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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종연횡(合從連橫)은 중국 전국 시대에 소진(蘇秦)이 주장한 합종설(合從說)과 장의(張儀)가 주장한 연횡설(連橫說)을 아울러 이르는 한자성어이다.[1] 오늘날에는 여러 세력이 그때그때의 이해관계에 따라 손을 잡았다 갈라섰다 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더 많이 쓴다.

‘합종’은 서쪽의 강국 진(秦)나라에 맞서 한(韓)·위(魏)·조(趙)·연(燕)·제(齊)·초(楚) 여섯 나라가 남북으로 동맹하자는 외교 정책이고,[2] ‘연횡’은 진나라가 이들 여섯 나라와 동서로 각각 동맹을 맺어 합종을 깨뜨리자는 외교 정책이다.[3] 이런 책략을 제후들에게 유세한 사람들을 종횡가(縱橫家)라 부르며, 소진과 장의가 대표적이다.[4]

현대 한국어에서는 정당의 선거 연대, 기업의 제휴와 인수 합병, 국제 관계의 동맹 재편처럼 여러 주체가 이해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모습을 가리킬 때 흔히 쓴다. 일본어에서도 ‘合従連衡(がっしょうれんこう)’라고 하며, 《디지털 대사천》은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몇몇 세력이 서로 손을 잡는 것, 또는 그 흥정’이라는 뜻을 함께 싣는다.[5]

‘合從’의 ‘從’은 ‘縱(세로)’과 같은 뜻으로 쓰였고, ‘連衡’의 ‘衡’은 ‘橫(가로)’과 같다. 그래서 合從連衡, 合縱連橫, 合從連橫 등 여러 형태로 적는다. 표준국어대사전은 ‘合從連橫’을 표제로 삼고 ‘합종’은 ‘合從/合縱’, ‘연횡’은 ‘連橫/連衡’으로 함께 적는다.[1][6] 《사기》와 《한서》의 원문은 ‘合從連衡’이다. 일본어는 ‘合従連衡’으로 적는다.[5]

《사기》 〈소진열전〉에 따르면 낙양 사람 소진은 주 현왕(周顯王)과 진 혜왕(秦惠王)에게 유세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조나라를 거쳐 연나라로 가서 연 문후(燕文侯)를 처음으로 설득했다. 이어 조·한·위·제·초의 왕을 차례로 설득해 여섯 나라가 진나라에 맞서는 동맹을 맺게 했다.[7]

於是六國從合而并力焉。蘇秦為從約長,并相六國。

“이리하여 여섯 나라가 합종하여 힘을 합쳤다. 소진은 합종 맹약의 우두머리가 되어 여섯 나라의 재상을 겸했다.”[7]

《사기》 〈장의열전〉에 따르면 소진과 함께 귀곡 선생(鬼谷先生)에게 배웠고 소진도 스스로 그만 못하다고 여겼다는 장의는 진나라의 재상이 되어 여러 나라를 돌며 합종을 버리고 진나라를 섬기라고 설득했다. 그러나 진 혜왕이 죽고 장의를 싫어하던 무왕이 즉위하자 “제후들이 연횡을 저버리고 다시 합종했다(皆畔衡,復合從)”.[8] 사마천은 두 사람을 두고 “이 두 사람은 참으로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선비들이다(此兩人真傾危之士哉)”라고 평했다.[8]

네 글자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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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合從連衡’이라는 네 글자는 《사기》 〈맹자순경열전〉에서 맹자가 활동하던 시대를 설명하는 대목에 나온다.[9]

當是之時,秦用商君,富國彊兵;楚、魏用吳起,戰勝弱敵;齊威王、宣王用孫子、田忌之徒,而諸侯東面朝齊。天下方務於合從連衡,以攻伐為賢,而孟軻乃述唐、虞、三代之德,是以所如者不合。

