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송세월
더 많은 작업
허송세월(虛送歲月)은 하는 일 없이 세월만 헛되이 보냄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1]
‘헛되이(虛) 해(歲)와 달(月)을 보낸다(送)’는 말이다. 해야 할 일을 미루거나 뚜렷한 목표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모습을 꾸짖거나 스스로 뉘우칠 때 쓴다. “허송세월하다”처럼 동사로도 쓰고, 줄여서 ‘허송(虛送)’이라고도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은 같은 뜻의 말로 ‘허도세월(虛度歲月)’을 함께 싣는다.[1][2]
특정 고사에서 나온 말이 아니며, ‘虛送歲月’이라는 네 글자는 조선 후기 한국 문헌에서 주로 보인다. 중국어에서는 같은 뜻으로 ‘虛度歲月’, ‘虛度光陰’, ‘虛度年華’처럼 ‘보낼 송(送)’ 대신 ‘지날 도(度)’를 쓴다.
시간을 헛되이 보낸다는 표현은 한문에서 오래전부터 ‘虛度’로 써 왔다. 신라의 원효(元曉)는 《대승기신론소(大乘起信論疏)》에서 좌선할 때 마음을 고르는 법을 풀이하며, 말세의 수행자는 바른 원을 세운 이가 적고 그릇되게 구하는 이가 많아 “명예와 이익을 구하면서 고요한 모습만 꾸며 세월을 헛되이 보내니 선정을 얻을 길이 없다”고 썼다.[3]
末世行人,正願者少,邪求者多,謂求名利,現寂靜儀,虛度歲月無由得定。
조선에서도 처음에는 ‘虛送日月’, ‘虛送光陰’처럼 썼다. 《세종실록》 세종 13년(1431) 기사는 승문원 관원들이 이런저런 핑계로 “헛되이 날과 달을 보내(虛送日月)” 이문(吏文) 공부에 전념하는 이가 드물다고 지적했고,[4] 정조는 즉위 후 사변을 겪느라 “이미 십여 년의 세월을 헛되이 보냈다(已虛送十餘年光陰)”고 말했다.[5]
‘虛送歲月’ 네 글자의 이른 용례로는 《승정원일기》 영조 10년(1734) 7월 2일 기사가 있다. 왕실의 후사를 넓게 구해야 한다는 신하의 말 가운데 “한 곳만 믿고 세월을 헛되이 보내서는 안 된다(亦不可只恃一處,而虛送歲月)”는 대목이다.[6] 이후 황익재(黃翼再)의 편지(1735), 윤기(尹愭)의 〈논승학유생(論升學儒生)〉, 허유(許愈)의 〈속출사표(續出師表)〉 등 18~19세기 조선 문집에서 두루 쓰였다.[7] 반면 중국 문헌에서는 이 네 글자가 확인되지 않는다.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虛送歲月’이 한 건도 없지만, 국역문에는 ‘허송세월’이 49건 나온다. 원문의 ‘虛送日月’, ‘虛送光陰’ 같은 표현을 번역자가 지금 익숙한 성어로 옮긴 것이다.[8] 실록 원문에 한 번 나오는 ‘虛度歲月’도 후사 문제를 다룬 대왕대비의 언문 교서이다. 대왕대비는 왕비의 병으로 후사가 늦어지니 “머뭇거리며 말하지 않고 세월을 헛되이 보내면(若趑趄不言,虛度歲月)” 근심을 어찌할 수 없다며 후궁 간택을 명했다.[9]
- 중국어: ‘虛度歲月’, ‘虛度光陰’, ‘虛度年華’ 등을 쓴다. ‘虛送歲月’은 중국 문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 요구 사항이 확정되지 않아 개발팀이 석 달을 허송세월했다.
- 자격증 시험을 핑계로 허송세월하지 말고 실무 경험부터 쌓아라.
- 젊은 시절을 허송세월로 보낸 것이 가장 후회된다.
- ↑ 1.0 1.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허송세월”,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D%97%88%EC%86%A1%EC%84%B8%EC%9B%94, 확인날짜=2026-10-10.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허도세월”,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D%97%88%EB%8F%84%EC%84%B8%EC%9B%94, 확인날짜=2026-10-10.
- ↑ 원효(元曉), 《대승기신론소(大乘起信論疏)》 권하.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 51권, 세종 13년 1월 21일 병술 9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da_11301021_009, 확인날짜=2026-10-10.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정조실록》 26권, 정조 12년 7월 27일 정해 2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va_11207027_002, 확인날짜=2026-10-10.
- ↑ 국사편찬위원회 승정원일기, 영조 10년 7월 2일 을해, https://sjw.history.go.kr/id/SJW-F10070020-01900, 확인날짜=2026-10-10.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황익재 《화재집(華齋集)》 〈여권태중(與權台仲) 을묘〉, 자료ID ITKC_MO_0994A_0040_010_0220; 윤기 《무명자집(無名子集)》 〈논승학유생〉, 자료ID ITKC_MO_0576A_0160_010_0270; 허유 《후산집(后山集)》 〈속출사표〉, 자료ID ITKC_MO_0648A_0150_030_0010, 확인날짜=2026-10-10.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검색(원문 ‘虛送歲月’ 0건, 국역 ‘허송세월’ 49건), 확인날짜=2026-10-10.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헌종실록》 14권, 헌종 13년 7월 18일 을미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xa_11307018_001, 확인날짜=2026-10-10.
- ↑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신상호(申相鎬), 〈사조적적(思潮滴滴)〉, 《태극학보》 제4호, ma_007_0040_0180, 확인날짜=2026-10-10.
- ↑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入學期臨迫과 學父兄의 걱정; 말못되는 普校收容力, 千三百兒童虛送歲月”, 《동아일보》 1928년 1월 14일, npda_1928_01_14_v0002_0220, 확인날짜=2026-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