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인사대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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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은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다한 뒤에 결과는 하늘의 뜻에 맡기고 기다린다는 뜻의 한자성어이다. 표준국어대사전과 우리말샘에는 표제어로 올라 있지 않으며, 대만 교육부 《성어전》은 같은 뜻의 중국어 표현 “진인사, 청천명(盡人事,聽天命)”을 “자기 힘을 다해 일을 하고, 성공 여부는 일의 형편에 맡긴다”로 풀이한다.[1]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일 앞에서 “할 만큼 했으니 이제 기다릴 뿐”이라는 마음가짐을 나타낸다. 시험이나 수술, 경기처럼 준비를 다 마친 뒤에 흔히 쓰며, 결과에 매달리지 말되 노력은 게을리하지 말라는 두 가지 뜻을 함께 담고 있다.
여섯 글자 그대로의 형태는 한국에서 굳은 것이다. 중국에서는 ‘기다릴 대(待)’ 대신 ‘들을 청(聽)’을 쓴 ‘진인사청천명(盡人事聽天命)’이 일반적이고, 일본에서는 “인사를 다하고 천명을 기다린다(人事を尽くして天命を待つ)”라는 훈독 형태로 쓴다.[2] 조선에서는 ‘닦을 수(修)’를 쓴 ‘수인사대천명(修人事待天命)’이 많이 쓰였다.
특정 고사에서 나온 말은 아니며, 사람의 일(人事)과 하늘의 명(天命)을 짝지어 말하는 오랜 사고방식이 송나라 때 격언처럼 굳은 것이다. 이른 예로 남송 초의 재상 이강(李綱, 1083~1140)의 상소가 있다. 이강은 “사람의 일을 힘써 다하는 것(務盡人事)”을 조목으로 들어 이렇게 말했다.
今未嘗盡人事,敵至而先自退屈,而欲責功於天,其可乎?臣願陛下詔二三大臣,協心同力,盡人事以聽天命,則恢復土宇,剪屠鯨鯢,迎還兩宮,必有日矣。
“지금 사람의 일을 다한 적도 없이 적이 이르면 먼저 물러나 움츠러들면서 하늘에 공을 바라니 되겠습니까? 폐하께서 두세 대신에게 명하여 마음과 힘을 합쳐 사람의 일을 다하고 천명을 따르게 하시면, 국토를 되찾고 적을 무찔러 두 황제를 모셔 올 날이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한국에서 흔히 출전으로 드는 것은 같은 시기의 학자 호인(胡寅, 1098~1156)의 사론 《독사관견(讀史管見)》이다. 호인은 권8에서 동진의 사안(謝安)이 전진(前秦)의 대군을 비수(淝水)에서 막아 낸 일을 평하며 “사공은 종사의 존망을 걸고 결단하여 사람의 일을 다하고 천명을 따랐으니 남긴 계책이 없었다(謝公以宗社存亡決之,盡人事,聽天命,蓋無遺策矣)”고 했다.[4] 일본의 《고사성어를 아는 사전》도 이 구절을 유래로 든다.[5] 두 글 모두 ‘기다린다(待)’가 아니라 ‘따른다, 맡긴다(聽)’로 되어 있다.
