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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즉생(必死則生)은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산다’는 뜻으로,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오히려 살 길이 열린다는 한자성어이다. 중국 전국 시대의 병법서 《오자(吳子)》에 나오는 말이며, 이순신이 명량 해전 전날 장수들에게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라고 한 말로 한국에서 널리 알려졌다.

필사즉생은 목숨을 아끼려고 머뭇거리면 도리어 죽고, 죽음을 각오하고 온 힘을 다하면 살아남는다는 역설을 담고 있다. 전쟁터의 마음가짐을 말한 병법의 격언이지만, 오늘날에는 기업의 위기 극복, 운동 경기의 막판 승부, 선거 등에서 배수진을 치는 각오를 나타낼 때 널리 인용된다. 국어사전에는 표제어로 올라 있지 않으며, 흔히 뒤 구절과 함께 “필사즉생 필생즉사” 또는 “필사즉생 행생즉사”로 쓴다.

위(魏)나라 장수 오기(吳起)의 병법을 담은 《오자》 〈치병(治兵)〉에 나온다.

吳子曰:「凡兵戰之場,立屍之地,必死則生,幸生則死。其善將者,如坐漏船之中,伏燒屋之下,使智者不及謀,勇者不及怒,受敵可也。故曰:用兵之害,猶豫最大;三軍之災,生於狐疑。」

[1]

“무릇 군사가 싸우는 곳은 시체가 널리는 땅이다.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요행히 살고자 하면 죽는다. 장수를 잘하는 사람은 새는 배 안에 앉아 있고 불타는 집 아래 엎드려 있는 듯이 하여, 지혜로운 자가 미처 꾀를 낼 겨를도, 용감한 자가 미처 성낼 겨를도 없게 한 채 적을 맞는다. 그러므로 용병의 해로움 가운데 머뭇거림이 가장 크고, 삼군의 재앙은 의심에서 생긴다고 하는 것이다.”

원문의 맥락은 ‘무모하게 죽으라’는 것이 아니라 ‘싸움이 벌어진 뒤에는 망설이지 말라’는 데 있다. 〈치병〉 편은 군대를 잘 다스리고 훈련하는 방법을 다루며, 이 구절 바로 뒤에서도 망설임(猶豫)과 의심(狐疑)을 가장 큰 해로 꼽는다.

역시 전국 시대의 병법서로 알려진 《위료자(尉繚子)》 〈병교 하(兵教下)〉에도 “장수가 되면 집을 잊고, 국경을 넘으면 어버이를 잊고, 적을 가리키면 제 몸을 잊는다.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서둘러 이기려 하면 하책이다(為將忘家,踰垠忘親,指敵忘身,必死則生,急勝為下)”라는 구절이 있다.[2]

《손자병법》에는 이와 통하는 “죽을 땅에 빠뜨린 뒤에야 산다(陷之死地然後生)”(〈구지(九地)〉)는 말이 있는 한편, “장수에게는 다섯 가지 위험이 있으니, 죽기만 각오하면 죽임을 당할 수 있고 살려고만 하면 사로잡힐 수 있다(必死,可殺也;必生,可虜也)”(〈구변(九變)〉)는 경계도 있다.[3] 후자는 무작정 죽기를 각오하는 태도 역시 약점이 될 수 있다는 뜻이어서, 필사즉생이 합리적 판단을 건너뛰라는 말이 아님을 보여 준다.

이순신의 《난중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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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재란 때인 1597년 음력 9월 15일, 이순신은 적은 수의 수군으로 명량(울돌목)을 등지고 진을 칠 수 없다고 보아 진을 우수영 앞바다로 옮긴 뒤 장수들을 불러 모아 다음과 같이 약속했다. 이튿날 조선 수군은 명량 해전을 치렀다.

十五日癸卯。晴。數小舟師。不可背鳴梁爲陣。故移陣于右水營前洋。招集諸將約束曰。兵法云。必死則生。必生則死。又曰。一夫當逕。足懼千夫。今我之謂矣。爾各諸將。勿以生爲心。小有違令。卽當軍律。再三嚴約。

[4]

“병법에 이르기를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반드시 살고자 하면 죽는다’ 하였고, 또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천 사람도 두렵게 할 수 있다’ 하였으니, 바로 지금 우리를 두고 한 말이다. 너희 여러 장수들은 살려는 마음을 먹지 마라. 조금이라도 명령을 어기면 즉시 군율로 다스리겠다.”

