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골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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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골쇄신(粉骨碎身)은 뼈를 가루로 만들고 몸을 부순다는 뜻으로, 정성을 다해 노력함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 또는 그렇게 하여 뼈가 가루가 되고 몸이 부서지는 것을 이르기도 한다.[1] 참혹하게 죽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2] ‘분신쇄골(粉身碎骨)’, ‘쇄골분신(碎骨粉身)’, ‘쇄신분골’이라고도 하며, 줄여서 ‘분골’, ‘쇄신’이라고도 한다.[1]
몸이 가루가 되도록 온 힘을 바친다는 강한 과장 표현이다. 오늘날 한국어에서는 “분골쇄신하겠습니다”처럼 취임사, 사은사, 각오를 밝히는 자리에서 ‘온 힘을 다하겠다’는 다짐으로 가장 많이 쓴다. 일본어에서도 ‘粉骨砕身(ふんこつさいしん)’을 “힘이 닿는 데까지 열심히 일함”의 뜻으로 쓴다.[3]
중국어에서는 ‘분신쇄골(粉身碎骨)’ 형태가 더 흔하며, 대만 교육부 《성어전》은 두 형태를 모두 ‘목숨을 바침(犧牲生命)’으로 풀이한다.[4] 곧 한국어·일본어에서는 ‘애써 노력함’의 뜻이 앞서고, 중국어에서는 ‘몸이 부서져 죽음’, ‘목숨을 내놓음’의 뜻이 앞선다.
특정한 고사에서 나온 말은 아니다. 불교 문헌과 당나라 문학에서 은혜를 갚기 위해, 또는 맹세를 지키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 불전(佛典): 당나라 초 정토교의 선도(善導)는 《관념아미타불상해삼매공덕법문(觀念阿彌陀佛相海三昧功德法門)》에서 왕생을 바라는 이들에게 “여러 겁에 걸쳐 몸이 가루가 되고 뼈가 부서지도록 부처의 은혜에 보답하라(連劫累劫粉身碎骨,報謝佛恩)”고 했다.[5] 화엄종의 법장(法藏)은 《범망경보살계본소(梵網經菩薩戒本疏)》 권3에서 삼보와 계법의 은혜를 입었으니 “마땅히 뼈를 가루로 만들고 몸을 부수어서라도 지켜야 한다(理宜粉骨碎身護持遺寄)”고 했다.[6]
- 《증도가》: 영가 현각(永嘉玄覺)의 《증도가(證道歌)》에는 “뼈가 가루가 되고 몸이 부서져도 다 갚지 못하니, 한 구절을 확연히 깨치면 백억을 뛰어넘는다(粉骨碎身未足酬,一句了然超百億)”는 구절이 있다.[7] 《일본국어대사전》도 이 말의 참고 문헌으로 《영가증도가》를 든다.[3] 이 구절은 뒤의 선종 어록에 거듭 인용되었다.
- 〈곽소옥전〉: 당나라 장방(蔣防)의 전기 소설 〈곽소옥전(霍小玉傳)〉에서 이생(李生, 이익)은 곽소옥에게 “평생의 소원을 오늘 이루었으니, 뼈가 가루가 되고 몸이 부서지더라도 맹세코 버리지 않겠다(粉骨碎身,誓不相捨)”고 맹세하고 비단에 서약을 적는다.[8] 그러나 이생은 뒤에 이 맹세를 저버리고, 소설은 버림받은 곽소옥의 비극으로 끝난다.
《성어전》은 ‘粉骨碎身’의 용례로 《삼국지연의》 제6회의 “빨리 관문을 바치면 목숨을 살려 주겠지만, 늦으면 뼈가 가루가 되고 몸이 부서질 것(倘若遲誤,粉骨碎身)”을 든다.[4] 여기서는 ‘참혹하게 죽음’의 뜻이다.
