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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삼모사(朝三暮四)는 간사한 꾀로 남을 속여 희롱함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 중국 송(宋)나라의 저공(狙公)이 원숭이들에게 먹이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 주겠다고 하자 적다고 화를 내더니,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 주겠다고 하자 좋아했다는 이야기에서 나왔다.[1] 한국에서는 결과는 같은데 눈앞의 차이에만 매달리는 어리석음을 가리키는 뜻으로도 널리 쓴다.

한국에서는 이 말이 두 가지 뜻으로 쓰인다.

  1. 잔꾀로 속임: 실제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는데 겉모양만 바꾸어 상대를 만족시키거나 속이는 수법. “조삼모사식 대책”, “조삼모사에 불과한 요금 인하”처럼 정책이나 상술을 비판할 때 쓴다. 표준국어대사전의 뜻풀이는 이쪽이다.[1]
  2. 눈앞의 차이만 봄: 결과가 같다는 것을 모르고 당장 보이는 차이에 기뻐하거나 화내는 어리석음. 속는 쪽(원숭이)에 초점을 맞춘 쓰임이다.

두 뜻은 같은 이야기를 속이는 쪽에서 보느냐 속는 쪽에서 보느냐의 차이이며, 아래와 같이 《장자》와 《열자》가 이 이야기를 서로 다른 교훈으로 풀어낸 것과도 겹친다.

중국어에서는 오늘날 주로 ‘마음이 자꾸 바뀌어 변덕스럽다(反覆無常)’는 뜻으로 쓴다. 대만 교육부 《성어전》은 본래 ‘이름만 바꾸고 실질은 바꾸지 않음’을 비유했는데, 뒤에 ‘마음이 정해지지 않고 이랬다저랬다 함’을 비유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2] 일본어의 ‘朝三暮四(ちょうさんぼし)’는 눈앞의 차이에 사로잡혀 결국 같다는 것을 모르는 것, 교묘한 말로 남을 속이는 것을 뜻하며, 여기서 바뀌어 ‘생계, 살림살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3]

《장자》 〈제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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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에 나온다. 사물을 옳다 그르다 나누는 분별을 넘어서야 한다는 논의 가운데 비유로 든 이야기다.[4]

勞神明爲一而不知其同也,謂之朝三。何謂朝三?曰:狙公賦芧,曰:「朝三而暮四。」衆狙皆怒。曰:「然則朝四而暮三。」衆狙皆悅。名實未虧而喜怒爲用,亦因是也。是以聖人和之以是非而休乎天均,是之謂兩行。

“정신을 수고롭게 하여 한쪽으로 몰아가면서 그것이 본래 같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을 ‘조삼’이라 한다. 무엇을 조삼이라 하는가. 원숭이를 기르는 사람이 도토리를 나누어 주며 ‘아침에 셋, 저녁에 넷’이라고 하자 원숭이들이 모두 성을 냈다. ‘그러면 아침에 넷, 저녁에 셋’이라고 하자 원숭이들이 모두 기뻐했다. 이름으로 보나 실제로 보나 달라진 것이 없는데 기쁨과 성냄이 엇갈렸으니, 이 또한 (원숭이들이 옳다고 여기는 것을) 따른 것이다. 그러므로 성인은 옳고 그름을 조화시키고 하늘의 균형(天均)에 머무니, 이를 ‘양쪽을 다 행함(兩行)’이라 한다.”

《장자》의 초점은 먹이의 총량이 같은데도 아침·저녁의 배분에만 매달린 원숭이들에게 있다. 사람이 저마다 자기 옳음을 고집해 다투는 것이 이와 같다는 것이다. 저공은 원숭이들의 뜻을 따라 줌으로써 다툼을 없앴으니, 옳고 그름에 집착하지 않고 상대에 맞추는 성인의 태도를 빗댄 인물로 읽히기도 한다. 《성어전》은 이 이야기로 사람들이 자기가 옳다고 여기지만 실은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음을 말했다고 설명한다.[2]

《열자》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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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자(列子)》 〈황제(黃帝)〉에는 같은 이야기가 더 자세하게, 다른 교훈과 함께 실려 있다.[5]

宋有狙公者,愛狙,養之成羣,能解狙之意,狙亦得公之心。損其家口,充狙之欲。俄而匱焉,將限其食。恐衆狙之不馴於己也,先誑之曰:「與若芧,朝三而暮四,足乎?」衆狙皆起而怒。俄而曰:「與若芧,朝四而暮三,足乎?」衆狙皆伏而喜。物之以能鄙相籠,皆猶此也。聖人以智籠羣愚,亦猶狙公之以智籠衆狙也。名實不虧,使其喜怒哉!

