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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龍頭蛇尾)는 용의 머리와 뱀의 꼬리라는 뜻으로, 처음은 왕성하나 끝이 부진한 현상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1] 당나라 말부터 오대에 걸친 선승(禪僧)들의 문답에서 쓰이기 시작한 말이다.

시작할 때는 요란하고 거창했으나 갈수록 흐지부지되어 보잘것없이 끝나는 일을 꼬집을 때 쓴다. 계획, 사업, 행사, 작품의 결말 등에 두루 쓰며, “용두사미로 끝났다”,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처럼 쓴다.

중국어에서도 ‘龍頭蛇尾(龙头蛇尾)’라고 하지만, 같은 뜻으로 ‘호두사미(虎頭蛇尾)’도 널리 쓴다.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은 두 말을 모두 싣고, ‘호두사미’는 원나라 강진지(康進之)의 잡극 《이규부형(李逵負荊)》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2] 일본어에서는 ‘竜頭蛇尾(りゅうとうだび)’라고 한다.[3]

이 말은 선종의 어록과 전등록(傳燈錄)에 매우 많이 나온다. 선사가 제자나 찾아온 승려의 기량을 시험할 때, 처음에는 그럴듯한 기세를 보이다가 끝에 가서 밑천이 드러나는 사람을 두고 “용두사미”라고 했다.

현재 전하는 문헌 가운데 이른 것으로는 952년에 엮인 《조당집(祖堂集)》과 1004년에 엮인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이 있다. 두 책에는 당말·오대 선승들이 이 말을 쓴 장면이 여러 번 실려 있다. 예를 들어 설봉 의존(雪峯義存)의 제자 장경 혜릉(長慶慧稜, 854~932)은 선(詵)이라는 승려에게 설봉산에 가 보았느냐고 묻고, 그가 가지 않은 까닭을 “본분사가 있어서”라고 하자 그 본분사가 무엇이냐고 다그쳤다.

詵乃提起衲衣角。師曰。為當只遮箇別更有。曰上座見什麼。師曰。何得龍頭蛇尾。

[4]

“선이 가사 자락을 들어 보이자 장경이 ‘그것뿐인가, 따로 또 있는가?’ 하고 물었다. 선이 ‘스님은 무엇을 보셨습니까?’ 하자 장경은 ‘어째서 용두사미인가?’ 했다.” 가사 자락을 들어 보인 첫 동작은 그럴듯했으나 뒤를 잇지 못한 것을 꼬집은 말이다. 《조당집》 권10에도 같은 문답이 글자만 조금 달리하여 실려 있다.

운문종을 연 운문 문언(雲門文偃, 864~949)의 어록에도 옛 공안을 들고 “용두사미”라고 평한 대목이 있다.[5] 설봉 의존이 육조 혜능의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라는 말을 들고 “대단한 조사께서 용두사미로다”라고 했다는 이야기는 《오등회원(五燈會元)》 권7에 나오는데, 《경덕전등록》 권16의 본문에는 ‘龍頭蛇足(용의 머리에 뱀의 발)’으로 되어 있고 뒤에 붙은 운거 청석(雲居淸錫)의 평에서 ‘龍頭蛇尾’라고 받는다.[6]

《벽암록》 제10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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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흔히 이 말의 출전으로 소개되는 것은 송나라 원오 극근(圜悟克勤)이 설두 중현(雪竇重顯)의 송고(頌古)에 평을 붙여 1125년 무렵 간행된 《벽암록(碧巖錄)》 제10칙이다.[3] 목주(睦州)의 진존숙(陳尊宿)이 찾아온 승려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묻자 승려가 대뜸 할(喝)을 하고, 진존숙이 “노승이 네게 한 번 할을 당했구나” 하자 다시 할을 한다. 진존숙이 “세 번 네 번 할을 한 뒤에는 어쩔 테냐?” 하고 묻자 승려는 말이 없었고, 진존숙은 그를 치며 “이 허풍쟁이 같으니(這掠虛頭漢)”라고 했다.

