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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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지기(知彼知己)는 상대편의 사정과 자기편의 사정을 자세히 아는 것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 《손자(孫子)》에 나오는 말로, 같은 뜻으로 ‘지적지아(知敵知我)’라고도 한다.[1]
보통 뒤에 ‘백전불태(百戰不殆)’를 붙여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곧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격언으로 쓴다. 전쟁뿐 아니라 경기, 협상, 시험, 사업 경쟁처럼 상대가 있는 일에서 준비의 기본을 말할 때 널리 쓴다.
일상에서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매우 많지만, 《손자》 원문은 ‘백전백승(百戰百勝)’이 아니라 ‘백전불태(百戰不殆)’이다(아래 백전불태와 백전백승 참고).
중국어에서는 ‘나’를 앞세운 ‘지기지피(知己知彼)’가 표준 형태이다. 대만 교육부 《성어전》은 ‘知己知彼’를 표제어로 올리고 “원래는 ‘知彼知己’로 썼다”고 설명한다.[2] 일본어에서는 “彼(かれ)を知り己(おのれ)を知れば百戦殆(あや)うからず”라는 훈독 형태로 쓴다.
《손자》 〈모공(謀攻)〉의 끝부분에 나온다. 손자는 이길 수 있는 다섯 가지 경우를 든 뒤 이렇게 정리한다.[3]
故知勝有五:知可以戰與不可以戰者勝;識眾寡之用者勝;上下同欲者勝;以虞待不虞者勝;將能而君不御者勝。此五者,知勝之道也。故曰:知彼知己,百戰不殆;不知彼而知己,一勝一負;不知彼不知己,每戰必殆。
“이기는 것을 아는 데 다섯 가지가 있다. 싸워야 할 때와 싸워서는 안 될 때를 아는 쪽이 이긴다. 군사가 많고 적을 때의 쓰임을 아는 쪽이 이긴다. 위아래가 한마음인 쪽이 이긴다. 대비한 채로 대비하지 않은 적을 기다리는 쪽이 이긴다. 장수가 유능하고 임금이 간섭하지 않는 쪽이 이긴다. 이 다섯 가지가 이기는 것을 아는 길이다. 그러므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고, 적을 모르고 나를 알면 한 번 이기고 한 번 지며,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싸울 때마다 반드시 위태롭다’고 하는 것이다.”
판본에 따라서는 《성어전》이 인용한 본문처럼 ‘知彼知己者,百戰不殆’로 ‘者’ 자가 들어간 것도 있다.[2] 뜻은 같다.
같은 생각은 〈지형(地形)〉 편에서도 되풀이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승리가 위태롭지 않고, 하늘과 땅을 알면 승리가 온전해진다(知彼知己,勝乃不殆;知天知地,勝乃可全).”[4]
‘태(殆)’는 ‘위태롭다’는 뜻이다. 손자가 약속한 것은 “백 번 싸워 백 번 이긴다”가 아니라 “백 번 싸워도 위태로운 지경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차이는 《손자》의 전체 사상과 이어진다. 같은 〈모공〉 편 앞부분에서 손자는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은 최선 중의 최선이 아니고, 싸우지 않고 적의 군대를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 중의 최선(是故百戰百勝,非善之善者也;不戰而屈人之兵,善之善者也)”이라고 했다.[3] 상대와 나를 알면 이길 싸움과 피해야 할 싸움을 가를 수 있으므로 위태로움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 원래 취지이다.
‘백전백승’으로 바꿔 말하는 버릇은 오래되었다. 임진왜란 때인 1592년 12월 황해도 초토사 이정암(李廷馣)은 비변사에 올린 글에서 병법을 인용하며 “知彼知己。百戰百勝。知己不知彼。一勝一負”라고 적었다.[5] 중국에서도 청나라 소설 《삼협오의(三俠五義)》 제60회에 “속담에 ‘知己知彼,百戰百勝’이라 했다”는 대사가 나온다.[2] 한국과 중국 양쪽에서 속담으로 굳을 만큼 퍼진 변형이지만, 출전의 문장은 아니다.
| 한자 | 음 | 기본 의미 | 성어 안의 의미 |
|---|---|---|---|
| 知 | 지 | 알다 | 자세히 앎 |
| 彼 | 피 | 저, 저쪽 | 상대편, 적 |
| 知 | 지 | 알다 | 자세히 앎 |
| 己 | 기 | 자기, 몸 | 자기편, 나 |
-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은 널리 쓰이는 말이지만 《손자》 원문은 “知彼知己,百戰不殆”이다. 원문을 인용할 때는 ‘백전불태’로 쓴다.
- 나무위키 등에는 원문 셋째 구절을 “不知彼,不知己,每戰必敗”로 소개하는 경우가 있으나, 통행본과 《성어전》이 인용한 판본 모두 “每戰必殆(싸울 때마다 반드시 위태롭다)”이다.[2]
- 경쟁사의 가격 정책과 우리 원가 구조를 모두 분석한 뒤에 입찰에 들어가자.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했다.
- 모의 해킹을 하기 전에 공격자가 쓸 만한 도구와 우리 시스템의 노출 지점을 함께 정리하는 것이 지피지기의 첫걸음이다.
- 상대 팀의 경기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 본 그는 지피지기의 자세로 결승에 나섰다.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지피지기”,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A7%80%ED%94%BC%EC%A7%80%EA%B8%B0, 확인날짜=2026-09-27.
- ↑ 2.0 2.1 2.2 2.3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知己知彼”,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580, 확인날짜=2026-09-27.
- ↑ 3.0 3.1 《손자(孫子)》 〈모공(謀攻)〉.
- ↑ 《손자》 〈지형(地形)〉.
- ↑ 이정암(李廷馣), 〈비변사에 드림(呈分備邊司) 초토사 때 임진년 12월〉, 《사류재집(四留齋集)》 권9,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221A_0100_050_0010, 확인날짜=2026-09-27.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 99권, 세종 25년 2월 14일 경자 3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da_12502014_003, 확인날짜=2026-09-27.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예종실록》 1권, 예종 즉위년 9월 8일 갑자 6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ha_10009008_006, 확인날짜=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