“송나라에 저공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원숭이를 아껴 무리를 이룰 만큼 길렀다. 원숭이의 뜻을 잘 알았고 원숭이도 저공의 마음을 알았다. 집안 식구의 먹을 것을 덜어 원숭이들의 욕심을 채워 주었는데, 얼마 뒤 살림이 바닥나 먹이를 줄여야 했다. 원숭이들이 따르지 않을까 걱정되어 먼저 속여 말했다. ‘도토리를 아침에 셋, 저녁에 넷 주면 되겠느냐?’ 원숭이들이 모두 일어나 성을 냈다. 조금 있다가 말했다. ‘아침에 넷, 저녁에 셋 주면 되겠느냐?’ 원숭이들이 모두 엎드려 기뻐했다. 사물이 재주 있는 것과 어리석은 것으로 서로를 농락하는 것이 다 이와 같다. 성인이 지혜로 어리석은 무리를 농락하는 것도 저공이 지혜로 원숭이들을 농락한 것과 같다. 이름과 실제는 줄지 않았는데 그들을 기뻐하게도 성내게도 한 것이다.”

두 이야기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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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제물론〉 《열자》 〈황제〉
배경 없음. 곧바로 먹이 이야기 저공이 원숭이를 아껴 가족 몫까지 덜어 먹이다가 살림이 바닥남
저공의 행동 원숭이들의 반응에 맞추어 배분을 바꿈 원숭이들이 따르지 않을까 “먼저 속임(先誑之)”
교훈의 초점 같은 것을 모르고 기뻐하고 성내는 원숭이(분별에 사로잡힌 사람) 지혜로 어리석은 자를 농락하는 저공(“以智籠羣愚”)
이어지는 결론 성인은 옳고 그름을 조화시킴(兩行) 재주 있는 자가 어리석은 자를 농락하는 것이 다 이와 같음

한국어의 두 뜻은 이 차이와 맞물린다. ‘잔꾀로 속임’은 저공의 속임수를 드러내는 《열자》 쪽 읽기에, ‘결과는 같은데 눈앞의 차이만 봄’은 원숭이의 어리석음을 짚는 《장자》 쪽 읽기에 가깝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속여 희롱함’만을, 《일본국어대사전》은 ‘같음을 모름’과 ‘속여 우롱함’을 함께 뜻풀이로 든다.[1][3]

《성어전》이 드는 이른 용례로는 남조 양(梁)나라 배자야(裴子野)의 〈송략 선거론(宋略選舉論)〉에서 관리 선발 제도를 둘로 나누었으나 근본을 고치지 못해 “조삼모사로 그 병이 더 심해졌다”고 한 것, 《구당서》 〈황보박전(皇甫鎛傳)〉에서 “성품이 교활하고 말에 진실이 없어 조삼모사함을 천하가 다 안다”고 한 것 등이 있다. 신라 말·고려 초의 문장가 최인연(崔仁渷)이 지은 〈신라국 고 양조국사 교시 낭공대사 백월서운지탑비명〉에도 “오는 이가 구름 같아 조삼모사하였다(來者如雲,朝三暮四)”는 구절이 있어 《성어전》이 용례로 든다.[2]

조선 문헌에서는 주로 ‘겉만 바꾸는 눈속임’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1603년 《선조실록》의 사관은 일본이 포로를 조금씩 돌려보내며 성의를 보이는 척하는 것을 두고 “참으로 저공의 조삼모사 술수(眞狙公朝三暮四之術也)”라고 논평했다.[6] 1721년 집의 홍용조(洪龍祚)는 양역 변통안이 군포를 잡역으로, 역을 연호(烟戶)로 옮기는 데 그쳐 “끝내 조삼모사로 돌아갈 것(終爲朝三暮四之歸)”이라고 반대했다.[7] 김육(金堉)도 대동법 시행을 청하는 글에서 값을 겉으로만 달리 매겨 백성을 기쁘게 하는 방식은 “조삼모사의 술수이지 법을 쓰는 바른 길이 아니다(此則朝三暮四之術,而非用法之正道也)”라고 했다.[8] 한편 서거정(徐居正)은 밤나무에 오른 원숭이를 그린 그림에 “조삼모사는 저 알 바 아니니, 배불리 먹고 말없이 제멋대로 살찐다(朝三暮四渠何管,得食秋風自在肥)”는 시를 붙여 고사를 재치 있게 뒤집었다.[9]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朝 조 아침 아침에
三 삼 셋 세 개
暮 모 저물다, 저녁 저녁에
四 사 넷 네 개

