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이동
메뉴 여닫기
환경 설정 메뉴 여닫기
개인 메뉴 여닫기
로그인하지 않음
지금 편집한다면 당신의 IP 주소가 공개될 수 있습니다.

시시비비(是是非非)는 옳은 것은 옳다 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 한다는 뜻으로, 여러 가지 일의 잘잘못을 가리거나 옳고 그름을 따지며 다투는 것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1] 《순자(荀子)》 〈수신(修身)〉에서 나온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뜻을 둘로 나누어 「1」 여러 가지의 잘잘못, 「2」 옳고 그름을 따지며 다툼으로 풀이한다. ‘시시비비를 가리다’처럼 잘잘못을 분명히 한다는 뜻으로 쓰는 것이 흔하고, ‘세상의 시시비비에서 벗어나다’처럼 말다툼이나 시비 거리 자체를 가리키기도 한다.[1] ‘시시비비하다’라는 동사로도 쓴다.

원래는 옳은 것을 옳다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판단할 줄 아는 분별력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일본어에서도 같은 한자로 ‘是是非非(ぜぜひひ)’라고 하며, 흔히 ‘是々非々’로 적는다. 일본어에서는 공정한 입장에서 좋은 것은 좋다, 나쁜 것은 나쁘다고 판단하는 태도라는 뜻이 중심이며, 사안마다 따로 판단하겠다는 뜻으로 ‘是是非非主義’라는 말도 쓴다.[2] 중국어에서도 쓰는데, 뜻이 조금 다르다(아래 ‘뜻의 변화’).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是 시 옳다, 이것 (앞의 是) 옳다고 여기다 / (뒤의 是) 옳은 것
是 시 옳다, 이것 옳은 것
非 비 아니다, 그르다 (앞의 非) 그르다고 여기다
非 비 아니다, 그르다 그른 것

네 글자는 ‘是是’와 ‘非非’ 두 마디로 나뉜다. 각 마디에서 앞 글자는 동사(옳다고 여기다, 그르다고 여기다), 뒤 글자는 목적어(옳은 것, 그른 것)이다.

《순자》 〈수신〉에서 사람의 말과 행동을 가리키는 이름을 차례로 정의하는 대목에 나온다.

以善先人者謂之教,以善和人者謂之順;以不善先人者謂之諂,以不善和人者謂之諛。是是、非非謂之知,非是、是非謂之愚。傷良曰讒,害良曰賊。是謂是、非謂非曰直。

[3]

“선으로 남을 이끄는 것을 가르침이라 하고, 선으로 남에게 호응하는 것을 순함이라 한다. 불선으로 남을 이끄는 것을 아첨(諂)이라 하고, 불선으로 남에게 호응하는 것을 영합(諛)이라 한다. 옳은 것을 옳다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 하는 것을 지혜라 하고, 옳은 것을 그르다 하고 그른 것을 옳다 하는 것을 어리석음이라 한다. 어진 이를 상하게 하는 것을 참소라 하고, 어진 이를 해치는 것을 해침이라 한다. 옳은 것을 옳다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말하는 것을 곧음이라 한다.”

원문의 ‘知’는 ‘智(지혜)’와 통한다. 당나라 양경(楊倞)은 이 구절에 “옳은 것을 옳다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 할 줄 아는 것을 지혜라 한다(能辨是爲是,非爲非,謂之智也)”고 주석을 달았다.[3] 《순자》는 같은 대목에서 옳고 그름을 가리는 일을 ‘지혜(知)’로, 그것을 말로 드러내는 일을 ‘곧음(直)’으로 구분해 정의했다.

일본의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과 《디지털 대사천》도 이 말의 출전을 《순자》 〈수신〉으로 든다.[2]

《순자》에서는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능력을 가리켰지만, 뒤에는 옳고 그름을 둘러싼 말다툼이나 시빗거리를 가리키는 뜻이 생겼다. 대만 교육부 《성어전》은 두 번째 뜻을 “여러 가지 시비와 분쟁”으로 풀고, 원·명 시대 잡극과 곡(曲)에서 “다시는 시시비비에 관여하지 마라(再休管是是非非)”, “시시비비만 남아(更落得是是非非)” 같은 용례를 든다.[4] 한국어의 「2」 뜻(옳고 그름을 따지며 다툼)도 이 흐름에 가깝다.[1]

‘시비를 걸다’, ‘시비가 붙다’의 ‘시비’가 시시비비에서 나왔다는 설명이 나무위키 등에 보이지만, ‘시비(是非)’는 《맹자》 〈공손추 상〉의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은 지혜의 실마리이다(是非之心,智之端也)”처럼 선진 시대부터 따로 쓰인 말이다.[5] 시시비비가 시비의 어원이라기보다, 두 말이 같은 ‘是’와 ‘非’에서 나란히 나온 것이다.

