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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국지색(傾國之色)은 임금이 혹하여 나라가 기울어져도 모를 만큼 뛰어나게 아름다운 여인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 ‘경국(傾國)’, ‘경성(傾城)’, ‘경성지색(傾城之色)’이라고도 한다.[1]

글자 그대로는 ‘나라를 기울게 하는 미모’라는 뜻이다. 여기서 ‘色(색)’은 미인 자체가 아니라 얼굴빛, 곧 미모를 가리킨다. 뛰어난 미인을 칭송하는 말로 쓰이지만, 그 바탕에는 군주가 미색에 빠져 나라를 망친다는 경계의 뜻이 깔려 있다.

중국어에서는 같은 뜻으로 ‘경국경성(傾國傾城)’, ‘국색천향(國色天香)’ 등을 주로 쓰며,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도 ‘傾國傾城’을 표제어로 올린다.[2] 일본어에서는 ‘傾国(けいこく)’, ‘傾城(けいせい)’이 절세의 미녀를 뜻하다가 뒤에는 유녀(遊女)의 별칭으로도 쓰였다(아래 ‘다른 언어의 표현’ 참고).

이연년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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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漢書)》 권97 상 〈외척전 상(外戚傳上)〉의 효무 이부인(孝武李夫人) 대목에 나온다.[3]

孝武李夫人,本以倡進。初,夫人兄延年性知音,善歌舞,武帝愛之。每為新聲變曲,聞者莫不感動。延年侍上起舞,歌曰:「北方有佳人,絕世而獨立,一顧傾人城,再顧傾人國。寧不知傾城與傾國,佳人難再得!」上嘆息曰:「善!世豈有此人乎?」平陽主因言延年有女弟,上乃召見之,實妙麗善舞。由是得幸,生一男,是為昌邑哀王。

한 무제(漢武帝)의 이부인은 본래 가무를 하는 광대 집안 출신으로 궁에 들어왔다. 그의 오빠 이연년(李延年)은 음률에 밝고 노래와 춤에 뛰어나 무제의 사랑을 받았는데, 어느 날 무제를 모시고 춤을 추며 이렇게 노래했다. “북방에 아름다운 사람이 있어, 세상에 견줄 이 없이 홀로 서 있네. 한 번 돌아보면 남의 성이 기울고, 두 번 돌아보면 남의 나라가 기우네. 성이 기울고 나라가 기우는 줄 어찌 모르랴마는, 아름다운 사람은 다시 얻기 어렵다네.” 무제가 “좋구나. 세상에 정말 그런 사람이 있겠는가” 하고 탄식하자, 평양공주(平陽公主)가 이연년에게 누이동생이 있다고 알려 주었다. 무제가 불러 보니 과연 아름답고 춤을 잘 추어 총애를 받았고, 아들 창읍애왕(昌邑哀王)을 낳았다.

이부인은 젊어서 병으로 죽었다. 병이 깊었을 때 무제가 찾아와 얼굴을 보여 달라고 거듭 청했지만 이부인은 이불을 뒤집어쓴 채 끝내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까닭을 묻는 자매들에게 그는 “얼굴빛으로 남을 섬기는 사람은 얼굴빛이 시들면 사랑이 식고, 사랑이 식으면 은혜가 끊어진다(夫以色事人者,色衰而愛弛,愛弛則恩絕)”며, 망가진 모습을 보이면 무제가 형제들을 돌보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무제는 이부인이 죽은 뒤 황후의 예로 장사 지내고 그 형 이광리(李廣利)를 이사장군(貳師將軍)으로, 이연년을 협률도위(協律都尉)로 삼았다.[3]

‘경성’의 더 이른 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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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을 기울게 한다’는 표현은 이보다 앞서 《시경(詩經)》 〈대아(大雅)·첨앙(瞻卬)〉의 “슬기로운 남자는 성을 쌓고, 슬기로운 여자는 성을 기울게 한다(哲夫成城,哲婦傾城)”에 보인다. 《성어전》은 이 ‘경성’이 본래 ‘나라를 뒤엎는다’는 나쁜 뜻이었고, 뒤에 ‘傾國傾城’이 오로지 여인의 아름다움을 형용하는 말로 바뀌었다고 설명한다.[2] 《성어전》은 ‘傾國傾城’의 어원으로 후한 원강(袁康)의 《월절서(越絕書)》를 들면서 이연년의 노래를 참고 자료로 함께 싣는다.

네 글자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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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傾國之色’이라는 네 글자는 《삼국지(三國志)》 권10 〈순욱전(荀彧傳)〉에 배송지(裴松之)가 붙인 주석이 인용한 하소(何劭)의 〈순찬전(荀粲傳)〉에 보인다. 아내를 잃은 순찬(荀粲)에게 부하(傅嘏)가 “재주는 버리고 미색만 취해 장가들었으니 다시 얻기 쉬울 텐데 어찌 이리 슬퍼하느냐”고 묻자, 순찬은 “아름다운 사람은 다시 얻기 어렵다(佳人難再得). 떠난 이가 나라를 기울게 할 만한 미모(傾國之色)는 아니었지만, 쉽게 만날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답했다. 순찬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한 해 남짓 뒤에 스물아홉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4] 이연년 노래의 “佳人難再得”을 그대로 빌린 말이다.