원문의 ‘芧(서)’는 도토리(상수리나무 열매)이고, ‘狙(저)’는 원숭이이다.[2]

  • 중국어의 ‘朝三暮四’는 주로 ‘변덕이 심함’을 뜻하므로, 한국어의 ‘눈속임’ 뜻으로 옮기면 어긋날 수 있다.[2] 한국어에서 변덕을 말할 때는 조령모개·조변석개(朝變夕改)가 가깝다.
  • 북한어에서는 ‘생계’를 뜻하는 말로도 쓴다. 일본어의 둘째 뜻(생계)과 같다.[10][3]
  • 요금을 내리는 대신 기본 제공량을 줄였으니 조삼모사에 불과하다.
  • 무료 체험 기간을 늘리고 이후 구독료를 올린 것은 사용자 입장에서 조삼모사나 다름없다.
  • 배치 작업을 새벽으로 옮겨 낮 시간대 부하 그래프만 좋아 보이게 한 것은 조삼모사다. 총 처리량과 비용은 그대로다.
  • 2006년 초 만화가 고병규가 블로그에 올린 두 컷짜리 조삼모사 패러디 만화가 인터넷에서 크게 유행하여, 학생·직장인·군대 등 수많은 변형이 만들어졌다.[11]
  • 수험생 사이에서는 선다형 문제에서 “조금 모르면 3번, 아예 모르면 4번”을 고른다는 말장난으로도 쓰이며, 우리말샘에 이 뜻이 올라 있다.[10]

유의어와 관련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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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사모삼(朝四暮三), 모사조삼(暮四朝三): 같은 뜻. 《성어전》이 참고 어휘로 올린다.[2]
  • 조령모개(朝令暮改): 아침에 내린 명령을 저녁에 고침. 중국어의 ‘朝三暮四’(변덕)와 뜻이 가깝다.
  • 조진모초(朝秦暮楚): 아침에는 진나라, 저녁에는 초나라를 섬김. 《성어전》은 조삼모사가 마음과 행동의 변덕에, 조진모초는 붙좇는 대상이 바뀌는 데 무게가 있다고 구분한다.[2]
  • 감언이설(甘言利說): 귀가 솔깃하도록 달콤하게 꾀는 말.
  • 양두구육(羊頭狗肉): 양 머리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팖. 겉과 속이 다른 속임.
  •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 조금 차이는 있으나 본질은 같음.
  1. ↑ 1.0 1.1 1.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조삼모사”,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A1%B0%EC%82%BC%EB%AA%A8%EC%82%AC, 확인날짜=2026-09-27.
  2. ↑ 2.0 2.1 2.2 2.3 2.4 2.5 2.6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朝三暮四”,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6, 확인날짜=2026-09-27.
  3. ↑ 3.0 3.1 3.2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디지털 대사천(デジタル大辞泉)》, “朝三暮四”,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6%9C%9D%E4%B8%89%E6%9A%AE%E5%9B%9B, 확인날짜=2026-09-27.
  4. ↑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
  5. ↑ 《열자(列子)》 〈황제(黃帝)〉.
  6.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선조실록》 160권, 선조 36년 3월 24일 경진 8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na_13603024_008, 확인날짜=2026-09-27.
  7.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경종실록》 4권, 경종 1년 8월 20일 무인 4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ta_10108020_004, 확인날짜=2026-09-27.
  8. ↑ 김육(金堉), 〈청행본도대동장(請行本道大同狀)〉, 《잠곡유고(潛谷遺稿)》. 한국고전종합DB.
  9. ↑ 서거정(徐居正), 〈제율수비원도(題栗樹飛猿圖)〉, 《사가집(四佳集)》. 한국고전종합DB.
  10. ↑ 10.0 10.1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조삼모사”, https://open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focus_name=query&query=%EC%A1%B0%EC%82%BC%EB%AA%A8%EC%82%AC, 확인날짜=2026-09-27.
  11. ↑ “두컷만화 ‘조삼모사 패러디 시리즈’ 열풍”, 경향신문, 2006-06-08, https://www.khan.co.kr/article/200606081440421, 확인날짜=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