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생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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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생몽사(醉生夢死)는 술에 취하여 자는 동안에 꾸는 꿈속에 살고 죽는다는 뜻으로, 한평생을 아무 하는 일 없이 흐리멍덩하게 살아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한자성어이다. ‘취사(醉死)’라고도 한다.[1]
북송의 학자 정이(程頤)가 형 정호(程顥)의 일생을 적은 〈명도선생행장(明道先生行狀)〉에 나온다.[2] 정이는 형의 말을 빌려, 도(道)가 밝지 못한 탓에 이단의 학설이 사람을 해친다고 하면서 이렇게 적었다.
自道之不明也,邪誕妖異之說競起,塗生民之耳目,溺天下於汙濁;雖高才明智,膠於見聞,醉生夢死,不自覺也。是皆正路之蓁蕪,聖門之蔽塞,闢之而後可以入道。
“도가 밝지 못하게 된 뒤로 허황하고 괴이한 학설이 다투어 일어나 백성의 귀와 눈을 가리고 천하를 더러움에 빠뜨렸다. 비록 재주가 높고 지혜가 밝은 사람이라도 보고 들은 것에 얽매여 술에 취한 채 살고 꿈속에서 죽듯 하면서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 이것이 모두 바른길을 가로막는 덤불이요 성인의 문을 막는 장애물이니, 이를 걷어 낸 뒤에야 도에 들어갈 수 있다.”
정이가 말한 ‘허황하고 괴이한 학설’은 당시 성리학자들이 이단으로 비판하던 불교 등의 가르침을 가리킨다. 곧 취생몽사는 처음에 ‘방탕하게 산다’는 뜻이 아니라, 총명한 사람조차 잘못된 가르침에 가려 참된 도를 모른 채 평생을 흐릿하게 보낸다는 뜻이었다. 이 대목은 주희(朱熹)와 여조겸(呂祖謙)이 엮은 《근사록(近思錄)》 권14에도 실렸고,[5] 일본의 《사자숙어를 아는 사전》은 《소학(小學)》 〈가언(嘉言)〉 편에 실린 같은 문장을 이 말의 출처로 든다.[3] 성리학의 기본 교재에 실린 덕분에 이 말은 조선과 일본의 선비들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주희는 《주자어류(朱子語類)》 권116에서 “백성은 날마다 쓰면서도 알지 못한다”는 말을 풀며, 보통 사람들이 일이 생기고 거두어지는 까닭을 모른 채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을 두고 “취생몽사일 뿐”이라고 했다.[2] 여기까지는 깨달음 없이 산다는 뜻에 가까웠다.
《성어전》은 뒤에 이 말이 생활이 퇴폐하고 무기력한 것까지 가리키게 되었다며, 청나라 말 소설 《동구여호걸(東歐女豪傑)》 제3회의 “벼슬아치에게 아첨하는 자, 황금을 숭배하는 자, 온유향(溫柔鄕)에서 취생몽사하는 자들”을 예로 든다.[2] 오늘날 한국어의 취생몽사도 흔히 이 넓어진 뜻으로 쓴다.
《성어전》은 비슷한 말인 ‘화천주지(花天酒地)’와 비교하여, 취생몽사는 흐리멍덩하고 가라앉은 모습에 무게가 있어 생활 모습과 삶의 태도 모두에 쓸 수 있는 반면, 화천주지는 주색에 빠진 방탕한 생활 자체를 가리켜 삶의 태도에는 쓰지 않는다고 구분한다.[2]
- 《조선왕조실록》 세조 8년(1462) 12월 4일 기사에서 세조는 세자에게 검소함을 가르치며 “금은주옥으로 총애하는 첩을 꾸미고 술에 빠져 백성의 괴로움을 모르다가 패망에 이르는 것, 이것이 곧 취생몽사일 뿐이니 어찌 말할 거리가 되겠느냐(此乃醉生夢死耳,何足道哉)”라고 했다.[6]
- 신숙주(申叔舟)는 해돋이를 바라보며 지은 시에서 “취생몽사하여 무엇 하리, 대장부는 이름이 사라지지 않게 해야 한다(醉生夢死顧何爲。丈夫要使名不滅)”고 읊었다.[7]
- 이준경(李浚慶)은 조광조(趙光祖)의 문묘 종사를 청하는 차자에서 “유학하는 선비들이 대강 나아갈 방향을 알아 취생몽사의 지경을 면하게 된 것은 실로 조광조가 도학의 맥을 다시 일으킨 공 덕분”이라고 했다.[8] 정이가 쓴 본래 뜻, 곧 도를 모른 채 흐릿하게 사는 상태를 가리킨 예이다.
- 정구(鄭逑)의 문집에는 그가 열다섯 살에 지었다는 시 〈취생몽사탄(醉生夢死嘆)〉이 실려 있다.[9]
| 한자 | 음 | 기본 의미 | 성어 안의 의미 |
|---|---|---|---|
| 醉 | 취 | 취하다 | 술에 취한 듯이 |
| 生 | 생 | 살다 | 살다 |
| 夢 | 몽 | 꿈 | 꿈을 꾸는 듯이 |
| 死 | 사 | 죽다 | 죽다 |
- 퇴근 후 매일 밤 게임과 술로 시간을 보내던 그는 “이러다 취생몽사로 인생을 끝내겠다”며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 목표도 기록도 없이 해마다 같은 일만 되풀이하는 조직은 취생몽사하는 개인과 다르지 않다.
- ↑ 1.0 1.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취생몽사”,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B7%A8%EC%83%9D%EB%AA%BD%EC%82%AC, 확인날짜=2026-09-26.
- ↑ 2.0 2.1 2.2 2.3 2.4 2.5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醉生夢死”,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790, 확인날짜=2026-09-26.
- ↑ 3.0 3.1 3.2 《디지털 대사천(デジタル大辞泉)》·《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사자숙어를 아는 사전(四字熟語を知る辞典)》, “酔生夢死”,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9%85%94%E7%94%9F%E5%A4%A2%E6%AD%BB, 확인날짜=2026-09-26.
- ↑ 정이(程頤), 〈명도선생행장(明道先生行狀)〉, 《이천선생문집(伊川先生文集)》 권7.
- ↑ 주희·여조겸 편, 《근사록(近思錄)》 권14.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세조실록》 29권, 세조 8년 12월 4일 갑자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ga_10812004_001, 확인날짜=2026-09-26.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신숙주, 《보한재집(保閑齋集)》 권11 〈효발이성 낙해이행 망일출유감 제곡구헌(曉發利城洛海而行望日出有感題谷口軒)〉,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059A_0120_010_0100, 확인날짜=2026-09-26.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이준경, 《동고유고(東皐遺稿)》 권2 〈청석을사기유지옥 차청종사차(請釋乙巳己酉之獄且請從祀箚)〉,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141A_0020_020_0130, 확인날짜=2026-09-26.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정구, 《한강집(寒岡集)》 권1 〈취생몽사탄(醉生夢死嘆)〉,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227A_0020_010_0280, 확인날짜=2026-09-26.
- ↑ 참고: “〈동사서독〉... 나는 취생몽사가 필요하다”, 쉬이즈라이터, https://www.sheiswriter.kr/274, 확인날짜=2026-09-26.
- ↑ 참고: “동사서독 리덕스 리뷰 : 취생몽사”, YES24 블로그, https://m.blog.yes24.com/yjkmd/post/9109173, 확인날짜=2026-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