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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곤일척(乾坤一擲)은 천하를 두고 한 번에 모든 것을 건다는 뜻으로, 운명을 걸고 단판에 승패를 겨루는 것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 ‘일척건곤(一擲乾坤)’이라고도 한다. 당나라 한유(韓愈)의 시 〈과홍구(過鴻溝)〉에서 나온 말이다.[1]

‘건곤(乾坤)’은 《주역》의 건괘와 곤괘, 곧 하늘과 땅을 가리키며 여기서는 천하를 뜻한다. ‘일척(一擲)’은 주사위를 한 번 던진다는 뜻이다. 건곤일척은 천하를 판돈으로 걸고 주사위를 한 번 던지듯, 물러설 수 없는 마지막 승부에 모든 것을 거는 일을 가리킨다. 결승전, 선거, 기업의 사활을 건 투자처럼 결과가 한 번에 갈리는 큰 승부를 표현할 때 자주 쓰인다.

대만 교육부 《성어전》은 이 말을 “한 번에 승부를 결정하여 천하를 다툼”으로 풀고 한유의 시를 語本으로 든다.[2] 현대 중국어에서는 노름꾼이 남은 밑천을 한 번에 다 거는 데서 나온 ‘고주일척(孤注一擲)’을 더 흔히 쓴다.[3] 일본어에서도 ‘乾坤一擲(けんこんいってき)’ 또는 ‘一擲乾坤を賭す(いってきけんこんをとす)’라고 한다.[4]

한유의 〈과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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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가 홍구(鴻溝)를 지나며 초나라와 한나라의 싸움을 떠올려 지은 칠언절구이다.[5]

龍疲虎困割川原,億萬蒼生性命存。
誰勸君王回馬首,真成一擲賭乾坤。

“용은 지치고 범은 곤하여 강과 들을 나누니, 억만 백성의 목숨이 보전되었네. 누가 군왕에게 말머리를 돌리라 권하여, 참으로 한 번 던져 천하를 걸게 하였던가.”

홍구는 초한 전쟁 때 항우와 유방이 천하를 나눈 경계이다. 송나라 때의 주석서들은 이 시가 원화(元和) 12년(817) 8월, 한유가 재상 배도(裴度)를 따라 회서(淮西)의 반란을 치러 가던 길에 지은 것이며, 한 4년에 유방과 항우가 홍구를 경계로 서쪽은 한, 동쪽은 초로 나누었다고 설명한다.[6] 첫 구의 ‘용’과 ‘범’은 유방과 항우를, ‘강과 들(川原)’은 홍구를 가리키며, 셋째 구의 ‘권한 사람’은 장량(張良)과 진평(陳平)을 가리킨다는 풀이도 있다.[7] 오랜 싸움에 지친 두 영웅이 천하를 나누기로 하여 백성이 겨우 숨을 돌렸는데, 누군가의 권유로 유방이 말머리를 돌려 항우를 뒤쫓으면서 천하를 건 마지막 승부가 벌어졌다는 뜻이다.

송나라 오증(吳曾)의 《능개재만록(能改齋漫錄)》은 이 구절이 이백의 시 “천지를 한 번 던짐에 걸고서도 싸움을 잊지 못하네(天地賭一擲,未能忘戰爭)”를 따온 것이라고 지적했다.[8]

‘一擲’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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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擲’은 본래 노름에서 주사위나 저포(樗蒲)의 나무쪽을 한 번 던지는 것을 말한다. 남송 이유(李劉)의 《사륙표준(四六標準)》 주석은 이 말이 노름에 빗댄 것이라며 《남사》 〈장괴전(張瓌傳)〉의 “집안 백 식구를 한 번 던짐에 걸었다(以百口一擲)” 등을 들었다.[9] 천하를 한 번의 던짐에 건다는 발상은 한유보다 훨씬 앞서 보인다. 동진의 환온(桓溫)이 도읍을 낙양으로 옮기자고 하자 손작(孫綽)은 상소를 올려 “어찌하여 백 번 이길 좋은 방도를 버리고 천하를 들어 한 번 던지려 하십니까(何故舍百勝之長理,舉天下而一擲哉)”라고 반대했다.[10]

네 글자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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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의 시에는 ‘一擲賭乾坤’으로 되어 있고, ‘乾坤一擲’이라는 네 글자 형태는 남송 무렵부터 보인다. 양만리(楊萬里)의 《성재집(誠齋集)》 권50에 “건곤일척 가운데 두다(置乾坤一擲之中)”라는 구절이 있고,[11] 앞의 《사륙표준》에도 “건곤일척의 거사는 만전을 기하느니만 못하다(乾坤一擲之舉,不如出於萬全)”라는 구절이 있다.[9] 이처럼 이 말은 무모한 모험을 경계하는 문맥에서도 쓰였다.