이순신은 “병법에 이르기를(兵法云)”이라고 출처를 밝혔지만, 《오자》의 ‘요행히 살고자 하면(幸生)’을 ‘반드시 살고자 하면(必生)’으로 바꾸어 앞 구절과 대구를 맞췄다. 한문 전적 전문 검색에서 ‘必生則死’라는 형태는 이 《난중일기》 구절 하나만 나온다. 한국에서 널리 쓰이는 “필사즉생 필생즉사”는 이 이순신의 표현에서 온 것이다.

그 밖의 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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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나라 척계광(戚繼光)의 《연병실기(練兵實紀)》는 “병법에 이르기를 ‘必死則生,幸生則死’”라며 이 구절을 인용했고, 병서 《백전기략(百戰奇略)》도 ‘必死則生’과 ‘幸生則死’를 각각 “법에 이르기를(法曰)”이라며 인용했다.
  • 조선에서도 격언으로 인용되었다. 홍대용(洪大容)은 “군서(軍書)에 ‘必死則生,幸生則死’라 하였다. 그러므로 적에게 포위되면 반드시 달아날 길을 막고 싸워 죽기를 각오했음을 보인다. 항우가 배를 가라앉힌 것과 한신이 강을 등진 것이 모두 이 뜻이다”라고 썼다.[5]
  •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必死則生’이 나오지 않는다.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必 필 반드시 반드시 (~하고자 하다)
死 사 죽다 죽음을 각오하다
則 즉 곧, 법칙 ~하면 곧
生 생 살다 살아남다
  • 주력 서비스가 무너진 상황에서 경영진은 필사즉생의 각오로 전 인력을 장애 복구에 투입했다.
  • 강등 위기에 몰린 팀은 마지막 경기를 필사즉생의 자세로 치렀다.
  • 필사즉생이라지만, 준비 없이 밀어붙이는 것은 병법의 뜻과도 거리가 멀다.
  • 영화 《명량》(2014)에서 이순신이 장수들에게 이 구절을 풀어 외치는 장면으로 이 말이 더욱 널리 알려졌다.
  • 1905년 을사조약에 항거해 자결한 민영환의 유서에도 “살기를 바라는 자는 반드시 죽고, 죽기를 기약하는 자는 살 것”이라는 같은 취지의 구절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제1차 세계 대전 갈리폴리 전투에서 무스타파 케말(뒷날의 아타튀르크)이 “나는 너희에게 공격하라고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죽으라고 명령한다”고 했다는 말도 비슷한 맥락에서 자주 거론된다.
  • 자기 목숨을 얻으려는 사람은 잃고, 예수를 위해 목숨을 잃는 사람은 얻는다는 신약성경의 구절(마태오 복음서 10장 39절)도 뜻이 통하는 역설로 함께 인용된다.

유의어와 관련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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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생즉사(必生則死), 행생즉사(幸生則死): 반드시(요행히) 살고자 하면 죽는다. 필사즉생의 짝을 이루는 뒤 구절.
  • 배수지진(背水之陣): 물을 등지고 진을 친다는 뜻으로, 물러설 곳 없이 죽기를 각오하고 싸움.
  • 파부침주(破釜沈舟): 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살아 돌아갈 생각을 버리고 싸움.
  • 사생결단(死生決斷): 죽고 사는 것을 돌보지 않고 끝장을 내려고 덤벼듦.
  • 사중구생(死中求生): 죽을 고비에서 살길을 찾음.
  1. ↑ 《오자(吳子)》 〈치병(治兵)〉.
  2. ↑ 《위료자(尉繚子)》 〈병교 하(兵教下)〉.
  3. ↑ 《손자병법》 〈구지(九地)〉·〈구변(九變)〉.
  4. ↑ 이순신, 《난중일기》 정유년 9월 15일 (《이충무공전서(李忠武公全書)》 권8 〈난중일기 4〉).
  5. ↑ 홍대용, 《담헌서(湛軒書)》 내집 권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