“이때 진나라는 상군(商鞅)을 써서 나라를 부유하게 하고 군대를 강하게 했으며, 초나라와 위나라는 오기(吳起)를 써서 싸움에 이기고 적을 약하게 했고, 제나라 위왕과 선왕은 손자(孫臏)와 전기(田忌)의 무리를 써서 제후들이 동쪽을 향해 제나라에 조회했다. 천하가 바야흐로 합종과 연횡에 힘쓰며 남을 치는 것을 어질다고 여기는데, 맹자는 요·순과 하·은·주 삼대의 덕을 말했으니 가는 곳마다 뜻이 맞지 않았다.”[9]

《한서》 〈유협전(游俠傳)〉 서문도 “쇠퇴하여 전국 시대에 이르러서는 합종연횡하며 힘으로 다투었다(陵夷至於戰國,合從連衡,力政爭彊)”고 썼다.[10] 〈맹자순경열전〉의 이 대목은 주희의 《맹자집주》 서설(序說)에 그대로 인용되어, 조선의 선비들에게도 익숙한 구절이 되었다.

‘종(從, 세로)’과 ‘횡(衡, 가로)’이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설명이 조금씩 다르다. 흔히는 남북으로 늘어선 여섯 나라가 세로로 손잡는 것을 합종, 서쪽의 진나라가 동쪽의 나라들과 가로로 손잡는 것을 연횡이라고 푼다.[5] 조선의 김유(金楺)는 《맹자》를 풀이하면서 “여섯 나라는 땅의 생김새가 남북으로 길어서 종이라 하고, 진나라는 땅이 동서로 길어서 형(衡, 곧 횡)이라 한다(六國地形。南北從長。故謂之從。衡橫也。秦地形東西橫長。故謂之衡)”고 설명했다.[11] 한편 일본 《세계대백과사전》은 후한·삼국 시대에 합종연횡이 다시 거론될 때에는 서로의 이익을 위한 동맹을 종, 위협으로 맺은 맹약을 횡으로 보는 해석(신찬 설)이 자리 잡았다고 설명한다.[5]

한국 문헌의 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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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네 글자 형태가 보이지 않지만, 문집에는 여러 용례가 있다.

  • 이이(李珥)는 《성학집요(聖學輯要)》 〈성현도통(聖賢道統)〉에서 〈맹자순경열전〉의 대목을 인용했다.[12]
  • 성혼(成渾)은 임진왜란 중인 1594년에 지은 자핵소(自劾疏) 초고에서, 촉한의 제갈량이 원수 사이였던 오나라 손권과 손잡은 일을 들어 “합종연횡하기 어려운 처지였으나 천하의 대세를 깊이 헤아렸다”고 하며 명나라와의 관계를 논했다.[13]
  • 김윤식(金允植)은 1881년 영선사로 청나라에 가면서 올린 상소에서 서양 열강이 “각기 군사를 기르고 배를 몰아 합종연횡하며 병력으로 서로 겨룬다(各治兵駛船。合從連衡。以兵力相雄)”고 당시 국제 정세를 묘사했다.[14] 전국 시대의 외교를 가리키던 말이 근대 국제 관계를 설명하는 말로 옮겨 간 예이다.

일본어 ‘合従連衡’의 첫 용례로 《일본국어대사전》은 소동파 시의 주석서 《사하입해(四河入海)》(17세기 전기)를 든다.[5]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合 합 합하다 합치다, 동맹하다
從 종 좇다, 세로(縱) 세로, 남북 방향(縱과 같음)
連 연 잇다 잇다, 손잡다
橫 횡 가로 가로, 동서 방향. 원문은 ‘衡’
  • 클라우드 시장에서 후발 업체들이 선두 기업에 맞서 합종연횡에 나섰다.
  • 표준 규격 주도권을 두고 제조사들 사이에 합종연횡이 거듭되면서 진영 구도가 몇 달 만에 바뀌었다.
  • 선거를 앞두고 군소 정당들의 합종연횡이 본격화했다.
  • 여섯 나라의 재상 인수를 차고 고향 낙양을 지나던 소진에게, 예전에 그를 업신여기던 형수가 엎드려 절했다. 소진이 “어째서 전에는 거만하더니 지금은 공손하십니까”라고 묻자 형수는 “작은 도련님의 지위가 높고 돈이 많은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했다. 소진은 “같은 한 몸인데 부귀하면 친척도 두려워하고 빈천하면 업신여기니, 하물며 남들이야. 내게 낙양성 밖의 좋은 밭 두 이랑만 있었더라도 어찌 여섯 나라의 재상 인수를 찰 수 있었겠는가”라고 탄식했다.[7] 《전국책》 〈진책(秦策) 1〉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실려 있으며, 대만 교육부 《성어전》은 그것을 ‘전에는 거만하다가 뒤에는 공손하다’는 뜻의 ‘전거후공(前倨後恭)’의 출전으로 든다.[15]

