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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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波瀾萬丈)은 물결이 만 길 높이로 인다는 뜻으로, 사람의 삶이나 일의 진행에 곡절과 시련이 많고 변화가 심함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1]
“파란만장한 일생”, “파란만장을 겪다”처럼 한 사람의 생애나 한 집단의 역사가 굴곡이 심했음을 말할 때 주로 쓴다.[1] 고난을 이겨 낸 삶을 돌아보는 맥락에서 많이 쓰이며, 사건이 잇따라 일어나는 소설·영화의 줄거리를 평할 때도 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비슷한 말로 파란중첩(波瀾重疊)을 든다.
일본어에서도 波瀾万丈(はらんばんじょう)를 “격렬한 변화가 많음”의 뜻으로 쓴다.[2] 현대 중국어에서는 성어로 쓰지 않으며 대만 교육부 《성어전》에도 표제어가 없다. 《성어전》에 있는 파란장활(波瀾壯闊)은 “기세가 웅장하고 거대함”을 뜻하여 쓰임이 다르다.[3]
네 글자는 당나라 이복언(李復言)의 전기집 《속현괴록(續玄怪錄)》에서 가려 뽑은 《태평광기》 권346 〈이상(李湘)〉 이야기에 나온다. 보력(寶曆) 원년(825) 몽주 자사 이상이 임기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던 길에, 무당을 통해 이곳에서 죽은 노종사(盧從史)의 혼령을 불러낸다. 이상이 “어찌하여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고 어두운 저승에 오래 머무십니까” 하고 묻자 혼령이 이렇게 답한다.
吁!是何言哉?人世勞苦,萬愁纏心,盡如燈蛾。爭撲名利,愁勝而發白,神敗而體羸。方寸之間,波瀾萬丈,相妒相賊,猛如豪獸。吾已免離,下視湯火,豈復低身而臥其間乎?
“아, 무슨 말인가. 인간 세상은 수고롭고 온갖 근심이 마음을 휘감아, 모두 등불에 달려드는 나방과 같다. 이름과 이익을 다투어 근심이 이기면 머리가 세고 정신이 무너지면 몸이 여윈다. 한 치 마음속에 물결이 만 길로 일어, 서로 시기하고 해치기가 사나운 짐승 같다. 나는 이미 벗어나 끓는 물과 불을 내려다보는데, 어찌 다시 몸을 낮추어 그 속에 눕겠는가.” 여기서 波瀾萬丈은 욕심과 시기로 요동치는 사람의 마음을 그린 말이다.
오늘날의 ‘곡절 많은 삶’이라는 뜻은 근대 일본에서 굳었다. 《일본국어대사전》은 도쿠토미 소호(徳富蘇峰)의 〈근래 유행하는 정치소설을 평함(近来流行の政治小説を評す)〉(1887)에서 소설의 줄거리를 두고 “波瀾万丈なるに到りては”라고 한 것을 첫 용례로 든다.[2]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자료에는 1880년 민권운동 논설집에서 글의 기세를 “字句ノ間波瀾萬丈”이라 평한 예도 있다.[6] 처음에는 문장이나 이야기의 기복을 평하던 말이 이어서 사람의 생애를 수식하게 되었다. 1900년의 영국 시인 셸리 평전에는 그의 짧은 생애를 “奇絕仄絕、波瀾萬丈”이라 한 표현이 있다.[7]
한국의 고전 문헌에서는 이 네 글자가 확인되지 않는다. 《조선왕조실록》·《승정원일기》 원문과 한국고전종합DB 문집 원문 모두 0건이다. 1920년대 신문·잡지에서 쓰이기 시작해, 1924년 《동아일보》의 증시 기사 제목 〈경취 춘가 파란만장?(京取春價波瀾萬丈?)〉이 있고,[8] 문일평(文一平)은 《개벽》에 실은 〈갑자 이후 60년간의 조선〉에서 개화기의 정국을 “風雲萬變, 波瀾萬丈”이라고 썼다.[9] 1932년 방정환 1주기 회고 글에는 “글자 그대로 파란만장한 온갖 고난을 맛보고 자란”처럼 사람의 생애를 꾸미는 쓰임이 보인다.[10]
- 이 오픈 소스 프로젝트는 라이선스 분쟁과 포크를 거치며 파란만장한 십 년을 보냈다.
- 할머니는 전쟁과 피란을 겪은 파란만장한 일생을 담담하게 들려주셨다.
- 박찬욱·박찬경 형제가 아이폰 4로 찍은 단편 영화 〈파란만장〉(2011)은 제61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단편 부문 황금곰상을 받았다.[11]
- ↑ 1.0 1.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파란만장”,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D%8C%8C%EB%9E%80%EB%A7%8C%EC%9E%A5, 확인날짜=2026-10-01.
- ↑ 2.0 2.1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波瀾万丈”,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6%B3%A2%E7%80%BE%E4%B8%87%E4%B8%88, 확인날짜=2026-10-01.
-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波瀾壯闊”,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7557, 확인날짜=2026-10-01.
- ↑ 《사자숙어를 아는 사전(四字熟語を知る辞典)》, “波瀾万丈”,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6%B3%A2%E7%80%BE%E4%B8%87%E4%B8%88, 확인날짜=2026-10-01.
- ↑ 이방(李昉) 등 편, 《태평광기(太平廣記)》 권346 〈이상(李湘)〉, 출전 《속현괴록(續玄怪錄)》.
- ↑ 三宅虎太 편·평, 《민권논편(民権論編)》(1880),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디지털컬렉션, https://dl.ndl.go.jp/pid/783734, 확인날짜=2026-10-01.
- ↑ 浜田佳澄, 《셸리(シエレー)》(1900),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디지털컬렉션, https://dl.ndl.go.jp/pid/871646, 확인날짜=2026-10-01.
- ↑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동아일보》 1924년 12월 28일 4면, npda_1924_12_28_v0004_1000, https://db.history.go.kr/, 확인날짜=2026-10-01.
- ↑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근현대잡지자료, 문일평(文一平), 〈갑자이후 육십년간의 조선(甲子以後 六十年間의 朝鮮)〉, 《개벽》 제43호, ma_013_0420_0140, https://db.history.go.kr/, 확인날짜=2026-10-01.
- ↑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근현대잡지자료, 이정호(李定鎬), 〈오호 방정환, 그의 1주기를 맞고〉, 《동광》 제37호, ma_014_0360_0360, https://db.history.go.kr/, 확인날짜=2026-10-01.
- ↑ “휴대전화로 영화 찍은 박찬욱 ‘누구나 할 수 있는 시대 왔죠’”, 아시아경제, 2022-02-18, https://www.asiae.co.kr/article/2022021819272287170, 확인날짜=202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