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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생몽사(醉生夢死)는 술에 취하여 자는 동안에 꾸는 꿈속에 살고 죽는다는 뜻으로, 한평생을 아무 하는 일 없이 흐리멍덩하게 살아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한자성어이다. ‘취사(醉死)’라고도 한다.[1]

뚜렷한 뜻이나 목표 없이 되는대로 세월을 보내거나, 향락에 빠져 정신없이 사는 삶을 비판할 때 쓴다. 술에 취한 듯, 꿈을 꾸는 듯 산다는 말이어서 반드시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에게만 쓰는 것은 아니다.

중국어와 일본어에서도 같은 한자로 쓴다.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은 “술에 취하고 잠에 빠진 것처럼 몽롱하게 날을 보냄. 삶의 목적이 분명하지 않고 흐리멍덩하게 지냄을 형용한다”로 풀이한다.[2] 일본어로는 ‘すいせいむし’라고 읽으며, ‘すいせいぼうし’로 읽기도 한다.[3]

북송의 학자 정이(程頤)가 형 정호(程顥)의 일생을 적은 〈명도선생행장(明道先生行狀)〉에 나온다.[2] 정이는 형의 말을 빌려, 도(道)가 밝지 못한 탓에 이단의 학설이 사람을 해친다고 하면서 이렇게 적었다.

自道之不明也,邪誕妖異之說競起,塗生民之耳目,溺天下於汙濁;雖高才明智,膠於見聞,醉生夢死,不自覺也。是皆正路之蓁蕪,聖門之蔽塞,闢之而後可以入道。

[4]

“도가 밝지 못하게 된 뒤로 허황하고 괴이한 학설이 다투어 일어나 백성의 귀와 눈을 가리고 천하를 더러움에 빠뜨렸다. 비록 재주가 높고 지혜가 밝은 사람이라도 보고 들은 것에 얽매여 술에 취한 채 살고 꿈속에서 죽듯 하면서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 이것이 모두 바른길을 가로막는 덤불이요 성인의 문을 막는 장애물이니, 이를 걷어 낸 뒤에야 도에 들어갈 수 있다.”

정이가 말한 ‘허황하고 괴이한 학설’은 당시 성리학자들이 이단으로 비판하던 불교 등의 가르침을 가리킨다. 곧 취생몽사는 처음에 ‘방탕하게 산다’는 뜻이 아니라, 총명한 사람조차 잘못된 가르침에 가려 참된 도를 모른 채 평생을 흐릿하게 보낸다는 뜻이었다. 이 대목은 주희(朱熹)와 여조겸(呂祖謙)이 엮은 《근사록(近思錄)》 권14에도 실렸고,[5] 일본의 《사자숙어를 아는 사전》은 《소학(小學)》 〈가언(嘉言)〉 편에 실린 같은 문장을 이 말의 출처로 든다.[3] 성리학의 기본 교재에 실린 덕분에 이 말은 조선과 일본의 선비들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주희는 《주자어류(朱子語類)》 권116에서 “백성은 날마다 쓰면서도 알지 못한다”는 말을 풀며, 보통 사람들이 일이 생기고 거두어지는 까닭을 모른 채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을 두고 “취생몽사일 뿐”이라고 했다.[2] 여기까지는 깨달음 없이 산다는 뜻에 가까웠다.

《성어전》은 뒤에 이 말이 생활이 퇴폐하고 무기력한 것까지 가리키게 되었다며, 청나라 말 소설 《동구여호걸(東歐女豪傑)》 제3회의 “벼슬아치에게 아첨하는 자, 황금을 숭배하는 자, 온유향(溫柔鄕)에서 취생몽사하는 자들”을 예로 든다.[2] 오늘날 한국어의 취생몽사도 흔히 이 넓어진 뜻으로 쓴다.

《성어전》은 비슷한 말인 ‘화천주지(花天酒地)’와 비교하여, 취생몽사는 흐리멍덩하고 가라앉은 모습에 무게가 있어 생활 모습과 삶의 태도 모두에 쓸 수 있는 반면, 화천주지는 주색에 빠진 방탕한 생활 자체를 가리켜 삶의 태도에는 쓰지 않는다고 구분한다.[2]

