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사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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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사일생(九死一生)은 아홉 번 죽을 뻔하다가 한 번 살아난다는 뜻으로, 죽을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기고 겨우 살아남음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 ‘백사일생(百死一生)’이라고도 한다.[1]
사고나 전쟁, 큰 병처럼 목숨이 걸린 위기에서 가까스로 살아났을 때 쓰며,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는 형태가 가장 흔하다. 비유적으로는 회사나 팀이 무너지기 직전에서 간신히 되살아난 경우에도 쓴다.
‘九’는 정확한 횟수가 아니라 ‘수의 끝’, 곧 아주 많음을 나타낸다.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은 이 말을 “극히 큰 위험을 겪고 요행히 살아남음”으로 풀이하고, 열에 아홉은 죽는다는 뜻으로 살아남는 사람이 매우 적음을 비유하거나 목숨이 꺼져 가는 상태를 가리키는 데도 쓴다고 설명한다.[2] 일본어에서도 ‘九死一生(きゅうしいっしょう)’라고 하며, 흔히 “九死に一生を得る(구사에 일생을 얻다)”라는 관용구로 쓴다.[3]
이 말의 뿌리로는 전국 시대 초나라 굴원(屈原)의 〈이소(離騷)〉가 꼽힌다.[4]
亦余心之所善兮,雖九死其猶未悔。
“이것이 내 마음이 좋아하는 바이니, 아홉 번 죽는다 해도 오히려 뉘우치지 않으리.” 앞에서 굴원은 백성의 삶이 고달픔을 슬퍼하고, 아름다운 덕을 닦았건만 아침에 간하면 저녁에 쫓겨났다고 한탄한다. 충정을 지키다 쫓겨난 굴원이 몇 번을 죽더라도 뜻을 굽히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대목이다.
후한의 왕일(王逸)은 이 구절을 “허물을 입어 몸이 찢기어 아홉 번 죽더라도 끝내 뉘우치지 않는다”고 풀었고, 당나라 오신주(五臣注)의 유량(劉良)은 “九는 수의 끝이다. 충성과 믿음, 곧음과 깨끗함은 내 마음이 좋아하는 바이니, 이 때문에 해를 입어 아홉 번 죽고 한 번도 살지 못하더라도 뉘우치고 한할 것이 없다(雖九死無一生,未足悔恨)”고 풀었다.[5] 《성어전》은 ‘구사일생’이 이 유량의 주석에서 나왔을 수 있다고 본다(語或本).[2]
나무위키 등에는 〈이소〉의 구절이 ‘雖九死猶未其悔’로 소개된 경우가 있으나, 원문은 ‘雖九死其猶未悔(수구사기유미회)’이다.[4]
굴원과 유량의 글에서 ‘九死’는 ‘몇 번을 죽는다 해도’라는 결의의 표현이었다. 네 글자 ‘九死一生’은 당나라 이교(李嶠)가 어사대부 누사덕(婁師德)을 대신해 지은 표(表)에 이미 보인다. 전쟁에 나서는 누사덕이 비단을 하사받고 올린 감사의 글로, “일곱 번 사로잡고 세 번 이기는 일은 참으로 바라는 바이니, 열에 아홉은 죽고 하나만 사는 곳이라 한들 어찌 뒤를 돌아보겠습니까(七擒三捷,誠所庶幾;九死一生,豈當還顧)”라고 했다.[6] 여기서 구사일생은 ‘살아 돌아오기 어려운 위험한 곳’을 뜻한다.
이후 원나라 잡극과 명청 소설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겨우 살아남음’이라는 오늘날의 뜻으로 널리 쓰였다. 《성어전》은 원나라 왕중문(王仲文)의 《구효자(救孝子)》, 《설악전전(說岳全傳)》, 《경화연(鏡花緣)》, 《이십년목도지괴현상(二十年目睹之怪現狀)》 등을 용례로 든다.[2] 청말 오견인(吳趼人)의 소설 《이십년목도지괴현상》은 화자의 이름을 아예 ‘구사일생(九死一生)’으로 삼아, 스무 해 동안 온갖 괴물 같은 세태를 피해 살아남았으니 구사일생이 아니냐고 말한다.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세 차례 나온다.
- 성종 20년(1489) 쓰시마 도주 소 사다쿠니(宗貞國)가 보낸 서계에는 사신 조국차(助國次)가 병이 나 서울에 이르지 못하고 돌아오다가 “구사일생했다(九死一生)”는 말이 있다.[7]
- 선조 26년(1593) 임진왜란 중 조선에 와 있던 명나라 관원이 보낸 글에는 “일곱 달 동안 겪은 온갖 고생은 붓으로 다 쓸 수 없고, 구사일생한 일은 여러 사람이 보고 들은 바이다(萬苦千辛,誠非筆墨所能述,九死一生,諒有耳目以習聞)”라는 구절이 있다.[8]
- 인조 24년(1646) 좌의정에 임명된 김상헌(金尙憲)은 사직 상소에서 “나이가 여든에 가깝고 여러 번 환란을 겪어 구사일생하였으니 정력이 이미 다했다(屢經患亂,九死一生,精力已竭)”고 했다.[9] 병자호란 뒤 척화파로 청나라 심양(瀋陽)에 끌려가 억류되었다 돌아온 그의 처지를 담은 말이다.
| 한자 | 음 | 기본 의미 | 성어 안의 의미 |
|---|---|---|---|
| 九 | 구 | 아홉 | 아홉, 많음 |
| 死 | 사 | 죽다 | 죽을 고비 |
| 一 | 일 | 하나 | 한 번 |
| 生 | 생 | 살다 | 살아남음 |
- 데이터 센터 화재 때 백업 서버가 살아남아 서비스는 구사일생으로 복구되었다.
- 그는 조난 사흘 만에 구조되어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구사일생”,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A%B5%AC%EC%82%AC%EC%9D%BC%EC%83%9D, 확인날짜=2026-09-27.
- ↑ 2.0 2.1 2.2 2.3 2.4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九死一生”,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446, 확인날짜=2026-09-27.
- ↑ 3.0 3.1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사자숙어를 아는 사전(四字熟語を知る辞典)》, “九死一生”,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4%B9%9D%E6%AD%BB%E4%B8%80%E7%94%9F, 확인날짜=2026-09-27.
- ↑ 4.0 4.1 굴원(屈原), 〈이소(離騷)〉, 《초사(楚辭)》 권1.
- ↑ 《육신주문선(六臣註文選)》 권32 〈이소〉 왕일·유량 주.
- ↑ 이교(李嶠), 〈위어사대부누사덕사사잡채표(為御史大夫婁師德謝賜雜彩表)〉, 《전당문(全唐文)》 권246.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성종실록》 233권, 성종 20년 10월 16일 경자 2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ia_12010016_002, 확인날짜=2026-09-27.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선조실록》 40권, 선조 26년 7월 14일 병인 9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na_12607014_009, 확인날짜=2026-09-27.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인조실록》 47권, 인조 24년 4월 2일 무인 5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pa_12404002_005, 확인날짜=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