子,亦所覷破)”고 했다.[8]
  • 정조는 살인 사건의 판결문에서 범인의 거짓 진술이 드러난 것을 두고 “진흙 속 짐승의 싸움을 가리지 못했다(莫掩泥獸之鬭)”고 썼고, 이 판결문은 정약용의 《흠흠신서》에도 실렸다.[9]

오늘날의 뜻에 더 가까운 예도 있다. 황현(黃玹)은 김택영(金澤榮)에게 보낸 편지에서 당쟁의 끝물인 시파와 벽파를 두고 “거의 진흙 속에서 짐승이 싸우는 격이라, 명분과 의리는 제쳐 두고 권세만 다툰다(殆泥中鬪獸,閣置名義,而只爭權鬪勢)”고 했다.[10]

한국고전번역원과 국사편찬위원회의 국역본은 이런 구절들을 흔히 ‘이전투구’로 옮겼다. 《숙종실록》 국역문의 “이전 투구(泥田鬪狗)와 다를 바 없어”, 《심리록》 국역문의 “이전투구(泥田鬪狗)한 자취만 있으니”, 《매천집》 국역문의 “거의 이전투구(泥田鬪狗)와 같습니다”가 그 예이다.[8][11] 국역문에 괄호로 한자가 붙어 있어도 원문 글자는 ‘泥獸之鬪’, ‘泥中鬪獸’이다. 국역본에서 이전투구를 보고 조선 시대 원문 용례로 여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泥 니(이) 진흙 진흙탕
田 전 밭 밭, 땅바닥
鬪 투 싸우다 서로 싸움
狗 구 개 개

표준국어대사전은 「1」의 뜻을 “강인한 성격의 함경도 사람”으로 풀어, 원래는 남을 헐뜯는 말이 아니라 억척스럽고 끈질긴 기질을 가리켰음을 보여 준다.[1] 오늘날에는 이 뜻이 거의 쓰이지 않고 「2」의 ‘비열한 다툼’이 중심이 되었다.

  • 두 후보가 정책 대신 서로의 사생활 폭로에만 매달리면서 선거가 이전투구로 흘렀다.
  • 경쟁사의 취약점 공개를 두고 서로 상대의 보안 사고를 들추는 이전투구가 벌어졌지만, 정작 이용자 보호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 유산을 놓고 형제들이 벌인 이전투구는 결국 법정까지 갔다.

유의어와 관련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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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흙탕 싸움: 이전투구를 풀어 쓴 말.
  • 니수지투(泥獸之鬪): 진흙 속 짐승의 싸움. 조선 후기 문헌에서 자취를 감출 수 없음을 이르던 비유.
  • 석전경우(石田耕牛): 자갈밭을 가는 소. 인내심 강하고 부지런한 성격.[12]
  • 경중미인(鏡中美人): 거울 속의 미인. 실속 없는 일, 또는 서울·경기 사람의 성격.[13]
  • 암하고불(巖下古佛): 바위 밑의 오래된 불상. 착하기만 하고 진취성이 없는 강원도 사람을 이르는 말. ≒암하노불.[14]
  • 풍전세류(風前細柳): 바람 앞의 가는 버들. 부드럽고 영리한 전라도 사람의 성격.[15]
  • 맹호출림(猛虎出林): 사나운 범이 숲에서 나옴. 평안도 사람의 용맹하고 성급한 성격.
  • 어부지리(漁父之利): 둘이 다투는 사이에 엉뚱한 사람이 이익을 가로챔. 이전투구의 흔한 결말.
  1. ↑ 1.0 1.1 1.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이전투구”,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D%B4%EC%A0%84%ED%88%AC%EA%B5%AC, 확인날짜=2026-09-27.
  2.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泥田鬪狗” 검색 결과 없음, https://dict.idioms.moe.edu.tw/, 확인날짜=2026-09-27.
  3. ↑ 참고: 김계춘, “[김계춘 칼럼] 이전투구(泥田鬪狗)”, 한라일보, 2012-06-19, https://m.ihalla.com/article.php?aid=1340031600400900246, 확인날짜=2026-09-27.
  4. ↑ 참고: 문종극, “이전투구와 재경청원군민회”, 충청타임즈, 2008-10-31, https://www.cctimes.kr/news/articleView.html?idxno=125781, 확인날짜=2026-09-27.
  5.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원문 검색, “泥田鬪狗”, https://sillok.history.go.kr/search/searchResultList.do, 확인날짜=2026-09-27.
  6.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한국문집총간 원문 검색 “泥田鬪狗”·“鏡中美人”·“巖下老佛”·“石田耕牛”,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09-27.
  7.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석전경우”·“맹호출림”,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84%9D%EC%A0%84%EA%B2%BD%EC%9A%B0, 확인날짜=2026-09-27.
  8. ↑ 8.0 8.1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숙종실록》 13권, 숙종 8년 12월 22일 을미 3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ksa_10812022_003, 확인날짜=2026-09-27.
  9. ↑ 정조, 〈경기 광주부 호성룡 옥사(京畿廣州府扈聖龍獄)〉, 《홍재전서(弘齋全書)》 〈심리록(審理錄)〉; 정약용, 《흠흠신서(欽欽新書)》 〈상형추의(祥刑追議)〉.
  10. ↑ 황현, 〈여김창강(與金滄江)〉, 《매천집(梅泉集)》.
  11.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고전번역서 검색 “이전투구”,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09-27.
  12.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석전경우”,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84%9D%EC%A0%84%EA%B2%BD%EC%9A%B0, 확인날짜=2026-09-27.
  13.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경중미인”,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A%B2%BD%EC%A4%91%EB%AF%B8%EC%9D%B8, 확인날짜=2026-09-27.
  14.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암하고불”,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5%94%ED%95%98%EA%B3%A0%EB%B6%88, 확인날짜=2026-09-27.
  15.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풍전세류”,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D%92%8D%EC%A0%84%EC%84%B8%EB%A5%98, 확인날짜=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