僧又喝(看取頭角。似則似。是則未是。只恐龍頭蛇尾)州云。三喝四喝後作麼生(逆水之波。未曾有一人出得頭。入那裏去)僧無語(果然摸索不著)

[7]

괄호 안은 원오가 붙인 착어(著語)이다. 두 번째 할에 대해 원오는 “머리에 뿔이 났는지 보라. 비슷하기는 하나 옳지는 않다. 용두사미가 될까 두렵다”고 했고, 평창(評唱)에서도 “이 승려도 제법 다듬었으나 용두사미인 것을 어찌하랴(這僧也善雕琢。爭奈龍頭蛇尾)”라고 했다.[7] 원오는 《벽암록》 곳곳에서 이 말을 착어로 즐겨 썼다.

한국의 여러 매체에서는 이 이야기를 진존숙이 승려에게 직접 “용의 머리를 닮았지만 뱀의 꼬리일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소개하곤 하지만, 원문에서 ‘용두사미’는 진존숙의 말이 아니라 원오가 붙인 논평이다. 또 앞서 본 것처럼 이 말은 《벽암록》보다 한 세기 이상 앞선 선종 문헌에 이미 여러 번 나온다.

《주자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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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 밖에서도 송나라 때부터 쓰였다. 《성어전》은 남송 주희(朱熹)의 말을 제자들이 엮은 《주자어류(朱子語類)》 권130의 한 대목을 들어 이 말을 풀이한다.[8] 주희는 소식(蘇軾)이 타고난 자질은 뛰어나지만 글 중간중간에 빈틈이 드러난다고 하면서, 소식이 쓴 구양수(歐陽脩) 문집 서문을 예로 들었다.

如作歐公文集序,先說得許多天來底大,恁地好了,到結末處卻只如此,蓋不止龍頭蛇尾矣!

[9]

“이를테면 구양공 문집의 서문을 지을 때, 먼저 하늘만큼 크게 말을 늘어놓아 그렇게 좋더니 끝에 가서는 그저 이 정도이니, 용두사미에 그치지 않는다.” 곧 용두사미보다도 더하다는 비판이다.

나무위키 등에서는 이 대목을 소식의 문장을 칭찬하며 그가 용두사미 같은 글을 쓰지 않았다고 한 말로 풀이하고, 《주자어류》가 이 말의 처음 출전이며 《벽암록》 출전설은 근거가 없다고 소개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원문은 소식의 서문이 끝에 가서 힘이 빠진다고 꼬집은 것이고, 《벽암록》과 그보다 이른 선종 문헌에 이미 이 말이 나온다.

‘龍’과 ‘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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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 적호(翟灝)의 《통속편(通俗編)》 권29는 ‘龍頭蛇尾’ 항목에서 선가에서 이 말을 쓴 예가 매우 많다고 하고, 세속에서 ‘虎頭蛇尾’라고 하는 것은 원나라 강진지의 잡극에서만 보인다고 적었다.[10] 《성어전》은 ‘호두사미’의 비슷한 형태로 ‘호두서미(虎頭鼠尾, 범의 머리에 쥐의 꼬리)’도 들고, 명나라 사진(謝榛)의 《사명시화(四溟詩話)》에서 “율시에 좋은 끝 구절이 없는 것을 호두서미라 한다”고 한 예를 소개한다.[2]

