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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各自圖生)은 제각기 살아 나갈 방법을 꾀함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1]

‘각자 스스로 살 길을 도모한다’는 말로, 나라나 조직 같은 공동체가 구성원을 지켜 주지 못해 저마다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오늘날에는 재난 대응이나 사회 안전망이 부실할 때, 또는 조직이 흩어져 각자 제 이익만 챙길 때 그것을 비판하거나 한탄하는 말로 주로 쓴다.

‘圖’는 ‘그림’이 아니라 ‘꾀하다, 도모하다’의 뜻이다. 조선 문헌에서 쓰이던 말이 2010년대 이후 한국 사회를 진단하는 말로 다시 널리 퍼졌다. 중국어와 일본어에서는 성어로 쓰지 않는다.

유래와 조선 문헌의 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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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고사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조선 시대 문헌에서 전란이나 기근, 사고로 공동체가 무너진 장면을 묘사할 때 쓰였다.

연월이 확인되는 이른 용례는 《선조실록》 선조 27년(1594) 9월 6일 기사이다. 비변사가 경상도 감사에게 내려보낼 회답을 기초해 올린 것으로, 일본군 진영을 이간하는 계책을 담았다.[2]

平壤戰敗之後,倭賊乘忿,盡殺都城之民,然後乃去。今亦必有此事。東萊、釜山、金海、熊川之民,亦將更罹殺戮之禍,預爲告諭,使之各自圖生事,密地傳布,使各營倭人及我國被擄人,無不聞知,傳相告語,使兩賊自相疑貳,則必有自中相圖之變。

“평양 싸움에서 진 뒤 왜적은 분풀이로 도성 백성을 모두 죽이고 물러갔다. 지금도 반드시 그런 일이 있을 것이니 동래·부산·김해·웅천의 백성도 살육을 당할 것이다. 미리 알려 각자 살 길을 도모하라는 말을 몰래 퍼뜨려, 각 진영의 왜인과 사로잡힌 우리 백성이 모두 듣고 서로 전하게 하면, 두 적(고니시 유키나가와 가토 기요마사)이 서로 의심하여 반드시 저희끼리 도모하는 변이 생길 것이다.”

나무위키 등에서는 이 대목을 선조가 백성에게 각자 살 길을 찾으라고 명한 말로 소개하기도 하지만, 원문을 보면 비변사가 기초한 회답의 일부이고, ‘각자 살 길을 도모하라’는 소문을 일부러 퍼뜨려 적을 이간하려는 계책이다.[2] 같은 시기를 다룬 오극성(吳克成)의 《문월당집(問月堂集)》 〈임진일기〉와 김면(金沔)의 《송암유고(松菴遺稿)》 〈창의사적〉에도 이 말이 보이지만, 두 책은 후대에 엮은 문집이다.[3]

정묘호란과 기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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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조 5년(1627) 정묘호란 뒤 인조는 비망기에서 “종실은 모두 나라와 기쁨과 근심을 함께할 사람인데, 난리를 당해 임금을 버리고 각자 살기를 도모했으니 죄가 작지 않다(臨亂遺君,各自圖生,罪實非細)”고 하면서도, 녹봉을 세 번이나 받지 못해 굶주릴 것을 딱하게 여겨 죄를 씻어 주었다.[4]
  • 순조 9년(1809) 광주 목사 송지겸 등은 호남의 흉년을 아뢰며 “처음에는 나물을 캐고 뿌리를 캐어 목숨을 잇다가 이제는 마을을 떠나 각자 살 길을 찾는다. 어미는 자식을 버리고 지아비는 아내와 헤어진다(今焉離井去里,各自圖生。母棄其子,夫訣其妻)”고 적었다.[5]
  • 고종 3년(1866) 경상 좌도의 조운선이 침몰하자 선혜청은 “밤에 가볍게 배를 몰다가 얕은 곳에 걸리자 각자 살 길을 찾았으니(及其掛塍,各自圖生), 간사한 속셈이 없었다면 어찌 이럴 수 있겠는가”라며 뱃사람들을 엄히 조사하자고 아뢰었다.[6]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모두 4건이 있고, 《승정원일기》에는 인조 5년(1627)부터 고종 대까지 20여 건이 보인다. 대부분 영조·정조 대의 기근과 형사 사건 기록이다.[7] 정약용의 《흠흠신서(欽欽新書)》에 실린 옥사 판례에는 공범들이 “서로 떠넘기며 각자 살기를 꾀한다(互相推諉,各自圖生)”는 구절이 있다. 곧 조선 문헌에서는 백성이 흩어지는 참상뿐 아니라, 공범이 서로에게 죄를 미루는 모습을 가리킬 때도 이 말을 썼다.[8]

