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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지신(尾生之信)은 우직하여 융통성 없이 약속만을 굳게 지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한자성어이다. 중국 춘추 시대의 미생(尾生)이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한 여자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물이 불어나는데도 피하지 않고 기다리다가 끝내 빠져 죽었다는 이야기에서 나왔다.[1]

‘미생의 믿음’이라는 뜻이다. 두 가지 평가가 한 말에 겹쳐 있다. 하나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약속을 지키는 굳은 신의이고, 다른 하나는 상황이 바뀌었는데도 약속의 글자에만 매달리는 어리석은 고집이다. 대만 교육부 《성어전》도 “신의와 약속을 굳게 지켜 죽어도 바꾸지 않음, 또는 고집스러워 변통을 모르는 신의”라는 두 뜻을 함께 싣는다.[2] 한국어에서는 주로 뒤의 뜻, 곧 융통성 없는 태도를 꼬집을 때 쓴다.

일본어에서도 ‘尾生の信(びせいのしん)’이라 하며, 굳게 약속을 지키는 것과 너무 고지식해 융통성이 없는 것의 두 뜻으로 쓴다.[3]

미생의 이야기는 전국 시대부터 한나라 초까지의 여러 책에 나온다. 줄거리는 거의 같지만,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과 평가는 책마다 다르다.

《장자》 〈도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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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莊子)》 잡편 〈도척(盜跖)〉에서는 큰 도둑 도척이 자기를 타이르러 온 공자에게 세상이 떠받드는 ‘어진 선비’들이 실은 이름에 매여 목숨을 가볍게 버린 사람들이라고 몰아세우며 미생을 든다.[4]

尾生與女子期於梁下,女子不來,水至不去,抱梁柱而死。此六子者,無異於磔犬流豕操瓢而乞者,皆離名輕死,不念本養壽命者也。

“미생은 여자와 다리 아래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여자는 오지 않고 물이 불어났지만 떠나지 않고 다리 기둥을 끌어안은 채 죽었다. 이 여섯 사람(백이·숙제·포초·신도적·개자추·미생)은 찢겨 죽은 개, 물에 떠내려간 돼지, 쪽박을 들고 빌어먹는 사람과 다를 것이 없다. 모두 이름에 매여 죽음을 가볍게 여기고, 근본으로 돌아가 수명을 기를 줄 모른 자들이다.”[4]

같은 편 뒷부분에서 만구득(滿苟得)도 “비간이 심장을 도려내고 오자서가 눈을 뽑힌 것은 충성의 화이고, 직궁(直躬)이 아버지의 죄를 증언하고 미생이 물에 빠져 죽은 것은 믿음의 근심이다(直躬證父,尾生溺死,信之患也)”라고 말한다.[4] 《장자》에서 미생은 본받을 인물이 아니라, 덕목 하나에 매여 삶을 그르친 예이다.

《사기》 〈소진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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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이 출전으로 드는 곳은 《사기(史記)》 권69 〈소진열전(蘇秦列傳)〉이다.[1] 소진(蘇秦)은 연나라 역왕(易王)을 위해 제나라에 가서 빼앗긴 열 개 성을 돌려받아 왔는데, “소진은 나라를 팔고 이랬다저랬다 하는 신하”라는 참소를 받아 벼슬을 돌려받지 못했다. 소진은 연왕에게 “신이 믿음이 없는 것은 왕의 복입니다”라고 하며, 효성과 청렴과 신의를 모두 갖춘 사람은 오히려 먼 나라에 가서 일을 이루어 오지 못한다고 말한다.[5]

信如尾生,與女子期於梁下,女子不來,水至不去,抱柱而死。有信如此,王又安能使之步行千里卻齊之彊兵哉?

“미생처럼 믿음이 있는 사람은 여자와 다리 아래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여자가 오지 않자 물이 차올라도 떠나지 않고 기둥을 끌어안고 죽었습니다. 이렇게 믿음이 굳은 사람을 두고 왕께서 어찌 그에게 천 리를 걸어가 제나라의 강한 군대를 물리치게 할 수 있겠습니까?”[5] 곧 소진에게 미생의 신의는 나라의 일을 이루는 데 쓸모없는 작은 절개였다.

같은 이야기는 《전국책(戰國策)》 〈연책 1(燕一)〉에도 “信如尾生,期而不來,抱梁柱而死”로 조금 짧게 실려 있고, 같은 편의 다른 장에서는 소진이 연 소왕(昭王)에게 “미생고처럼 믿음이 있다 해도 남을 속이지 않는 데 그칠 뿐이다(信如尾生高,則不過不欺人耳)”라고 말한다.[6]

《회남자》와 네 글자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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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尾生之信’이라는 네 글자는 《회남자(淮南子)》 〈설림훈(說林訓)〉의 “미생의 믿음은 소를 몰고 간 거짓만 못하다(尾生之信,不如隨牛之誕)”에 나온다.[2][7] 《회남자》 〈범론훈(氾論訓)〉도 “미생은 여자와 약속하고 그 때문에 죽었다(尾生與婦人期而死之)”며, 곧음과 믿음이 있다 한들 누가 그것을 귀하게 여기겠느냐고 했다. 이어서 정나라 상인 현고(弦高)가 소 열두 마리를 몰고 가다 진(秦)나라 군대를 만나자 정나라 임금의 명을 거짓으로 꾸며 대접해 나라를 구한 이야기를 들고 “일에 따라서는 믿음이 도리어 허물이 되고 거짓이 도리어 공이 된다(信反為過,誕反為功)”고 정리한다.[8]

