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이동
메뉴 여닫기
환경 설정 메뉴 여닫기
개인 메뉴 여닫기
로그인하지 않음
지금 편집한다면 당신의 IP 주소가 공개될 수 있습니다.

재기불능(再起不能)은 실패하거나 크게 다쳐 다시 일어설 수 없음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 표준국어대사전과 우리말샘에는 한 단어로 올라 있지 않고, “역량이나 능력 따위를 모아서 다시 일어섬”을 뜻하는 ‘재기(再起)’에 ‘불능(不能)’이 붙은 말이다.[1] 사전 규범대로라면 ‘재기 불능’으로 띄어 쓴다.

“재기불능의 타격을 입었다”, “재기불능 상태에 빠졌다”, “상대를 재기불능으로 만들었다”처럼 쓴다. 사업 실패, 선거 패배, 운동선수의 큰 부상처럼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처지를 말할 때 쓰며, 다른 사람을 두고 쓰면 상대를 완전히 끝장냈다는 강한 말이 된다.

같은 짜임의 말로 ‘회복 불능’, ‘통제 불능’, ‘구제불능’ 등이 있다. 한문 어순이라면 ‘다시 일어날 수 없다’는 ‘不能再起’가 자연스럽지만, 명사 뒤에 ‘불능’을 붙이는 근대 한자어 방식을 따랐다.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再 재 두 번, 다시 다시
起 기 일어나다 일어섬
不 불 아니다 ~하지 못함
能 능 능하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음

특정 고사에서 나온 말이 아니며, 근대에 생긴 말이다. ‘再起不能’이라는 네 글자는 중국 고전과 《조선왕조실록》·한국고전종합DB의 문집 원문에서 찾을 수 없다.

‘재기(再起)’

편집 원본 편집

‘再起’는 당나라 때부터 쓰인 말이다. 일본 사전들은 그 중국 문헌으로 두보(杜甫)의 〈제고상국청하방공문(祭故相國淸河房公文)〉과 한유(韓愈)가 원십팔 협률에게 준 시의 “어찌 다시 일어날 때가 있으랴(豈有再起辰)”를 든다. 일본어 ‘再起’의 첫 용례로는 1871년 《신문잡지(新聞雑誌)》 19호를 든다.[2]

네 글자 형태

편집 원본 편집

‘再起不能’은 다이쇼 시기 일본어에서 확인된다. 1921년 《시즈오카현 이와타군지(静岡県磐田郡誌)》에 실린 러일전쟁 전사자의 비문은 1904년 랴오양 부근 전투에서 결사대에 자원한 병사가 “수십 군데 총상과 칼에 베인 상처를 입어 재기불능(數十ノ銃創刀創ヲ負ヒ再起不能)”이 되었다고 적었다.[3] 이때는 몸이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는 글자 그대로의 뜻이다. 관동 대지진 피해를 정리한 1925년 《도쿄부 다이쇼 진재지(東京府大正震災誌)》는 진재 지역의 지방 철도와 궤도의 손해가 2,550만 엔에 이르고 “그중에는 재기불능에 빠진 것도 있었다(中には再起不能に陷つたものもあつた)”고 적어, 사업체가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는 비유의 뜻으로 썼다.[4] 《디지털 다이지센》도 ‘再起’의 쓰임새로 “再起不能”을 예로 든다.[2]

한국어 신문에서는 1931년 《동아일보》가 평양 상계의 중국인 큰 상인들을 다룬 기사에 “중국인 거상 재기불능 형세”라는 제목을 달았고,[5] 1930년대 중국 전선 보도에도 자주 쓰였다.