중국 문헌에서는 청말 소설 《홍수전연의(洪秀全演義)》에 “여러분이 일이 어렵다고 보면 각자 살 길을 찾아(請各自圖生) 따로 공을 세우라”는 대사가 보이는 정도이고, 비슷한 뜻으로는 ‘각자위모(各自爲謀)’ 같은 표현을 쓴다. 《성어전》은 ‘각자위정(各自為政)’을 “각자 자기 주장대로 일을 하고 전체를 돌보지 않음”으로 풀고, 참고 어휘로 송나라 이구(李覯)의 글에 나오는 ‘각자위모’를 든다.[9]

조선 문헌 속의 옛말이던 ‘각자도생’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무렵부터 국가의 재난 대응과 사회 안전망을 비판하는 말로 언론과 칼럼에 자주 등장했다. 예를 들어 세월호 참사 직후 서울신문 논설실장 구본영은 “각자도생을 권하는 나라는 1인당 소득 3만 달러를 일군들 문명국이라고 할 수 없다”고 썼다.[10]

조선 문헌의 각자도생이 전쟁·기근처럼 눈앞의 생존 위기에서 흩어지는 장면을 묘사한 말이었다면, 오늘날의 각자도생은 제도와 공동체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사회 비판의 뜻을 강하게 띤다.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各 각 각각 저마다
自 자 스스로 스스로
圖 도 그림, 꾀하다 꾀하다, 도모하다
生 생 살다 살 길

‘각자’를 ‘各者’로 적는 경우가 있으나 표준 표기는 ‘各自’이다. 위의 2014년 칼럼도 ‘各者圖生’으로 적었다.

  • 공동 대응 체계 없이 기업마다 각자도생으로 랜섬웨어에 대응하다 보니 같은 공격에 여러 회사가 잇달아 당했다.
  • 사내 표준 없이 팀마다 각자도생으로 인증 모듈을 만들어 쓰는 바람에 취약점 패치를 열 군데나 해야 했다.
  • 재난이 닥칠 때마다 각자도생하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안전망을 갖춰야 한다.
  • 의료인류학자 송병기는 2023년 책 《각자도사 사회》에서 ‘각자도생’을 비튼 ‘각자도사(各自圖死)’라는 말을 써, 돌봄과 생애 말기 의료의 공백 속에서 죽음마저 각자 알아서 감당해야 하는 현실을 비판했다.[11]

유의어와 관련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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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자위정(各自爲政): 저마다 자기 주장대로 하고 전체를 돌보지 않음. 《좌전》에서 나온 중국 성어.
  • 사분오열(四分五裂): 여러 갈래로 갈기갈기 찢어짐.
  • 십시일반(十匙一飯): 여럿이 조금씩 힘을 합해 한 사람을 도움. 반대 방향의 말.
  • 동고동락(同苦同樂): 괴로움과 즐거움을 함께함. 반대 방향의 말.
  1.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각자도생”,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A%B0%81%EC%9E%90%EB%8F%84%EC%83%9D, 확인날짜=2026-09-27.
  2. ↑ 2.0 2.1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선조실록》 55권, 선조 27년 9월 6일 신사 5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na_12709006_005, 확인날짜=2026-09-27.
  3. ↑ 한국고전종합DB 문집 원문 검색 “各自圖生”,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09-27.
  4.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인조실록》 17권, 인조 5년 10월 4일 정유 4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pa_10510004_004, 확인날짜=2026-09-27.
  5.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순조실록》 12권, 순조 9년 12월 4일 기축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wa_10912004_001, 확인날짜=2026-09-27.
  6.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고종실록》 3권, 고종 3년 7월 12일 무진 4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za_10307012_004, 확인날짜=2026-09-27.
  7. ↑ 국사편찬위원회 승정원일기 검색 “各自圖生”, https://sjw.history.go.kr/, 확인날짜=2026-09-27.
  8. ↑ 정약용, 《흠흠신서》 ‘수종지별(首從之別) 4’, 《여유당전서》 제5집 권34,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597A_1390_010_0050, 확인날짜=2026-09-27.
  9.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各自為政”,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811, 확인날짜=2026-09-27.
  10. ↑ 구본영, “[구본영 칼럼] ‘각자도생하는 나라’로는 안 된다”, 서울신문, 2014-05-01, https://www.seoul.co.kr/news/editOpinion/column/koo/2014/05/01/20140501023012, 확인날짜=2026-09-27.
  11. ↑ 송병기, 《각자도사 사회》, 어크로스, 2023, 알라딘 도서 정보,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0812101, 확인날짜=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