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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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탁마(切磋琢磨)는 옥이나 돌 따위를 자르고 갈고 쪼고 닦아서 빛을 낸다는 뜻으로, 부지런히 학문과 덕행을 닦음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 줄여서 ‘절마(切磨)’라고도 한다.[1]
뼈·상아·옥·돌 같은 재료를 다듬는 네 가지 공정을 늘어놓아, 거친 바탕을 공들여 다듬어 쓸모 있는 그릇을 만들듯이 사람도 배우고 닦아야 완성된다는 뜻을 담는다. 한국어 사전은 주로 학문과 덕행을 부지런히 닦는 뜻으로 풀이하지만, 중국어와 일본어에서는 벗이나 동료끼리 서로 따지고 깨우쳐 주며 함께 나아가는 뜻이 두드러진다.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은 “서로 연구하고 토론하여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보완하며 정진함”으로 풀이하고,[2] 일본어 ‘切磋琢磨(せっさたくま)’도 “친구끼리 서로 격려하고 경쟁하며 향상함”의 뜻을 함께 싣는다.[3] 중국어에서는 앞 두 글자만 떼어 ‘切磋(qiēcuō, 서로 의견을 나누며 연구하다)’라는 말로 일상에서 널리 쓴다.
《시경(詩經)》 〈위풍(衛風)·기욱(淇奧)〉의 첫 장에 나온다.[1][4]
瞻彼淇奧,綠竹猗猗。有匪君子,如切如磋,如琢如磨。瑟兮僩兮,赫兮咺兮。有匪君子,終不可諼兮。
“저 기수(淇水) 물굽이를 바라보니 푸른 대나무가 아름답고 무성하다. 빛나는 군자여, 자르는 듯 가는 듯, 쪼는 듯 닦는 듯하다. 엄숙하고 굳세며, 환하고 의젓하구나. 빛나는 군자를 끝내 잊을 수 없도다.” 여기서 ‘匪’는 ‘斐(문채 날 비)’와 통해 문채가 빛나는 모습을 뜻한다.[2] 시는 세 장으로 되어 있고, 둘째 장은 귀막이 옥과 관의 장식을, 셋째 장은 금·주석·규(圭)·벽(璧)을 들어 같은 군자를 기린다.[4]
〈모시서(毛詩序)〉는 이 시가 위(衛)나라 무공(武公)의 덕을 기린 노래라고 설명한다. 무공이 문장을 갖추고 신하들의 간언을 잘 들으며 예로 스스로를 지켰기 때문에 주나라 왕실에 들어가 재상이 되었고, 사람들이 이를 아름답게 여겨 지었다는 것이다.[4] 《성어전》도 이 해석을 따라, 옥공이 재료를 다듬듯 행실을 정밀하게 다듬은 군자를 기린 것으로 풀이한다.[2]
네 글자는 재료마다 다른 가공법을 가리킨다. 《이아(爾雅)》 〈석기(釋器)〉는 “뼈를 다듬는 것을 절(切), 상아를 다듬는 것을 차(磋), 옥을 다듬는 것을 탁(琢), 돌을 다듬는 것을 마(磨)라 한다(骨謂之切,象謂之磋,玉謂之琢,石謂之磨)”고 풀이하고,[5] 후한 왕충(王充)도 《논형(論衡)》 〈양지(量知)〉에서 같은 풀이를 들며 “자르고 갈고 쪼고 닦아야 비로소 보배로운 그릇이 된다(切瑳琢磨,乃成寶器)”고 했다.[2] 이와 달리 남송 주희(朱熹)는 《논어집주(論語集注)》에서 뼈와 뿔을 다루는 사람은 자른 뒤에 다시 갈고, 옥과 돌을 다루는 사람은 쫀 뒤에 다시 닦는다고 풀어, 이미 정밀한 것을 더욱 정밀하게 하는 과정으로 읽었다.[6]
이 구절은 유가 경전에서 수양의 비유로 거듭 인용되면서 성어가 되었다.
《대학(大學)》은 〈기욱〉의 첫 장을 인용한 뒤 “자르는 듯 가는 듯하다는 것은 배움을 말하고, 쪼는 듯 닦는 듯하다는 것은 스스로 닦음을 말한다(如切如磋者,道學也;如琢如磨者,自脩也)”고 풀었다.[7] 앞의 두 글자는 배움, 뒤의 두 글자는 수양으로 나누어 본 것이다.