한국 문헌의 용례

편집 원본 편집

고려 말 이색(李穡)은 시 〈우음(偶吟)〉에서 벼슬길에 처음 나섰던 때를 돌아보며 “몸을 가로막고 뭇사람의 입을 감당하려 했으니, 시시비비로 언로가 열렸다(橫身直欲當衆口,是是非非言路開)”고 읊었다.[6]

《조선왕조실록》 원문에서는 37건이 검색된다.[7] 가장 이른 것은 1416년 유양(柳亮)의 졸기로, 그가 “성품이 높고 강직하며 조급하였고, 정사를 할 때는 큰 줄기에 힘쓰고 고치기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옳은 것은 옳다 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 하여 남을 따라 굽히지 않았다(是是非非,不爲詭隨)”고 적었다.[8] 1511년 대사헌 남곤(南袞)은 “일을 헤아려 이루고 임금을 돕는 것은 대신의 임무이고, 시시비비는 대간의 책임이다(裁成輔相,大臣之任也,是是非非,臺諫之責也)”라고 하여, 옳고 그름을 가리는 일을 언관의 본분으로 보았다.[9]

일본에서는 무로마치 시대의 한시문집 《한림호로집(翰林葫蘆集)》(1518년경)에 이른 용례가 있다.[2]

  • 사고 조사 위원회는 책임 소재를 두고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 재발 방지책부터 내놓았다.
  • 코드 리뷰에서 누가 옳은지 시시비비를 따지다 보면 정작 버그는 그대로 남는다. 먼저 재현 조건을 확인하자.
  • 그는 이웃 간의 사소한 시시비비에 끼어들지 않았다.
  • 방랑 시인 김삿갓(김병연, 金炳淵)이 지었다고 전하는 〈시시비비(是是非非)〉는 ‘是’와 ‘非’ 두 글자만으로 칠언 네 구를 지은 시로 알려져 있다. 첫 구는 “是是非非非是是”이다.[10][11]
  •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太宰治)의 〈로마네스크〉(1934)에는 “본래 의미의 시시비비(是々非々)의 태도”라는 표현이 나오며, 《일본국어대사전》은 이를 근대 용례로 든다.[2]

유의어와 관련 표현

편집 원본 편집
  • 시비곡직(是非曲直): 옳고 그르고 굽고 곧음. 잘잘못.
  • 왈가왈부(曰可曰否): 어떤 일에 대하여 옳거니 옳지 아니하거니 하고 말함.
  • 시비분명(是非分明): 옳고 그름이 분명함. 《성어전》 수정본 참고 자료에 올라 있다.[12]
  • 갑론을박(甲論乙駁): 서로 자기 주장을 내세우고 남의 주장을 반박함. 「2」 뜻과 가깝다.
  • 반대 의미: 지록위마(指鹿爲馬)처럼 옳고 그름을 뒤집는 것. 《순자》는 이를 ‘非是是非(옳은 것을 그르다 하고 그른 것을 옳다 함)’라 하여 어리석음으로 규정했다.[3]
  1. ↑ 1.0 1.1 1.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시시비비”,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8B%9C%EC%8B%9C%EB%B9%84%EB%B9%84, 확인날짜=2026-09-28.
  2. ↑ 2.0 2.1 2.2 2.3 《디지털 대사천(デジタル大辞泉)》·《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是是非非”,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6%98%AF%E6%98%AF%E9%9D%9E%E9%9D%9E, 확인날짜=2026-09-28.
  3. ↑ 3.0 3.1 3.2 《순자(荀子)》 〈수신(修身)〉.
  4.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수정본 참고 자료, “是是非非”,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8900, 확인날짜=2026-09-28.
  5. ↑ 《맹자(孟子)》 〈공손추 상(公孫丑上)〉.
  6. ↑ 이색(李穡), 〈우음(偶吟)〉, 《목은고(牧隱藁)》,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020A_0110_010_0680, 확인날짜=2026-09-28.
  7.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원문 검색 “是是非非”, https://sillok.history.go.kr/, 확인날짜=2026-09-28.
  8.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태종실록》 31권, 태종 16년 4월 2일 갑자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ca_11604002_001, 확인날짜=2026-09-28.
  9.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중종실록》 14권, 중종 6년 8월 28일 을사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ka_10608028_001, 확인날짜=2026-09-28.
  10. ↑ 참고: “시시비비(是是非非)”, 다음 카페 道房 이야기, https://m.cafe.daum.net/kyongcj/9Lg8/817, 확인날짜=2026-09-28.
  11. ↑ 참고: “김삿갓 (김병연)의 웃음과 슬픔”, 먼지가치(블로그), http://orum1010.blogspot.com/2012/08/blog-post_18.html, 확인날짜=2026-09-28.
  12.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수정본 참고 자료, “是非分明”,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6838, 확인날짜=2026-09-28.