잘못 알려진 출전

편집 원본 편집

나무위키 등 일부 매체에서는 출전을 헤이안 시대의 역사 이야기 《에이가 모노가타리(栄花物語)》로 소개하는 경우가 있으나, 그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이 ‘再起’의 일본어 첫 용례로 메이지 초인 1871년의 신문을 들고 있어,[2] 그보다 800년 이상 앞선 가나 문학에 ‘再起不能’이 쓰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른 언어의 표현

편집 원본 편집
  • 일본어: ‘再起不能(さいきふのう)’을 그대로 쓴다. 스포츠·격투기 보도에서 특히 흔하다.
  • 중국어: 같은 뜻으로는 ‘一蹶不振(yī jué bù zhèn)’을 주로 쓴다. 《성어전》은 이를 “넘어지면 다시 떨쳐 일어나지 못함”으로 풀고, 한나라 유향(劉向)의 《설원(說苑)》 〈담총(談叢)〉을 語本으로 든다.[6] 반대로 물러났다가 다시 일어서는 것은 ‘東山再起’라고 한다.[7]
  • 랜섬웨어에 백업까지 모두 암호화된 그 회사는 사실상 재기불능 상태에 빠졌다.
  • 무릎 인대가 끊어져 재기불능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선수가 1년 만에 코트로 돌아왔다.
  • 한 번의 실패로 재기불능이 되지 않도록 실패한 창업자를 돕는 제도가 필요하다.
  • 《조선왕조실록》 국역문에는 ‘재기불능’이 두 번 보이지만 원문에는 없다. 1535년(중종 30) 김안로가 조정의 불화를 걱정하며 한 말의 국역 “만일 사건이 터지면 여지없이 패하여 재기불능의 상태가 될 것입니다”는 원문이 “若發,則當一敗塗地”로, 일패도지(一敗塗地)를 풀어 옮긴 것이다.[8] 1662년(현종 3) 송시열·송준길을 부르는 유시의 국역 “재기불능의 상태에 이르지 않도록”은 원문이 “俾不至顚隮(엎어지고 떨어지는 데 이르지 않게)”이다.[9]
  • 태평양 전쟁이 시작된 직후인 1941년 12월 《삼천리》에는 일본군이 미·영 함대를 쳐서 “재기불능의 혁혁한 전과(再起不能의 赫赫한 戰果)”를 거두었다는 전시 선전 기사가 실렸다.[10]

유의어와 관련 표현

편집 원본 편집
  1.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재기”,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E%AC%EA%B8%B0, 확인날짜=2026-10-12.
  2. ↑ 2.0 2.1 2.2 《디지털 다이지센(デジタル大辞泉)》·《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보급판 자통(普及版 字通)》, “再起”,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86%8D%E8%B5%B7, 확인날짜=2026-10-12.
  3. ↑ 静岡県磐田郡教育会 편, 《静岡県磐田郡誌》, 1921,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디지털 컬렉션, https://dl.ndl.go.jp/pid/965680, 확인날짜=2026-10-12.
  4. ↑ 東京府 편, 《東京府大正震災誌》, 1925,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디지털 컬렉션, https://dl.ndl.go.jp/pid/967935, 확인날짜=2026-10-12.
  5. ↑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中國人巨商 再起不能 形勢, 평양상계의 패권은 단념 大槪는 歸國할 意嚮”, 《동아일보》 1931년 10월 16일, https://db.history.go.kr/id/npda_1931_10_16_v0002_0180, 확인날짜=2026-10-12.
  6.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一蹶不振”,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836, 확인날짜=2026-10-12.
  7.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東山再起”,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52, 확인날짜=2026-10-12.
  8.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중종실록》 80권, 중종 30년 10월 15일 계묘 4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ka_13010015_004, 확인날짜=2026-10-12.
  9.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현종실록》 5권, 현종 3년 6월 21일 임술 2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ra_10306021_002, 확인날짜=2026-10-12.
  10. ↑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米ㆍ英艦隊의 擊滅-大東亞戰爭과 半島民衆의 必勝陣-”, 《삼천리》 제13권 제12호, 1941년 12월 1일, https://db.history.go.kr/id/ma_016_0880_0002, 확인날짜=2026-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