유의어와 관련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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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횡(縱橫), 종횡가(縱橫家): 합종과 연횡, 또는 그것을 주장한 제자백가의 한 갈래.
  • 종횡패합(縱橫捭闔): 정치나 외교에서 끌어들이고 갈라놓는 수완을 부림. 《성어전》은 《경화연(鏡花緣)》의 용례를 든다.[16]
  • 이합집산(離合集散): 헤어졌다 모였다 함.
  • 오월동주(吳越同舟): 사이가 나쁜 사람끼리도 이해가 맞으면 협력함.
  • 견토지쟁(犬兔之爭), 방휼지쟁(蚌鷸之爭): 전국 시대 유세객들이 싸움을 말리며 든 비유.
  1. ↑ 1.0 1.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합종연횡”,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D%95%A9%EC%A2%85%EC%97%B0%ED%9A%A1, 확인날짜=2026-09-26.
  2.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합종설”,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D%95%A9%EC%A2%85%EC%84%A4, 확인날짜=2026-09-26.
  3.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연횡”,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7%B0%ED%9A%A1, 확인날짜=2026-09-26.
  4.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종횡가”,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A2%85%ED%9A%A1%EA%B0%80, 확인날짜=2026-09-26.
  5. ↑ 5.0 5.1 5.2 5.3 5.4 《디지털 대사천(デジタル大辞泉)》·《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사자숙어를 아는 사전(四字熟語を知る辞典)》·《일본대백과전서(日本大百科全書)》·《세계대백과사전(世界大百科事典)》, “合従連衡”,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90%88%E5%BE%93%E9%80%A3%E8%A1%A1, 확인날짜=2026-09-26.
  6.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합종”,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D%95%A9%EC%A2%85, 확인날짜=2026-09-26.
  7. ↑ 7.0 7.1 7.2 사마천, 《사기》 권69 〈소진열전(蘇秦列傳)〉.
  8. ↑ 8.0 8.1 사마천, 《사기》 권70 〈장의열전(張儀列傳)〉.
  9. ↑ 9.0 9.1 사마천, 《사기》 권74 〈맹자순경열전(孟子荀卿列傳)〉.
  10. ↑ 반고, 《한서》 권92 〈유협전(游俠傳)〉.
  11.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김유, 《검재집(儉齋集)》 〈맹자차의(孟子箚疑)〉,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942A_0280_010_0010, 확인날짜=2026-09-26.
  12.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이이, 《율곡전서(栗谷全書)》 〈성학집요·성현도통 제5〉,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201A_0270_010_0010, 확인날짜=2026-09-26.
  13.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성혼, 《우계집(牛溪集)》 〈의신상자핵소(擬申上自劾疏) 갑오〉,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198A_0030_010_0390, 확인날짜=2026-09-26.
  14.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김윤식, 《운양집(雲養集)》 〈이영선사도만시소(以領選使渡灣時疏) 신사 10월〉,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650A_0120_020_0020, 확인날짜=2026-09-26.
  15.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前倨後恭”,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42, 확인날짜=2026-09-26.
  16.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縱橫捭闔”,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7141, 확인날짜=2026-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