‘待天命’을 쓴 형태는 훨씬 뒤에 보인다. 청나라 초 여웅(呂熊)의 소설 《여선외사(女仙外史)》 제52회에서 정지성(程知星)이 “우리는 사람의 일을 다하고 천명을 기다려야 한다(我輩當盡人事以待天命)”고 말한다.[6] 청 건륭 연간에 엮은 의서 《어찬의종금감(御纂醫宗金鑑)》 권42도 고치기 어려운 구토증을 두고 “사람의 일을 다하고 천명을 기다릴 뿐이다(亦不過盡人事以待天命也)”라고 적었다.[7]
조선에서는 ‘修人事待天命’이 쓰였다. 권득기(權得己, 1570~1622)의 대책문에 “사람의 일을 닦고 천명을 기다리는 도리(修人事待天命之道)”라는 말이 보이고,[8] 영조는 이 여섯 글자를 입버릇처럼 썼다. 《승정원일기》 원문에는 ‘修人事待天命’이 18건 나오는데 그 가운데 17건이 영조 때이다.[9] 1732년(영조 8) 민진원이 후사 문제를 걱정하자 영조는 “오늘의 세도는 옛날과 다르니 사람의 일을 닦고 천명을 기다리며 조용히 진정시켜야 한다(修人事待天命,靜而鎭之)”고 답했다.[10] 반면 ‘盡人事待天命’은 《조선왕조실록》·《승정원일기》·한국 문집 원문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지금 쓰는 ‘진인사대천명’은 근대 이후에 굳은 형태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흔히 《삼국지연의》에서 제갈량이 조조를 화용도에서 놓아줄 줄 알면서도 관우를 보낸 뒤 “수인사대천명(修人事待天命)”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한다. 그러나 《삼국지연의》 제49회의 해당 대목은 “제가 밤에 천문을 보니 조조는 아직 죽을 운이 아닙니다. 이 인정을 운장에게 베풀게 하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亮夜觀乾象,操賊未合身亡。留這人情,教雲長做了,亦是美事)”로, 修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은 없다.[11] 《삼국지연의》에서 비슷한 말은 제103회에서 상방곡에 가둔 사마의 부자가 갑자기 쏟아진 비로 살아 나가자 제갈량이 탄식한 “일을 꾀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이루는 것은 하늘이다(謀事在人,成事在天)”이다.[12]
- 중국어: 盡人事,聽天命(진인사, 청천명). 청나라 소설 《아녀영웅전(兒女英雄傳)》 제1회에도 “만사는 모두 사람의 일을 다하고 천명을 따를 뿐(萬事都是盡人事,聽天命)”이라는 말이 나온다.
- 일본어: 人事を尽くして天命を待つ(진지오 쓰쿠시테 텐메이오 마쓰). 《일본국어대사전》은 첫 용례로 우라마쓰 사미타로(浦松佐美太郎)의 《남극탐험》(1958)을 들고, 참고 문헌으로 《초학지요(初学知要)》를 적었다.[2]
- 영어: 일본의 《속담을 아는 사전》은 비슷한 뜻의 영어 속담으로 “Man proposes, God disposes(계획은 사람이 하고 처분은 신이 한다)”를 든다.[13]
- 모의 해킹 대응 훈련까지 마쳤으니 이제는 진인사대천명의 마음으로 인증 심사를 기다릴 뿐이다.
- 수험생들은 진인사대천명이라며 시험장으로 들어섰다.
- 진인사대천명이라지만, 사람의 일을 다하지 않고 천명만 기다리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것일 뿐이다.
-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盡人事,聽天命”,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3295, 확인날짜=2026-09-30.
- ↑ 2.0 2.1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人事を尽くして天命を待つ”,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4%BA%BA%E4%BA%8B%E3%82%92%E5%B0%BD%E3%81%8F%E3%81%97%E3%81%A6%E5%A4%A9%E5%91%BD%E3%82%92%E5%BE%85%E3%81%A4, 확인날짜=2026-09-30.
- ↑ 탈탈(脫脫) 등, 《송사(宋史)》 권359 〈이강전 하(李綱傳下)〉.
- ↑ 호인(胡寅), 《치당독사관견(致堂讀史管見)》 권8.
- ↑ 《고사성어를 아는 사전(故事成語を知る辞典)》, “人事を尽くして天命を待つ”,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4%BA%BA%E4%BA%8B%E3%82%92%E5%B0%BD%E3%81%8F%E3%81%97%E3%81%A6%E5%A4%A9%E5%91%BD%E3%82%92%E5%BE%85%E3%81%A4, 확인날짜=2026-09-30.
- ↑ 여웅(呂熊), 《여선외사(女仙外史)》 제52회.
- ↑ 오겸(吳謙) 등, 《어찬의종금감(御纂醫宗金鑑)》 권42.
- ↑ 권득기(權得己), 《만회집(晩悔集)》,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자료ID ITKC_MO_0297A_0110_010_0040,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09-30.
- ↑ 국사편찬위원회 승정원일기 원문 검색 “修人事待天命”, https://sjw.history.go.kr/, 확인날짜=2026-09-30.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영조실록》 31권, 영조 8년 1월 9일 정묘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ua_10801009_001, 확인날짜=2026-09-30.
- ↑ 나관중(羅貫中),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제49회.
- ↑ 나관중(羅貫中),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제103회.
- ↑ 《속담을 아는 사전(ことわざを知る辞典)》, “人事を尽くして天命を待つ”,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4%BA%BA%E4%BA%8B%E3%82%92%E5%B0%BD%E3%81%8F%E3%81%97%E3%81%A6%E5%A4%A9%E5%91%BD%E3%82%92%E5%BE%85%E3%81%A4, 확인날짜=2026-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