《논어(論語)》 〈학이(學而)〉에는 공자와 제자 자공(子貢)의 문답으로 나온다.[1]
子貢曰:「貧而無諂,富而無驕,何如?」子曰:「可也。未若貧而樂,富而好禮者也。」子貢曰:「《詩》云:『如切如磋,如琢如磨。』其斯之謂與?」子曰:「賜也,始可與言《詩》已矣!告諸往而知來者。」
자공이 “가난하면서도 아첨하지 않고, 부유하면서도 교만하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하고 묻자, 공자는 “괜찮다. 그러나 가난하면서도 즐거워하고, 부유하면서도 예를 좋아하는 것만은 못하다”고 답했다. 자공이 “《시경》에 ‘자르는 듯 가는 듯, 쪼는 듯 닦는 듯하다’고 한 것이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이겠지요?” 하자, 공자는 “사(賜)야, 이제 비로소 너와 함께 시를 말할 수 있겠구나. 지난 것을 일러 주니 올 것을 아는구나” 하고 기뻐했다.[8] 자공은 이미 괜찮은 경지에 머물지 말고 한 번 더 다듬어야 한다는 공자의 뜻을 〈기욱〉의 구절로 알아들은 것이다. 판본에 따라서는 “貧而樂”이 “貧而樂道”로 되어 있다.[8]
| 한자 | 음 | 기본 의미 | 성어 안의 의미 |
|---|---|---|---|
| 切 | 절 | 끊다, 자르다 | 뼈를 자르다 |
| 磋 | 차 | 갈다 | 상아를 갈다 |
| 琢 | 탁 | 쪼다 | 옥을 쪼아 다듬다 |
| 磨 | 마 | 갈다, 닦다 | 돌을 갈아 윤을 내다 |
- 중국어: ‘切磋琢磨’. 《성어전》은 비슷한 말로 ‘精益求精(정밀한 데서 더욱 정밀함을 구함)’을, 반대말로 ‘獨學孤陋(혼자 배우면 견문이 좁아짐)’를 든다.[2] 일상에서는 ‘切磋’만 떼어 “互相切磋(서로 배우며 겨루다)”처럼 많이 쓴다.
- 일본어: ‘切磋琢磨’. 《일본국어대사전》은 ‘학문·도덕·기예를 닦음’의 뜻으로 사이초(最澄)의 편지 《전교대사소식(伝教大師消息)》(824~831년경)을 첫 용례로 들고, ‘동료끼리 서로 경계하고 격려하며 경쟁하여 향상함’의 뜻으로 《응영본 논어초(応永本論語抄)》(1420)를 든다. 근대 용례로는 나카지마 아쓰시(中島敦)의 〈산월기(山月記)〉(1942)에서 시인 이징(李徵)이 스승을 찾거나 시우(詩友)와 사귀어 절차탁마하기를 피했다고 고백하는 대목이 유명하다.[3]
-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 서로의 코드를 리뷰하며 절차탁마한 덕분에 팀원 모두의 실력이 크게 늘었다.
- 모의 해킹 대회는 공격 팀과 방어 팀이 서로 절차탁마하는 자리이다.
- 그는 수십 년을 절차탁마한 끝에 자기만의 서체를 완성했다.
- 뒤의 두 글자만 딴 ‘탁마(琢磨)’도 옥이나 돌을 쪼고 가는 일, 나아가 학문이나 덕행을 닦는 일을 비유하는 말로 따로 쓰인다.[9]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소리가 같은 ‘절마(切摩)’도 올라 있는데, 이쪽은 옥을 비비며 갈아 빛낸다는 뜻에서 친구 사이에 서로 격려하며 배우고 수양함을 이르는 말로 풀이되어 있다.[10]
- 《예기(禮記)》 〈학기(學記)〉의 “옥은 쪼지 않으면 그릇이 되지 못하고,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도를 알지 못한다(玉不琢,不成器;人不學,不知道)”도 같은 비유로 함께 인용된다. 고려 말 권근(權近)은 석용(石瑢)에게 준 글에서 스스로 옥처럼 되려면 “절차탁마할 뿐(切磋琢磨而已矣)”이라며 이 구절을 이어서 들었다.[11]
- 《조선왕조실록》에서는 서연(書筵)과 경연 관련 기사에 자주 나온다. 태종 6년(1406) 사간원은 세자의 서연관을 학문하는 선비로 채운 것은 “절차탁마하여 그 덕을 이루게 하려는 것(欲其切磋琢磨,以成其德也)”이라고 했다.[12]
- ↑ 1.0 1.1 1.2 1.3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절차탁마”,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A0%88%EC%B0%A8%ED%83%81%EB%A7%88, 확인날짜=2026-09-27.
- ↑ 2.0 2.1 2.2 2.3 2.4 2.5 2.6 2.7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切磋琢磨”,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858, 확인날짜=2026-09-27.
- ↑ 3.0 3.1 《디지털 대사천(デジタル大辞泉)》·《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사자숙어를 아는 사전(四字熟語を知る辞典)》, “切磋琢磨”,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88%87%E7%A3%8B%E7%90%A2%E7%A3%A8, 확인날짜=2026-09-27.
- ↑ 4.0 4.1 4.2 《시경(詩經)》 〈국풍(國風)·위풍(衛風)·기욱(淇奧)〉.
- ↑ 《이아(爾雅)》 〈석기(釋器)〉.
- ↑ 주희(朱熹), 《논어집주(論語集注)》 〈학이(學而)〉.
- ↑ 《대학(大學)》 전(傳) 제3장.
- ↑ 8.0 8.1 《논어(論語)》 〈학이(學而)〉.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탁마”,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D%83%81%EB%A7%88, 확인날짜=2026-09-27.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절마”,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A0%88%EB%A7%88, 확인날짜=2026-09-27.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권근, 《양촌집(陽村集)》 권21 〈성자옥설후(成自玉說後)〉,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036A_0240_010_0070, 확인날짜=2026-09-27.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태종실록》 11권, 태종 6년 6월 7일 을축 2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ca_10606007_002, 확인날짜=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