한국 문헌의 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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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왕조실록》 중종 7년(1512) 조강에서 왜인 사신을 접대할지를 두고 논의가 갈리자, 중종이 이제 와서 접대하지 않으면 우리가 신의를 잃는다고 하자 대사헌 윤금손(尹金孫)은 “한때의 작은 믿음은 쓸 것이 못 되니, 지금 경연에서 아뢴 것은 모두 미생의 믿음입니다(一時小信,不可用,今經筵所啓,皆尾生之信也)”라고 했다.[9] 융통성 없는 신의라는 부정적 뜻으로 쓴 예이다.
  • 박제가(朴齊家)는 활쏘기를 익히러 나갔다가 빗나간 화살에 맞아 죽은 벗 이몽직(李夢直)을 제사하는 글에서, 굴원이 깨끗했으나 물에 잠겨 죽고 미생이 믿음이 있었으나 물에 빠져 죽은 것(尾生之信也溺而死)처럼 행실이 높은 이들의 죽음도 그 가족과 벗은 원망했을 것이라며 벗의 허망한 죽음을 슬퍼했다.[10]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尾 미 꼬리 사람의 성(姓)
生 생 나다, 사람 이름. ‘미생’은 사람 이름
之 지 ~의 앞말이 뒷말을 꾸미게 함
信 신 믿음, 신의 약속을 지키는 믿음

바둑에서 아직 완전히 살지 못한 돌을 뜻하는 ‘미생(未生)’은 한자가 다른 말이다.[11] 같은 제목의 웹툰·드라마 《미생》도 이 바둑 용어에서 따온 것이어서 미생지신과는 관계가 없다.

  • 이미 공급사가 보안 패치 지원을 끝낸 운영체제를 “처음 계약한 사양대로”라는 이유로 계속 쓰자는 것은 미생지신이나 다름없다.
  • 장애가 커지는데도 “변경 작업은 정해진 시간에만 한다”는 규정만 붙들고 있다가 복구 시점을 놓쳤으니, 미생지신의 우를 범한 셈이다.
  • 폭우가 쏟아지는데도 약속 장소에서 한 시간을 기다렸다는 그의 이야기에 친구들은 미생지신이라며 웃었다.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는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짧은 소설 〈미생의 믿음(尾生の信)〉을 썼다. 1920년 1월 잡지 《중앙문학(中央文學)》에 처음 실렸다.[12]
  • 《사기》 〈소진열전〉에서 미생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 바로 앞, 소진이 제나라 왕을 설득하는 말에는 “화를 돌려 복으로 삼는다(轉禍為福)”는 구절이 있다. 전화위복의 출전으로 거론되는 대목이다.[5]

유의어와 관련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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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주고슬(膠柱鼓瑟): 거문고의 기러기발을 아교로 붙여 놓고 연주함. 고지식하여 융통성이 없음.
  • 수주대토(守株待兎):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를 기다림. 낡은 방식만 고집함.
  • 각주구검(刻舟求劍): 뱃전에 표시를 해 두고 칼을 찾음. 상황이 바뀐 것을 모르고 어리석게 고집함.
  • 식언(食言): 한번 한 말을 지키지 않음. 반대의 뜻.[13]
  1. ↑ 1.0 1.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미생지신”,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AF%B8%EC%83%9D%EC%A7%80%EC%8B%A0, 확인날짜=2026-09-27.
  2. ↑ 2.0 2.1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尾生之信”,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9571, 확인날짜=2026-09-27.
  3. ↑ 《고사성어를 아는 사전(故事成語を知る辞典)》, “尾生の信”,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B0%BE%E7%94%9F%E3%81%AE%E4%BF%A1, 확인날짜=2026-09-27.
  4. ↑ 4.0 4.1 4.2 《장자(莊子)》 〈도척(盜跖)〉.
  5. ↑ 5.0 5.1 5.2 사마천, 《사기》 권69 〈소진열전(蘇秦列傳)〉.
  6. ↑ 《전국책(戰國策)》 〈연책 1(燕一)〉.
  7. ↑ 《회남자(淮南子)》 〈설림훈(說林訓)〉.
  8. ↑ 《회남자》 〈범론훈(氾論訓)〉.
  9.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중종실록》 15권, 중종 7년 2월 15일 경인 2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ka_10702015_002, 확인날짜=2026-09-27.
  10. ↑ 박제가, 〈제이몽직문(祭李夢直文)〉, 《정유각집(貞㽔閣集)》. 한국고전종합DB 원문 검색,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09-27.
  11. ↑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미생”, https://open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focus_name=query&query=%EB%AF%B8%EC%83%9D, 확인날짜=2026-09-27.
  12. ↑ 아오조라 문고, “尾生の信”(芥川竜之介) 서지 정보, https://www.aozora.gr.jp/cards/000879/card24.html, 확인날짜=2026-09-27.
  13.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식언”,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8B%9D%EC%96%B8, 확인날짜=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