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차일반
IT 위키
더 많은 작업
피차일반(彼此一般)은 저쪽과 이쪽이 한가지라는 뜻으로, 두 편의 처지나 잘잘못이 서로 같음을 이르는 사자성어이다.[1] 특정 고사에서 나온 말이 아니며, 일본·중국·조선의 한문 문헌에서 두루 쓰이던 표현이다.
“힘든 건 피차일반이다”, “서로 실수했으니 피차일반이지”처럼, 상대만 탓할 것이 아니라 양쪽 다 마찬가지라는 뜻으로 쓴다. 남의 처지에 공감할 때(“바쁜 건 피차일반입니다”)와, 상대의 비난을 되받을 때(“잘못한 건 피차일반 아닌가”) 모두 쓸 수 있다.
현대 중국어에서는 이 말보다 ‘피차피차(彼此彼此, 서로 마찬가지)’를 입말로 흔히 쓰고, 일본어에서는 ‘お互い様(오타가이사마)’ 같은 고유어 표현을 쓴다. ‘彼此一般’은 두 언어의 옛 문헌에는 보이지만 지금은 잘 쓰지 않는다.
특정 고사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 ‘彼此(저것과 이것)’와 ‘一般(한가지)’을 이어 붙인 표현이다.
- 일본: 9세기 말 일본의 정사 《일본삼대실록(日本三代實錄)》에는 닌나(仁和) 3년(887) 6월 5일, 감해유사(勘解由使)가 서생(書生)을 줄이고 사생(史生)을 늘려 달라고 청한 글에 “공역에 충당되는 것은 저쪽이나 이쪽이나 한가지(至充公役,彼此一般)”라는 구절이 있다.[2] 확인되는 가장 이른 용례 가운데 하나이다.
- 중국: 명나라 말 능몽초(凌濛初)의 소설집 《이각박안경기(二刻拍案驚奇)》(1632) 권34에 “남녀의 큰 욕망은 피차일반이 아니겠는가(男女大欲,彼此一般)”라는 대목이 있다.[3] 명나라 여곤(呂坤)의 《속소아어(續小兒語)》, 청나라 소설 《서호가화(西湖佳話)》 등에도 보인다.
- 조선: 조선 중기 이후 문집과 《승정원일기》에 자주 나온다. 이경여(李敬輿, 1585~1657)의 제문, 송시열(宋時烈)과 윤증(尹拯)의 편지 등에 보이며,[4]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숙종 43년(1717) 헌납 곽만적(郭萬迪)의 상소에 한 번 나온다. 그는 임금의 앞뒤 처분이 한결같지 않다고 비판하면서, 앞의 일과 뒤의 일이 “지극히 원통하기는 피차일반(其爲至冤,彼此一般)”이라고 했다.[5]
- 마감에 쫓기는 건 개발팀이나 기획팀이나 피차일반이니 서로 일정을 조금씩 양보합시다.
- 보안 사고의 책임을 놓고 다투던 두 부서는 결국 피차일반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 “늦어서 미안해.” “괜찮아, 나도 방금 왔으니 피차일반이야.”
- 명나라 여곤(呂坤)의 《속소아어》에는 “동쪽 집은 음양을 믿지 않고 서쪽 집은 풍수를 오로지 섬기나, 화와 복은 피차일반이니 돈만 쓰고도 뉘우치지 않는다(東家不信陰陽,西家專敬風水,禍福彼此一般,費了錢財不悔)”라는 구절이 있다.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교훈서에서 이 말을 미신 비판에 쓴 예이다.[6]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피차일반”,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D%94%BC%EC%B0%A8%EC%9D%BC%EB%B0%98, 확인날짜=2026-10-10.
- ↑ 《일본삼대실록(日本三代實錄)》 닌나 3년 6월 5일 정미조. 구리타 히로시(栗田寛) 편, 《직관고(職官考)》 및 《헌법지료(憲法志料)》 인용문,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디지털 컬렉션 전문 검색, https://lab.ndl.go.jp/dl/book/2553845, 확인날짜=2026-10-10.
- ↑ 능몽초(凌濛初), 《이각박안경기(二刻拍案驚奇)》 권34.
- ↑ 한국고전종합DB 고전원문 검색, “彼此一般”,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10-10.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숙종실록보궐정오》 60권, 숙종 43년 9월 2일 계축 2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sb_14309002_002, 확인날짜=2026-10-10.
- ↑ 여곤(呂坤), 《속소아어(續小兒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