‘傾城之色’도 비슷한 시기의 민홍(閔鴻) 〈부용부(芙蓉賦)〉, 부현(傅玄)의 《부자(傅子)》 등에 보인다.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제33회에서 조비(曹丕)가 원희(袁熙)의 아내 견씨(甄氏)의 얼굴을 소매로 닦아 보고 “옥 같은 살결에 꽃 같은 얼굴로 경국지색이 있었다(玉肌花貌,有傾國之色)”고 한 대목이 유명하다.[5]

한국 문헌의 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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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傾國之色’이 나오지 않고 ‘傾城’이 몇 차례 보인다. 조선 후기 이이순(李頤淳)이 젊은 시절 꽃을 의인화해 지은 가전(假傳) 〈화왕전(花王傳)〉에는 꽃의 임금이 “해당화에게 경국지색이 있다(海棠有傾國之色)”는 말을 듣고 나비를 사신으로 보내 맞아들였다가 대나무의 간언을 듣지 않는 대목이 있다.[6]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傾 경 기울다 기울게 하다, 뒤엎다
國 국 나라 나라
之 지 ~의 앞말이 뒷말을 꾸미게 함
色 색 빛, 얼굴빛 미모

다른 언어의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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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어: ‘傾國傾城’, ‘傾城傾國’, ‘國色天香’, ‘沉魚落雁’, ‘閉月羞花’ 등을 쓴다. 《성어전》은 남조 진(陳) 서릉(徐陵)의 〈옥대신영서(玉臺新詠序)〉 “참으로 나라와 성을 기울게 하니 짝할 이가 없다(真可謂傾國傾城,無對無雙者也)” 등을 용례로 든다.[2] 당나라 백거이(白居易)의 〈장한가(長恨歌)〉 첫 구 “한나라 황제는 미색을 중히 여겨 경국을 그리워했다(漢皇重色思傾國)”에서 ‘경국’은 양귀비를 가리킨다.
  • 일본어: 《일본국어대사전》에 따르면 ‘傾城(けいせい)’은 ①미인의 색향에 빠져 나라를 기울게 함, ②미인, ③유녀(遊女)의 뜻이 있으며, 근세에는 특히 다유(太夫) 같은 상급 유녀를 가리켰다. ‘傾国(けいこく)’도 미인, 유녀, 유곽의 뜻으로 쓰였다.[7][8] 가부키에는 상급 유녀의 풍속을 그린 ‘게이세이(傾城)’ 무용 계열이 따로 있다.
  • 옛 소설에는 경국지색의 미인이 나라를 어지럽히는 이야기가 되풀이해 나온다.
  • 그 배우는 젊은 시절 경국지색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영화 《십면매복(十面埋伏)》(2004, 한국 개봉명 《연인》)에서 장쯔이(章子怡)가 이연년의 이 노래를 가사로 한 주제곡 〈가인곡(佳人曲)〉을 직접 불렀다.[9]

유의어와 관련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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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성지색(傾城之色), 경국(傾國), 경성(傾城): 같은 뜻이다.
  • 절세가인(絕世佳人): 세상에 견줄 만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뛰어나게 아름다운 여인. 이연년 노래의 “絕世而獨立”과 통한다.
  • 침어낙안(沈魚落雁), 폐월수화(閉月羞花): 여인의 아름다운 용모를 이르는 말.
  • 화용월태(花容月態):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과 맵시.
  • 국색(國色): 나라 안에서 으뜸가는 미인.
  1.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경국지색”,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A%B2%BD%EA%B5%AD%EC%A7%80%EC%83%89, 확인날짜=2026-09-27.
  2. ↑ 2.0 2.1 2.2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傾國傾城”,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509, 확인날짜=2026-09-27.
  3. ↑ 3.0 3.1 반고(班固), 《한서》 권97 상 〈외척전 상〉 효무이부인.
  4. ↑ 진수(陳壽), 《삼국지》 권10 〈위서·순욱전〉 배송지 주 인용 하소(何劭) 〈순찬전(荀粲傳)〉.
  5. ↑ 나관중, 《삼국지연의》 제33회.
  6.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이이순, 《후계집(後溪集)》 권6 〈화왕전(花王傳)〉.
  7. ↑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일본대백과전서(日本大百科全書)》, “傾城”,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82%BE%E5%9F%8E, 확인날짜=2026-09-27.
  8. ↑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 “傾国”,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82%BE%E5%9B%BD, 확인날짜=2026-09-27.
  9. ↑ “十面埋伏 (电影原声带)”, 더우반 음악(豆瓣音乐), https://music.douban.com/subject/1754643/, 확인날짜=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