한국 문헌의 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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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왕조실록》 세조 8년(1462) 12월 4일 기사에서 세조는 세자에게 검소함을 가르치며 “금은주옥으로 총애하는 첩을 꾸미고 술에 빠져 백성의 괴로움을 모르다가 패망에 이르는 것, 이것이 곧 취생몽사일 뿐이니 어찌 말할 거리가 되겠느냐(此乃醉生夢死耳,何足道哉)”라고 했다.[6]
  • 신숙주(申叔舟)는 해돋이를 바라보며 지은 시에서 “취생몽사하여 무엇 하리, 대장부는 이름이 사라지지 않게 해야 한다(醉生夢死顧何爲。丈夫要使名不滅)”고 읊었다.[7]
  • 이준경(李浚慶)은 조광조(趙光祖)의 문묘 종사를 청하는 차자에서 “유학하는 선비들이 대강 나아갈 방향을 알아 취생몽사의 지경을 면하게 된 것은 실로 조광조가 도학의 맥을 다시 일으킨 공 덕분”이라고 했다.[8] 정이가 쓴 본래 뜻, 곧 도를 모른 채 흐릿하게 사는 상태를 가리킨 예이다.
  • 정구(鄭逑)의 문집에는 그가 열다섯 살에 지었다는 시 〈취생몽사탄(醉生夢死嘆)〉이 실려 있다.[9]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醉 취 취하다 술에 취한 듯이
生 생 살다 살다
夢 몽 꿈 꿈을 꾸는 듯이
死 사 죽다 죽다

다른 언어의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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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어: ‘酔生夢死(すいせいむし)’. 《일본국어대사전》은 첫 용례로 에도 시대 승려 겐세이(元政)의 《초산집(艸山集)》(1674)을 든다. 모리 오가이(森鷗外)도 소설 《망상(妄想)》(1911)에서 “한학자들이 말하는 취생몽사 같은 생애”라는 표현을 썼다.[3]
  • 중국어: ‘醉生夢死(zuì shēng mèng sǐ)’. 《성어전》은 비슷한 말로 ‘紙醉金迷’, ‘渾渾噩噩’, ‘燈紅酒綠’ 등을, 반대말로 ‘生氣勃勃’, ‘朝氣蓬勃’, ‘奮發圖強’을 든다.[2]
  • 퇴근 후 매일 밤 게임과 술로 시간을 보내던 그는 “이러다 취생몽사로 인생을 끝내겠다”며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 목표도 기록도 없이 해마다 같은 일만 되풀이하는 조직은 취생몽사하는 개인과 다르지 않다.
  • 왕가위(王家衛) 감독의 영화 《동사서독(東邪西毒)》(1994)에는 마시면 지난 일을 모두 잊게 해 준다는 술 ‘취생몽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술은 영화를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된다.[10][11]

유의어와 관련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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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사(醉死): 같은 뜻이다.[1]
  • 화천주지(花天酒地): 주색에 빠져 방탕하게 지냄.
  • 무위도식(無爲徒食): 하는 일 없이 놀고먹음.
  • 허송세월(虛送歲月): 하는 일 없이 세월만 헛되이 보냄.
  • 반대 의미: 분발도강(奮發圖強), 자강불식(自强不息)
  1. ↑ 1.0 1.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취생몽사”,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B7%A8%EC%83%9D%EB%AA%BD%EC%82%AC, 확인날짜=2026-09-26.
  2. ↑ 2.0 2.1 2.2 2.3 2.4 2.5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醉生夢死”,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790, 확인날짜=2026-09-26.
  3. ↑ 3.0 3.1 3.2 《디지털 대사천(デジタル大辞泉)》·《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사자숙어를 아는 사전(四字熟語を知る辞典)》, “酔生夢死”,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9%85%94%E7%94%9F%E5%A4%A2%E6%AD%BB, 확인날짜=2026-09-26.
  4. ↑ 정이(程頤), 〈명도선생행장(明道先生行狀)〉, 《이천선생문집(伊川先生文集)》 권7.
  5. ↑ 주희·여조겸 편, 《근사록(近思錄)》 권14.
  6.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세조실록》 29권, 세조 8년 12월 4일 갑자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ga_10812004_001, 확인날짜=2026-09-26.
  7.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신숙주, 《보한재집(保閑齋集)》 권11 〈효발이성 낙해이행 망일출유감 제곡구헌(曉發利城洛海而行望日出有感題谷口軒)〉,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059A_0120_010_0100, 확인날짜=2026-09-26.
  8.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이준경, 《동고유고(東皐遺稿)》 권2 〈청석을사기유지옥 차청종사차(請釋乙巳己酉之獄且請從祀箚)〉,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141A_0020_020_0130, 확인날짜=2026-09-26.
  9.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정구, 《한강집(寒岡集)》 권1 〈취생몽사탄(醉生夢死嘆)〉,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227A_0020_010_0280, 확인날짜=2026-09-26.
  10. ↑ 참고: “〈동사서독〉... 나는 취생몽사가 필요하다”, 쉬이즈라이터, https://www.sheiswriter.kr/274, 확인날짜=2026-09-26.
  11. ↑ 참고: “동사서독 리덕스 리뷰 : 취생몽사”, YES24 블로그, https://m.blog.yes24.com/yjkmd/post/9109173, 확인날짜=2026-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