한국 문헌의 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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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문헌에서는 드물게 보인다.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에는 영조 24년(1748) 호서(충청도)의 이지서 등이 연루된 괘서(掛書) 사건을 국문하는 과정에서 이 말이 나온다. 연루자 박철택은 박민추라는 사람에게서 “도선(道詵)의 비기(秘記)에 용두사미라는 말이 있는데, 용두는 무진년 정월이고 사미는 기사년 섣달”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11] 용(辰)의 해인 무진년(1748)에 시작해 뱀(巳)의 해인 기사년(1749)에 끝난다는 뜻으로 성어를 풀어 쓴 참언이다.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영조는 “용두사미라는 것은 무진년 정월과 기사년 섣달을 말하는데, 이제 정월이 이미 지났으니 거꾸로 용미사두(龍尾蛇頭)라 하는 것이니 또한 음흉하다”고 했다.[12]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龍 룡(용) 용 용 (거창한 시작)
頭 두 머리 머리, 처음
蛇 사 뱀 뱀 (초라한 끝)
尾 미 꼬리 꼬리, 끝
  • 대대적으로 발표한 제로 트러스트 전환 사업은 예산이 줄면서 결국 용두사미로 끝났다.
  • 킥오프 미팅만 요란하고 후속 점검이 없으면 보안 캠페인은 용두사미가 되기 쉽다.
  • 초반의 긴장감에 비해 결말이 허무해 용두사미라는 평을 들었다.
  • 블리자드의 게임 《오버워치》(2016)의 하나무라 전장에 ‘龍頭蛇尾’라고 쓴 큰 족자가 걸려 있어, 이것이 시마다 가문의 가훈이냐는 이야기가 한국 게임 커뮤니티에서 한동안 화제가 되었다고 전해진다.[13][14]

유의어와 관련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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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두사미(虎頭蛇尾): 같은 뜻의 말. 중국어에서 널리 쓴다.
  • 유시무종(有始無終): 시작만 있고 끝이 없음. 《성어전》이 가까운 말로 든다.[2]
  •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태산이 울리도록 떠들썩했는데 나온 것은 쥐 한 마리뿐이라는 뜻으로, 요란하기만 하고 결과는 보잘것없음.
  • 작심삼일(作心三日): 단단히 먹은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함.
  • 반대 의미: 유종지미(有終之美): 끝을 잘 맺는 아름다움. 시종일관(始終一貫):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음.
  1.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용두사미”,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A%A9%EB%91%90%EC%82%AC%EB%AF%B8, 확인날짜=2026-09-27.
  2. ↑ 2.0 2.1 2.2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虎頭蛇尾”,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29, 확인날짜=2026-09-27.
  3. ↑ 3.0 3.1 《디지털 다이지센(デジタル大辞泉)》·《사자숙어를 아는 사전(四字熟語を知る辞典)》, “竜頭蛇尾”,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7%AB%9C%E9%A0%AD%E8%9B%87%E5%B0%BE, 확인날짜=2026-09-27.
  4. ↑ 도원(道原),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18 〈장경혜릉선사(長慶慧稜禪師)〉.
  5. ↑ 수견(守堅) 편, 《운문광진선사광록(雲門匡眞禪師廣錄)》 권중.
  6. ↑ 《경덕전등록》 권16 〈설봉의존선사(雪峯義存禪師)〉; 보제(普濟), 《오등회원(五燈會元)》 권7.
  7. ↑ 7.0 7.1 원오 극근(圜悟克勤), 《불과원오선사벽암록(佛果圜悟禪師碧巖錄)》 권1 제10칙.
  8.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龍頭蛇尾”,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9089, 확인날짜=2026-09-27.
  9. ↑ 여정덕(黎靖德) 편, 《주자어류(朱子語類)》 권130 〈본조 4(本朝四)〉.
  10. ↑ 적호(翟灝), 《통속편(通俗編)》 권29.
  11.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영조실록》 67권, 영조 24년 5월 23일 병오 3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ua_12405023_003, 확인날짜=2026-09-27.
  12. ↑ 국사편찬위원회 승정원일기, 영조 24년 5월 21일 갑진, https://sjw.history.go.kr/id/SJW-F24050210-02200, 확인날짜=2026-09-27.
  13. ↑ 참고: “시마다 가문의 가훈은 ‘용두사미’가 아니다!”, 오버워치 인벤 자유게시판, 2016-06-09, https://www.inven.co.kr/board/overwatch/4538/270567, 확인날짜=2026-09-27.
  14. ↑ 참고: “[오버워치] 시마다 가문의 가훈.jpg”, 클리앙 모두의공원,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9211023, 확인날짜=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