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고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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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지순(至高至純)은 더할 수 없이 높고 순수함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1]
“지고지순한 사랑”, “지고지순한 마음”처럼 사랑·마음·정신 따위가 티 없이 깨끗하고 고결함을 꾸밀 때 주로 쓴다. 한결같이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순정을 높일 때 흔히 쓴다.
‘지극히 높음’을 뜻하는 ‘지고(至高)’와 ‘더없이 순수함’을 뜻하는 ‘지순(至純)’을 나란히 놓은 짜임으로,[2] ‘지(至)’를 되풀이해 두 성질을 대등하게 늘어놓은 ‘至○至○’ 꼴의 말이다.
특정 고사에서 나온 말이 아니며, 근대에 굳은 말이다.
‘지순(至純)’은 한문에서 오래 쓰였다. 당나라 이한(李翰)은 〈통전서(通典序)〉에서 두우(杜佑)의 《통전》을 두고 “지극히 정밀하고 지극히 순수하여 그 도가 섞이지 않았다(至精至純,其道不雜)”고 칭찬했는데,[3] 이처럼 ‘至○至純’으로 두 성질을 짝지어 기리는 말투는 일찍부터 있었다. 일본에서는 메이지 시대에 ‘至純’이 다시 쓰여, 《일본국어대사전》은 니시무라 시게키(西村茂樹)의 《일본도덕론(日本道徳論)》(1887)에 나오는 “지정지순(至正至醇)의 이치”,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의 《명암(明暗)》(1916)의 “조금도 꾸미지 않은 지순지정(至純至精)의 감정”을 용례로 든다.[4]
‘至高至純’은 중국 고전 원문과 《조선왕조실록》·한국고전종합DB 문집 원문에서 검색되지 않는다.[5] 확인되는 이른 예는 메이지 시대 일본의 종교·윤리학 서적이다. 1893년 《기독교의 근거(基督教之根拠)》가 그리스도교를 “참으로 지고지순, 만고불역”이라 했고,[6] 1897년 슐라이어마허 윤리학 번역서 《도의원론(道義原論)》,[7] 1898년 기무라 다카타로(木村鷹太郎)의 《동양서양윤리학사》 등에서 ‘至高至純한 마음’, ‘선(善)의 至高至純한 것’처럼 쓰였다.[8] 서양 철학의 ‘최고선’, ‘순수한 마음’ 같은 개념을 한문 투로 옮기면서 굳은 말로 보인다.
한국어에서는 1920년대 잡지에 보인다. 1921년 《개벽》 제10호에서 김기전(金起瀍)은 사회에 봉사하는 것이 “지고지순한 개성을 발휘함”이라고 썼고,[9] 1924년 《개벽》 제54호에 실린 양백화(梁白華)의 번역 희곡 〈왕소군〉에는 한글로 “지고지순한 희열”이라는 대사가 나온다.[10]
근대 초기에는 종교·윤리·예술의 ‘최고 가치’를 가리키는 추상적인 말로 쓰였다(“지고지순한 개성”, “예술은 지고지순한 감정의 전달”).[11] 오늘날 한국어에서는 주로 사람의 사랑이나 마음이 순수하고 한결같음을 꾸미는 말로 쓰인다.
- 오픈 소스 정신을 지고지순한 이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
- 영화는 한 사람만을 기다린 지고지순한 사랑을 그렸다.
- 그 시절 우리의 우정은 지고지순했다.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지고지순”,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A7%80%EA%B3%A0%EC%A7%80%EC%88%9C, 확인날짜=2026-10-12.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지고”·“지순”,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A7%80%EA%B3%A0, 확인날짜=2026-10-12.
- ↑ 이한(李翰), 〈통전서(通典序)〉, 《전당문(全唐文)》 권430.
- ↑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디지털 다이지센(デジタル大辞泉)》, “至純”,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8%87%B3%E7%B4%94, 확인날짜=2026-10-12.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원문 검색 “至高至純”, https://sillok.history.go.kr/,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원문 검색 “至高至純”,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10-12.
- ↑ 三谷久太郎 著, 《基督教之根拠》, 坂田購文堂, 1893,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디지털 컬렉션, https://dl.ndl.go.jp/pid/824306, 확인날짜=2026-10-12.
- ↑ スクライルマヘル 著, 松尾貞次郎 訳, 《道義原論》, 金港堂, 1897,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디지털 컬렉션, https://dl.ndl.go.jp/pid/757845, 확인날짜=2026-10-12.
- ↑ 木村鷹太郎 著, 井上哲次郎 閲, 《東洋西洋倫理学史》, 1898,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디지털 컬렉션, https://dl.ndl.go.jp/pid/758569, 확인날짜=2026-10-12.
- ↑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김기전(金起瀍), “社會 奉貢의 根本意義”, 《개벽》 제10호, 1921년 4월 1일, https://db.history.go.kr/id/ma_013_0100_0020, 확인날짜=2026-10-12.
- ↑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양백화(梁白華) 역, “戱曲 王昭君”, 《개벽》 제54호, 1924년 12월 1일, https://db.history.go.kr/id/ma_013_0530_0330, 확인날짜=2026-10-12.
- ↑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송영(宋影), “戱曲作法, 三千里文藝講座”, 《삼천리》 제8권 제8호, 1936년 8월 1일, https://db.history.go.kr/id/ma_016_0580_0290, 확인날짜=2026-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