나무위키 등에는 이 말이 조식(曹植)이 형인 위 문제 조비(曹丕)에게 올린 감사의 글에서 유래했다는 설명이 보이지만, 《예문유취(藝文類聚)》 권51 등에 전하는 조식의 표(表)에 나오는 말은 “몸을 꺾고 머리를 부수어(摧身碎首) 폐하의 두터운 덕에 보답하지 못했다”는 비슷한 뜻의 다른 표현이다. ‘粉骨碎身’이나 ‘粉身碎骨’ 네 글자는 나오지 않는다.[9]
- 이이(李珥)는 백인걸(白仁傑)을 대신해 지은 상소에서 “신이 비록 뼈가 가루가 되고 몸이 부서지더라도 성은의 무거움에 보답할 길이 없다(臣雖粉骨碎身,無以仰答聖恩之重)”고 썼고, 병조판서를 사양하는 계에서도 “분골쇄신해도 갚기에 부족하다(粉骨碎身,未足仰報)”고 했다.[10] 임금의 은혜에 보답하겠다는 다짐으로 쓰는 오늘날의 용법과 같다.
- 《조선왕조실록》 원문에 나오는 두 건은 모두 중국 사람의 글이다. 인조 4년(1626) 명나라 사람 예여청(倪汝聽)이 모문룡의 반란 계획을 알리며 “일이 새어 나가 분골쇄신을 당하더라도 달게 여기겠다”고 한 밀계와,[11] 인조 5년(1627) 후금의 관직을 받은 한인 유흥조(劉興祚)가 조선 국왕에게 올린 글이다.[12]
| 한자 | 음 | 기본 의미 | 성어 안의 의미 |
|---|---|---|---|
| 粉 | 분 | 가루, 가루로 만들다 | 가루로 만들다 |
| 骨 | 골 | 뼈 | 뼈 |
| 碎 | 쇄 | 부수다 | 부수다 |
| 身 | 신 | 몸 | 몸 |
- 일본어 사전은 ‘粉骨砕心(분골쇄심)’으로 쓰는 것은 잘못이라고 적는다.[3]
- 줄임말 ‘쇄신(碎身)’은 “정치 쇄신”, “인적 쇄신”의 ‘쇄신(刷新, 나쁜 것을 버리고 새롭게 함)’과 소리만 같고 다른 말이다.
- 새로 부임한 보안 책임자는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말했다.
- 그는 회사를 살리겠다며 분골쇄신했지만 끝내 경영난을 피하지 못했다.
- 스승의 은혜를 생각하면 분골쇄신해도 다 갚을 수 없다.
- 일본에서 《일본국어대사전》이 드는 이 말의 첫 용례는 도겐(道元)의 《정법안장(正法眼藏)》 〈면수(面授)〉(1231~1253)이다.[3]
- ↑ 1.0 1.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분골쇄신”,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B6%84%EA%B3%A8%EC%87%84%EC%8B%A0, 확인날짜=2026-09-27.
- ↑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분골쇄신”, https://open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focus_name=query&query=%EB%B6%84%EA%B3%A8%EC%87%84%EC%8B%A0, 확인날짜=2026-09-27.
- ↑ 3.0 3.1 3.2 3.3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디지털 다이지센(デジタル大辞泉)》, “粉骨砕身”,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7%B2%89%E9%AA%A8%E7%A0%95%E8%BA%AB, 확인날짜=2026-09-27.
- ↑ 4.0 4.1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粉骨碎身”,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2434, 확인날짜=2026-09-27. 같은 사전 “粉身碎骨”,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7083, 확인날짜=2026-09-27.
- ↑ 선도(善導), 《관념아미타불상해삼매공덕법문(觀念阿彌陀佛相海三昧功德法門)》 권1, 대정신수대장경 T1959.
- ↑ 법장(法藏), 《범망경보살계본소(梵網經菩薩戒本疏)》 권3, 대정신수대장경 T1813.
- ↑ 현각(玄覺), 《영가증도가(永嘉證道歌)》, 대정신수대장경 T2014.
- ↑ 장방(蔣防), 〈곽소옥전(霍小玉傳)〉.
- ↑ 구양순(歐陽詢) 등 편, 《예문유취(藝文類聚)》 권51.
- ↑ 이이, 〈대백참찬인걸소(代白參贊仁傑疏)〉·〈부사병조판서비변사유사당상계(復辭兵曹判書備邊司有司堂上啓)〉, 《율곡전서(栗谷全書)》. 한국고전종합DB 원문 검색,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09-27.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인조실록》 13권, 인조 4년 윤6월 11일 신해 2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pa_10406111_002, 확인날짜=2026-09-27.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인조실록》 17권, 인조 5년 8월 13일 병오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pa_10508013_001, 확인날짜=2026-09-27.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분신쇄골”,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B6%84%EC%8B%A0%EC%87%84%EA%B3%A8, 확인날짜=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