한국 문헌의 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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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거정(徐居正)은 세밑에 아들 복경(福慶)이 아이들과 저포놀이를 하는 것을 보고 “세밑 저포놀이에 아이들이 모여, 이기고 지는 일이 종일 끝이 없구나. 영웅도 예부터 아이들 놀이 같았으니, 유방과 항우도 건곤일척 속에 있었지(歲臘樗蒲聚小童。輸嬴終日竟何窮。英雄自古亦兒戲。劉項乾坤一擲中)”라고 읊었다.[12] 노름판의 한 번 던짐과 천하를 건 승부를 겹쳐 놓은 것이다.
  •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乾坤一擲’이 나오지 않지만, 1596년(선조 29) 홍문관 차자는 분한 마음에 가벼이 움직여 “종묘사직을 한 번 던짐에 시험하는(試宗社於一擲)” 것은 이름만 좇는 필부의 복수라며 경계했다.[13]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乾 건 하늘, 마르다 하늘
坤 곤 땅 땅
一 일 하나 한 번
擲 척 던지다 (주사위를) 던지다
  • 두 회사는 차세대 칩 시장을 놓고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 결승전은 양 팀 모두 모든 전력을 쏟아붓는 건곤일척의 대결이었다.
  • 백업도 없이 운영 서버에서 곧바로 마이그레이션을 돌리는 것은 건곤일척이 아니라 무모함이다.
  • 일본의 《사자숙어를 아는 사전》은 이 말이 스포츠 선수의 좌우명으로도 쓰인다고 소개하면서, 예전에 한 발모제 회사가 ‘한 방울 떨어뜨린다’는 뜻을 걸어 ‘乾坤一滴(けんこんいってき)’이라는 광고를 낸 적이 있다고 적었다.[4]
  • 《일본국어대사전》이 드는 일본어의 첫 용례는 고이즈미 산신(小泉三申)의 《신판 유이 쇼세쓰(新版由比正雪)》(1912)이다.[4]

유의어와 관련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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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척건곤(一擲乾坤): 같은 뜻.
  • 고주일척(孤注一擲): 노름꾼이 남은 밑천을 한 번에 다 걺. 《성어전》은 모험적인 수단에 무게가 있다고 설명한다.[3]
  • 배수지진(背水之陣): 물러설 곳 없이 죽기를 각오하고 싸움.
  • 파부침주(破釜沈舟): 솥을 깨고 배를 가라앉혀 돌아갈 길을 끊음.
  • 사생결단(死生決斷): 죽고 사는 것을 돌보지 않고 끝장을 내려고 덤벼듦.
  • 일본어 ‘一か八か(いちかばちか)’, 영어 ‘all or nothing’도 비슷한 뜻이다.
  • 반대 의미에 가까운 말: 만전을 기함, 유비무환(有備無患).
  1.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건곤일척”,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A%B1%B4%EA%B3%A4%EC%9D%BC%EC%B2%99, 확인날짜=2026-09-26.
  2.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乾坤一擲”,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7896, 확인날짜=2026-09-26.
  3. ↑ 3.0 3.1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孤注一擲”,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72, 확인날짜=2026-09-26.
  4. ↑ 4.0 4.1 4.2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사자숙어를 아는 사전(四字熟語を知る辞典)》·《일본대백과전서(日本大百科全書)》, “乾坤一擲”,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4%B9%BE%E5%9D%A4%E4%B8%80%E6%93%B2, 확인날짜=2026-09-26.
  5. ↑ 한유, 〈과홍구(過鴻溝)〉, 《창려선생집(昌黎先生集)》 권10.
  6. ↑ 《동아당한창려집주(東雅堂韓昌黎集註)》 권10.
  7. ↑ 《오백가주창려문집(五百家注昌黎文集)》 권10.
  8. ↑ 오증, 《능개재만록(能改齋漫錄)》 권8.
  9. ↑ 9.0 9.1 이유(李劉), 《사륙표준(四六標準)》 권16.
  10. ↑ 《진서(晉書)》 권56 〈손작전(孫綽傳)〉.
  11. ↑ 양만리, 《성재집(誠齋集)》 권50.
  12.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서거정, 《사가시집》 권22 〈아자복경여군동위저포희(兒子福慶。與羣童爲樗蒲戲)〉,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061A_0160_010_0230, 확인날짜=2026-09-26.
  13.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선조실록》 77권, 선조 29년 7월 6일 신미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na_12907006_001, 확인날짜=2026-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