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란지교
더 많은 작업
금란지교(金蘭之交)는 친구 사이의 매우 두터운 정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 ‘금란지계(金蘭之契)’, ‘금란지의(金蘭之誼)’라고도 한다.[1][2]
《주역(周易)》 〈계사전 상(繫辭傳上)〉에서 나온 말이다. 동인괘(同人卦)의 효사 “동인은 먼저 울부짖다가 뒤에 웃는다(同人,先號咷而後笑)”를 풀이하며 공자가 한 말로 실려 있다.[5]
子曰:「君子之道,或出或處,或默或語。二人同心,其利斷金。同心之言,其臭如蘭。」
“군자의 도는 나아가 벼슬하기도 하고 물러나 머물기도 하며, 침묵하기도 하고 말하기도 한다. 두 사람이 마음을 같이하면 그 날카로움이 쇠를 끊고, 마음을 같이하는 말은 그 향기가 난초와 같다.” 여기서 ‘쇠를 끊는다(斷金)’와 ‘난초 같은 향기(如蘭)’를 한 글자씩 따서 ‘금란’이 되었다. 같은 구절에서 ‘단금지교(斷金之交)’라는 말도 나왔다.[6]
‘금란’을 우정의 대명사로 쓴 이른 예로 《세설신어(世說新語)》 〈현원(賢媛)〉의 이야기가 있다.[7]
山公與嵇、阮一面,契若金蘭。
죽림칠현의 한 사람인 산도(山濤)는 혜강(嵇康)·완적(阮籍)과 한 번 만나자마자 금란처럼 뜻이 맞았다. 아내 한씨(韓氏)가 남편이 두 사람을 여느 벗과 다르게 대하는 것을 보고 까닭을 묻자, 산도는 “내가 지금 벗으로 삼을 만한 사람은 이 두 사람뿐”이라고 했다. 한씨는 두 사람이 찾아온 날 묵어 가게 하고 술과 고기를 차린 뒤, 밤에 담에 구멍을 뚫고 엿보다가 날이 새는 줄도 몰랐다. 산도가 “어떻더냐” 하고 묻자 한씨는 “당신의 재주는 그들에게 한참 못 미치니, 식견과 도량으로 벗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고, 산도는 “그들도 늘 내 도량이 낫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성어전》은 이 구절에서 나온 ‘계약금란(契若金蘭)’, 명나라 왕정눌(汪廷訥)의 희곡 《사후기(獅吼記)》에 보이는 ‘계합금란(契合金蘭)’을 같은 계열의 말로 싣는다.[8][9]
‘금란의 우호를 맺는다’는 표현은 삼국시대 기록에도 보인다. 《태평어람(太平御覽)》 권407이 인용한 《오록(吳錄)》에는 오나라의 장온(張溫)이 촉에 사신으로 가서 제갈량과 “금란의 우호를 맺었다(結金蘭之好)”고 적혀 있다.[10]
중국에서는 ‘금란’이 점차 결의형제(結義兄弟)의 뜻으로도 쓰였다. 《성어전》은 ‘의결금란(義結金蘭)’을 ‘우정이 굳고 서로 뜻이 맞음’을 비유하는 말로 풀면서 《주역》 계사전을 말뿌리로 든다.[11] 또 결의형제가 서로의 족보를 적어 주고받는 문서를 ‘금란부(金蘭簿)’ 또는 ‘난보(蘭譜)’, ‘금란보(金蘭譜)’라 했는데, 당나라 풍지(馮贄)의 《운선잡기(雲仙雜記)》 권5에는 대홍정(戴弘正)이 가까운 벗을 한 사람 얻을 때마다 이름을 적고 조상께 향을 올려 고하며 이를 ‘금란부’라 불렀다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12]
여성들 사이의 결의에도 이 말이 쓰였다. 청나라 말부터 광둥성 순더(順德) 일대에서는 평생 시집가지 않겠다고 맹세한 ‘자소녀(自梳女)’들이 둘씩 ‘금란계(金蘭契)’를 맺어 서로 의지해 사는 풍속이 있었다.[13]
조선 문인들은 ‘金蘭之契’를 더 즐겨 썼고, ‘金蘭之交’도 함께 썼다. 이준(李埈)은 사돈을 맺는 편지에서 “일찍이 금란지교를 맺었는데, 이제 외람되이 사돈의 부탁까지 받았다(夙締金蘭之交……猥荷絲蘿之託)”고 적었다.[14] 윤행임(尹行恁)은 《주역》 계사전을 풀이하면서, 시대는 달라도 도가 같은 우(禹)와 안회(顔回)는 ‘시대를 달리한 금란지계’이고, 같은 시대에 뜻을 함께한 범식·장소, 관중·포숙은 ‘같은 세상의 금란지교’라고 구분했다.[15]
일본에서는 8세기 한시집 《가이후소(懷風藻)》(751)에 실린 나가야노오키미(長屋王)의 시 〈어보택연신라객(於寶宅宴新羅客)〉에 “금란의 즐거움을 아끼니, 풍월의 자리가 싫증 나지 않는다(有愛金蘭賞,無疲風月筵)”는 구절이 있어, 《일본국어대사전》은 이를 ‘금란’의 첫 용례로 든다.[16] 신라 사신을 맞는 잔치에서 읊은 시이다. ‘金蘭の交わり’의 용례로는 후쿠자와 유키치의 《서양사정(西洋事情)》(1866~1870)이 들어져 있다.[17]
| 한자 | 음 | 기본 의미 | 성어 안의 의미 |
|---|---|---|---|
| 金 | 금 | 쇠, 금 | 쇠를 끊을 만큼 굳은 마음 (斷金) |
| 蘭 | 란 | 난초 | 난초 같은 향기 (如蘭) |
| 之 | 지 | ~의 | 앞말이 뒷말을 꾸미게 함 |
| 交 | 교 | 사귀다 | 사귐, 교분 |
- 두 사람은 같은 스타트업에서 밤새 장애를 함께 막아 낸 뒤로 금란지교를 맺었다.
- 그들은 대학 시절부터 금란지교를 나눈 사이라, 서로의 결혼식 사회를 봐 주었다.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금란지교”,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A%B8%88%EB%9E%80%EC%A7%80%EA%B5%90, 확인날짜=2026-09-26.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금란지계”,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A%B8%88%EB%9E%80%EC%A7%80%EA%B3%84, 확인날짜=2026-09-26.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금란”,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A%B8%88%EB%9E%80, 확인날짜=2026-09-26.
-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金蘭之交”,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9130, 확인날짜=2026-09-26.
- ↑ 《주역》 〈계사 상(繫辭上)〉.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단금”,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8B%A8%EA%B8%88, 확인날짜=2026-09-26.
- ↑ 유의경(劉義慶), 《세설신어》 〈현원(賢媛)〉.
-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契若金蘭”,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1837, 확인날짜=2026-09-26.
-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契合金蘭”,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23128, 확인날짜=2026-09-26.
- ↑ 《태평어람(太平御覽)》 권407 〈인사부(人事部) 48 교우(交友) 2〉 인용 《오록(吳錄)》. 통행본 《태평어람》에는 ‘諸葛全’으로 되어 있으나, 《삼국지보주(三國志補註)》 권6과 《천중기(天中記)》 권20은 같은 글을 ‘諸葛亮’으로 인용한다.
-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義結金蘭”,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8107, 확인날짜=2026-09-26.
-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金蘭簿”,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4698, 확인날짜=2026-09-26.
- ↑ 순더 도서관(順德圖書館), “走進順德·自梳女”, https://www.sdlib.com.cn/home/article/detail/id/797.html, 확인날짜=2026-09-27.
- ↑ 이준(李埈), 《창석집(蒼石集)》 속집 권6 〈조안중계(趙安仲啓)〉.
- ↑ 윤행임(尹行恁), 《석재고(碩齋稿)》 별고 권8 〈계사전(繫辭傳)〉.
- ↑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金蘭”,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9%87%91%E8%98%AD, 확인날짜=2026-09-26.
- ↑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金蘭の交わり”,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9%87%91%E8%98%AD%E3%81%AE%E4%BA%A4%E3%82%8F%E3%82%8A, 확인날짜=2026-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